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긴 사람과 짐승을 그렇게까지 엄격하게 구분할 필요는 없다. 동물계는 옛사람들이 상상한 것처럼 그렇게 편안하고 자유로운 것은 아니지만 군소리나 가식적 행동은 어떻든 인간세상보다 적다. 그들은 본성대로 살아가며 옳은 것은 옳고 그른 것은 그르다고 하며 변명 같은 것은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벌레나 구더기는 아마 더럽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스스로 자기들이 고결하다고 하지는 않는다. 사나운 날짐승이나 맹수들은 약한 동물들을 먹이로 삼기 때문에 잔인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종래로 '공리'니 '정의'니 하는 깃발을 내걸고 희생자로 하여금 잡아먹히는 순간에 이르기까지 그냥 그들에게 존경과 찬탄을 보내게 하지는 않는다. 사람은 어떤가? 두 발로 곧추설 수 있는 것은 물론 커다란 진보이며, 말을 할 수 있는 것도 역시 커다란 진보이다. 그리고 글자를 쓸 줄 알고 글을 지을 줄 알게 된 것은 더 말할 나위도 없이 커다란 진보이다. 그러나 이와 더불어 타락하게 되었으니 그것은 그때로부터 빈말을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빈말을 하는 것쯤은 그래도 안 될 게 없겠지만 심지어는 자기의 마음에 없는 말을 하면서도 그것을 의식조차 못하고 있으니 이것은 울부짖을 줄만 아는 동물들에 대해서 실로 '낯가죽이 두꺼워도 부끄러움이 있다'는 일이 아닐 수 없다.
- <개 . 고양이 . 쥐>, <<아침 꽃 저녁에 줍다>>
: 인간이라고 해서 짐승보다 나을 점은 없는데, 오히려 못한 짓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언행불일치라는 말처럼 괜한 말을 해서 자신의 뜻과 행동이 어긋나기도 하고, 구차하게 변명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다보면 적어도 본성대로 살아가는 것 만 못하기도 하네요. 인간으로 태어나 글을 쓰고 말을 하는 재주를 가지게 되었다면 그것을 어떻게 활용해야할지, 제대로 활용못하는 일은 그만두어야 하는 게 아닐지 고민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