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나에게 그럼 힘이 있다면 나는 당연히 하남의 청년들에게 무언가 기여하기를 대단히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나는 힘이 마음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나 자신도 기로에-혹은 좀더 희망을 가지고 말하면 네거리에 서 있기 때문입니다. 기로에 서 있으면 발을 내딛기가 거의 어려울 것이며, 네거리에 서 있으면 갈 수 있는 길이 너무 많습니다. 나 자신은 아무것도 두렵지 않습니다. 생명은 나 자신의 것이니까 나는 큰 걸음으로 스스로 걸어갈 만하다고 생각하는 길을 걸어가도 무방합니다. 설령 앞에 심연이 있고, 가시밭길이 있고, 협곡이 있고, 불구덩이가 있어도 내 스스로 짊어지면 됩니다. 그렇지만 청년들에게 말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만일 맹인이 눈먼 말을 타는 격으로 위험한 길로 인도한다면 나는 틀림없이 여러 사람의 목숨을 모살할 죄를 짓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끝내 여전히 청년들에게 내가 가는 길을 함께 가자고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는 나이와 처지가 서로 다르고, 사상의 귀착점도 아마 일치할 수 없겠지요. 그러나 만일 나에게 청년들이 반드시 어떤 목표를 향해야 하는가를 꼭 묻는다면 나는 다른 사람을 위해 스스로 마련해놓은 이런 말을 해줄 수 있을 뿐입니다. 첫째 생존하는 것이요, 둘째 따뜻하게 입고 배불리 먹는 것이요, 셋째 발전하는 것입니다 라고. 감히 이 세 가지를 방해하는 자가 있으면 누구라도 우리는 그에게 반항하고 그를 잡아 없애야 합니다! (<북경통신> 중)

 

 

너는 할 수 있다, 모든 원하는 걸 하면 꿈은 언젠가 이루어진다,  좋은 날이 올거라는 공허한 말들. 위안도 안 되는, 아무 힘도 없는 이런 말들 보다 생존을 이야기하는 루쉰의 말이 더 가슴에 와닿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살길을 찾는 것, 비겁하지 않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는 일이다. 자기 앞에 심연, 가시밭길, 협곡, 불구덩이가 있어도 스스로 짊어지면 그만이라고 말하는 이에게는 자기가 가는 길에 대한 환상이 없다. 그는 스스로 걸어갈만하고, 걸어가고자 하는 길로 걸어갈 뿐이다. 그렇게 생존하는 것이 그에겐 목표다. 살아 있는 동안 그는 최선을 다해 그렇게 살 것이다. 그는 관념 속에서 메아리치는 말들을 늘어 놓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함부로 권하거나 계도하려 들지 않는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자신의 말과 글이 가질 수 있는 영향력,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스스로 끊임없이 경계할 뿐이다. 글에 긴장감이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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