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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경, 읽을수록 눈뜬장님이 되는 것 같습니다. 갈수록 태산!

공통과제에 썼다시피, 저는 지난주에는 뭔가 조금 알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착각이었죠.

깨달은 이가 본 세상을 단번에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을 낸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었던 거죠.

이해가 안 되면, 왜 이해가 안 되는지 나를 솔직하게 들여다보면 될 일이지만

어떻게 솔직하게 보고 어떻게 사실을 사실대로 관찰할 수 있는 건지 잘 모르겠더라구요.

그런데 채운샘은 중요한 건어떻게가 아니라, 솔직하게 보지 않으려고 하는 내 두려움을 직면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죠. 솔직하려고 하는데 그게 잘 안 된다, 라는 식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거죠.

무사의 덕목이었던 용기()를 지식인의 덕목으로 취했던 공자의 말씀이 뭘 의미하는지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솔직함은 자기가 뭘 두려워하는지 들여다보는 용기와 관련되었다는 것...

 


저는 이번 시간에 부처는 이 세계를 왜 아름답다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었을까, 궁금했습니다

모든 게 부처님 손바닥에 있다는 말을 포근하고 뽀송뽀송한 이불을 덮고 안락한 세계 안에 감싸여 있는 듯한 느낌적인 느낌으로 이해하면 되는 것일까 싶다가, 문득 네팔에서 난 지진이 생각났습니다


저는 이번 지진으로 몇 달 전부터 계획했던 히말라야 트레킹을 못 가게 되었습니다. 한편으론 몇 달 앞서서 가지 않아서 다행이다, 내가 안 죽어서 다행이다, 내 친구와 가족이 안 죽어서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자연재해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죽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뭐라 형용할 수 없이 마음이 일렁이더군요


자연재해와 죽음은 인간의 잣대로 이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의지로 피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지요. 그들이 당하지 말아야 할 일을 당했다고 세상을 원망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누구를 탓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지요. 이런 상황에서 공포와 두려움, 절망과 슬픔의 감정이 불쑥 올라오는 건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요. 인간의 생존 본능? 죽음이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왜 그런 걸 느껴야 하는 것일까요? 다 모르겠어요.


고통스런 상황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그래도 살아볼 만한 세상이라는 둥, 죽은 사람들의 몫까지 어떻게든 살아내야 한다는 둥, 살기 좋고 아름다운 세상 운운하며 위로하는 것처럼 유치하고 무력한 말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무기력한 허깨비에 지나지 않는 말, , . 그런데 부처님은 왜 이 세상이 찬란하다고, 더 없이 아름답다고 말씀하셨을까요인간 세상에서 겪을 수밖에 없는 생로병사, 번뇌 망상이 우리를 이토록 고통스럽게 하는데 부처님은 왜 이 세계를 아름답다고 말씀하셨을까요?....


저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아름다움에 대한 저의 표상으로 부처님의 말씀을 이해하려니 이해가 안 되는 건 당연했지요. 사실 지금도 저는 여전히 아름다운 것에 대한 표상 속을 헤매고 있습니다. 예쁜 색, 좋은 향, 반짝거리는 금강, 포근하고 안락한 잠자리……. 이런 아름다움에 대한 표상이 미추에 대한 인간적 분별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이죠.

 

채운쌤은 아름답다는 언어 표현은 그저 방편일 뿐부처가 말하는 아름다움이란 상식적·보편적으로아름답다는 것과는 관련 없다고 하셨죠다만 아름답다는 표현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대중들에게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면이 있기 때문에 그 말을 사용한 것일 뿐이라는 것이죠.

언어적 표상. 그것 때문에 <화엄경>을 이해하기가 참으로 어렵다는 걸 알았습니다.

나를 지배하고 있는 언어적 표상의 힘은 생각보다 엄청나게 센 것 같습니다.

 

또 이번 시간에 기억해야 할 건, 극대와 극소를 넘나들고 마음과 우주를 넘나드는 화엄의 세계에서 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부처는 우리가 사는 세계만 한정해서 이야기하는 게 아닙니다. ((() 삼독(三毒)의 번뇌를 겪어내야 하고, 오온(五蘊)으로 비롯되는 고통을 참고 살아야 하는 인간 세계, 이 사바세계(娑婆世界)는 중중무진한 세계 중 일부일 뿐이라는 것


그러니까 우리가 전부라 믿고 사는 이 세계가 겹겹의 세계 중 하나일 뿐이라는 사실. 이는 현대 천문학·물리학에서 밝혀낸 우주론과도 연관됩니다. ‘천문학에서 본 불교우주관을 쓴 이시우 선생님은 이렇게 말합니다.

 

인간은 생명을 인간중심적으로 정의하면서 우주에서 가장 우월한 존재로 착각하며 살아간다. 100억 년을 사는 태양의 일생을 100년으로 잡으면 태양에 비해 인간의 일생(100)은 약 30초의 찰나적 삶에 지나지 않는다. 하루살이가 인간의 마음을 모르듯이 인간이 어찌 별의 마음을 알 수 있겠는가! 인간은 위대한 정신을 가진 생명체이고 우주를 밝혀주는 무수한 별들은 생명이 없는 단순한 물질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겠는가? 인간의 씨앗이 태양계가 태어날 때 지녔던 윗대 조상별이 흩뿌린 잔해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기에 인간의 몸에는 조상별의 우주적 정보가 내재해 있다. 그렇다면 인간에게 생명의 씨앗을 준 별도 생명체이고 또한 별들이 죽으면서 흩뿌린 잔해도 생명체인 것이다. 결국 우주 만물은 생명을 지닌 거대한 연기적 초유기체인 셈이다.”


연기를 이해하기 위해서 우주론 공부도 많은 도움이 될 듯합니다. 우리의 삶을 우주적 관점으로 이해하게 된다면 내가 갇혀 있는 언어적 표상으로부터도 조금 벗어날 수 있는 여지가 더 많아질 것 같고요.

 

그리고 스피노자. 이번 시간에도 심신 평행론을 이해하는 게 관건이었습니다.

사유는 사유의 질서 속에서 생겨나고 연장은 연장의 질서 속에서 생겨나는 것

외부의 대상이 사유의 원인이 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강조했지요

사유가 대상에 대한 그림이라고 이해하는 게 바로 표상주의

스피노자는 이런 표상주의를 넘어서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사유는 사유의 질서, 연장은 연장의 질서를 갖지만 모두 신체의 변용을 전제로 한다는 것

스피노자의 철학에서 신체가 얼마나 중요하게 다뤄지는지 여기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관념은 언제나 신체의 변용에 대한 관념입니다신체와 정신은 송과선으로 연결되어 있는 게 아니라 이미 합일되어 있다는 것. 예컨대 길을 가다 아는 사람을 만났을 때, 우린 그 사람과 관련된 어떤 생각들이 마구 떠오르잖아요. 이후엔 자연스럽게 생각이 생각을 낳게 되지요

여기서 신체의 능동성과 관념의 능동성은 비례한다는 사실이 도출됩니다. 

이게 뭘 의미하는지는 더 고민해보는 걸로^^

 

다음 주에는

<대방광불화엄경> 10, 11권을 읽습니다

<에티카> 2부 정리 13까지 다시 읽어오세요!

 

간식은 현옥샘!

 

그럼 다음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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