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야, 아버지를 불러라. 숨이 지신다. 어서 불러!" 하는 연부인의 말에 나는,

"아버지! 아버지!"하고 불렀다.

"더 큰 소리로 불러라! 듣지 못하시는가봐. 어서 부르라는데도."

"아버지! 아버지!"

평온해졌던 아버지의 얼굴에 갑자기 긴장한 빛이 떠올랐다.

눈을 살며시 뜨는데 적이 고통스러워하시는 것 같았다.

"얘 또 불러라, 어서!"

하고 연부인이 나를 들볶았다.

"아버지!"

"왜 그러니?....떠들지 말아.....떠들지....."

아버지는 기빈맥진한 소리로 떠듬거리며 가쁜 숨을 몰아쉬는 것이었다.

한참 후에야 원상대로 평온해졌다.

 (<아버지의 병환> 중에서)


:  가슴아프면서도 웃음이 나기도 했던 장면.  아버지의 병환 때문에 용하다는 여러 의원들을 찾고, 약을 구하던 아들. 얼마나 막막했을까 싶다. 그러던 아버지가 저 세상으로 가시기 전,  연신 "아버지"를 외쳐대던 아들은 자신의 외침이 아버지의 평온을 깨는 일이라는 것을 그 순간에는 알지 못했을 것이다. 철벽방 비유가 생각나기도 했다. 고통도 없이 서서히 죽어가는 이들을 굳이 흔들어 깨워, 자신이 얼마나 비참하게 죽어가고 있는지 깨우쳐 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그들을 굳이 고통스럽게 할 필요가 있는가. 루쉰은 자기 자신에게 묻고 있는 거다. 그러니까 자기가 옳다고 믿는 것들, 개탄스럽게 생각되는 것들을 글로 쓰는 것에 대해 묻고 또 묻고 있는 거다. 자신의 글이 사람들을 오히려 해칠 수 있다는 자각과 그것과 관련된 윤리적 문제들에 대해 루쉰은 모른척 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무리 고민하고 또 고민해도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그는 명확한 해답지를 갖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 하나하나 묻고 스스로 답하는 과정에서 루쉰의 글은 쓰여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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