찬성하는 이들은 아주 솔직담백하며 치켜세우는 법이 없습니다. 만약 첫머리에서 저를 무슨 '학자'니 '문학가' 라고 일컫는 사람이라면, 그 다음에서는 틀림없이 욕설을 퍼붓습니다. 저는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이게 그들이 공공연히 쳐놓은 교묘한 계략이자 정신의 족쇄라는 걸 말입니다. 일부러 당신을 '남과는 다르다'고 정해 놓고서는 다시 이것을 빌려 당신의 언동을 속박함으로써, 그들의 낡은 생활에 대해 당신이 미칠 위험성을 없애 버리는 거지요. 그런데 뜻밖에도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무슨 실이나 궁에 갇혀 지내니, 어찌 안타깝지 않겠습니까! 이런 존호를 팽개쳐버리고서 태도를 일변하여 무뢰한이 되어 서로 욕하고 때리기만 한다면 (여론이야 학자는 마땅히 예의 바르게 강의해야 한다고 여깁니다만), 세상의 기풍은 날로 나아지고 월간지도 나오게 될 것입니다.

-p.49, 통신, 화개집

 

: 다른 이들은 당신을 다르다고 규정짓고 자신과 다른 점을 지적합니다. 당신은 다르기 때문에 나를 알지 못하고, 나를 간섭해서는 안된다. 그러니 나를 지적하고 바꾸려 하지 말라. 이것이 자신을 지키는 방식입니다. 그러나 이렇듯 다르다고 하는 규정을 벗어나지 못하면 우리는 각자 갇혀지낼 수밖에 없습니다. 규정된 서로의 틀에서 벗어나와 싸우는 방식만이 틀 그 이상을 생각하게 할 수 있는 방식이 될 수 있습니다. 남들이 그어 놓은 선 앞에서 막막함을 느꼈던 때, 내가 당신과 다르다는 이유로 스스로 틀을 넘으려 하지 않았던 때들을 생각하면서, 다르다고 해서 그것이 해오던 그대로 있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라는 걸 생각해봅니다.  

 

 

 

 

  중국인은 갖가지 구차한 삶의 이상향을 생각했습니다만, 안타깝게도 끝내 실현하지 못했브니다. 그러나 나는 그들을 위해 발견한 것이 있습니다. 여러분도 아마 아시겠지만, 베이징의 제1감옥입니다. 이 감옥은 쉬안우문 너머의 빈터에 있으니 이웃집에 불이 날까 걱정할 게 없고, 매일 두 끼를 주니 얼거나 굶주릴 염려가 없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니 몸이 상할 리 없고, 구조가 튼튼하니 무너질 리 없고, 간수들이 지키고 있으니 죄를 또 저지를 리 없고, 강도가 약탈하러 들어올 리 없습니다. 이 안에서 지내면 얼마나 안전하겠습니까? 참으로 "귀한 집 자식은 앉아도 처마 아래에 앉지 않는다"는 거지요. 그런데 부족한 것이 한 가지 있으니, 그것은 자유입니다.
옛 교훈이 가르치는 건 바로 이러한 생활법인데, 사람들을 꼼짝달싹 못하게 하는 겁니다. 꼼작하지 않으면 잘못을 저지르는 일이 적어질 건 당연합니다. 그러나 살아 있지 않은 바위나 진흙모래는 잘못이 훨씬 적지 않겠습니까? 인류는 향상하기 위해, 즉 발전하기 위해 활동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활동하다가 약간의 잘못을 저지르는 건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오직 산 게 산 것이 아니고 죽은 게 죽은 것이 아닌 구차한 삶이야말로 완전히 잘못된 것입니다. 삶이란 간판을 내걸고 있지만, 사실은 사람을 죽음의 길로 이끄니까요!
-p.83, 베이징 통신, 화개집

 

: 우리는 모두 안정적이고 평온한 삶을 살고 싶어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안전한 삶은 갇혀 지내는 것에 불과하다고 루쉰은 감옥의 예시를 들어 설명합니다. 그렇게 살게 된다면 우리에게서 멀어질 자유, 맘껏 실수하고 괴로워할 자유를 누리는 것만이 진정한 삶이라는 루쉰 앞에서 내가 정말 자유를 누리고 있는지, 아니면 바위나 진흙모래를 부러워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기를 바랐는지 떠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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