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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화엄경> 6,7권을 읽었습니다. 깨달은 이가 본 아름다운 세간의 모습은 우리에겐 여전히 낯설었습니다. 깨달은 싯다르타 붓다가 보았던 시방세계에 가득한 지혜의 빛. 깨달은 이의 안목으로는 모래와 자갈로 척박한 부다가야뿐만 아니라 이 세계가 모두 지혜의 빛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 다이아몬드(金剛)처럼 빛난다는 것. 이게 도대체 어떤 경지인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네요. 현옥샘 말씀처럼, 자기 문제에서 출발해 붓다의 넓은 경계를 가늠해보며 자신의 경계를 허물고 넓혀가려는 노력이야말로 우리가 마음을 내어 이렇게 공부하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화엄경>에서 법신(法身)인 여래는 광명으로써 우리에게 끊임없이 말해주고 있지만, 각자가 받아들이는 만큼 밀어붙이는 만큼 이 세계를 통찰해낼 수 있겠죠. 수순샘 말씀처럼, 우리 자신을 아직 깨닫지 못한 부처라고 생각하면서 수행정진한다면 말이지요


제가 인상적이었던 건 세계가 마음이 만들어내는 환술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수경언니 말처럼 이건 내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말이 아닙니다. 붓다는 철저하게 사실을 사실로 관찰하라고 요구하지요. 나라는 것의 실체 없음을 관찰하고, 부처조차 그림자임을 관찰하여 체득하라는 것입니다. 내 마음에서 일어나는 질투, 분노, 기쁨과 슬픔의 원인이 무엇인지 관찰하고 앎으로써 번뇌에서 벗어나라는 것이지요. 희로애락이 없는 존재가 아니라 희로애락을 다르게 겪는 존재가 바로 붓다라는 말. 번뇌로 들끓는 내 마음이 실체가 아님을 알게 될 때, 내 마음이 고요하게 가라앉을 때 세계는 청정하고 깨끗해질 것이라고 말입니다.


우리가 쓸 데 없이 잘하는 건 개념적 사유입니다. 우리는 무()와 충만함을 반대 개념으로 보고 불교에서 말하는 공() 혹은 무()를 결여로 이해하기 때문에 쉽게 허무함에 빠져버린다는 것. 하지만 <화엄경>은 그런 상식적(개념적) 세계관으로는 도저히 이해불가능한 세계를 그립니다. 선악/미추/호오 등. 우리는 스스로 만들어낸 좁은 경계 속에 갇혀서 깨달음의 안목은커녕 아주 제한된 세계에서 뱅글뱅글 돌고만 있습니다.

잘 보면, 스스로를 아주 상식적이라고 평가하는 사람들 간에도 도저히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서로의 잣대를 강요하고, 서슴없이 내 편이 아닌 이들을 해치기도 합니다. 모든 문제의 원인이 상대에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죠. 그러나 불교는 번뇌를 일으키는 대상이 외부에 따로 있는 게 아니라고 하지요. 탐진치 때문에 생긴 번뇌. 그런 번뇌로 들끓는 시끄러운 마음이 담담하고 고요하게 사실을 사실로 관찰하는 힘으로 전환될 때 번뇌는 내 스승이 된다는 가르침...이번 시간에 이것만 기억해도 남는 장사인 듯!^^


아래 만두샘이 쓰신 것처럼, <화엄경>을 읽는 동안 우린 두 가지 질문을 기억해야 합니다.

1)붓다는 무엇인가?(‘보디(bodhi)’=지혜) 2)우린 어떻게 붓다가 될 수 있는가?(‘sattva’=보살행, 윤리적 실천

앞으로 <화엄경>을 읽는 내내 지혜와 보살행의 결합시킨 가르침, 공의 깨달음을 우리의 삶에서 어떻게 펼쳐갈 것인가의 문제를 고민해보도록 하지요.

 

그리고 스피노자.

모든 게 신 안에 있다는 스피노자의 관점은 모든 게 비로자나불이라고 말하는 <화엄경>의 세계관과 정말 많이 닮았습니다. 화엄의 세계에서 모든 존재가 비로자나불의 현신이듯, 스피노자에게는 모든 것은 신(=자연)의 무한한 역량의 산물입니다. 신은 인간이 인식할 수 없는 무한한 본질을 펼쳐내고 있지만 인간은 사유와 연장이라는 신의 두 속성을 인식할 수 있습니다. 사유도 연장도 란 주체의 소유물이 아니라 나란 개체를 넘어선 자연의 본질입니다. 인간이 인식할 수 있는 두 속성 간에는 위계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유 속성은 연장 없이 만들어지고, 연장 속성도 마찬가지이죠. 내가 지금 손에 쥐고 있는 연필을 친구에게 건네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고 해서 연필이 움직이는 건 아니지요. 사유는 무한히 많은 것을 무한히 많은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거나, 신의 본질 및 신의 본질에서 필연적으로 생겨나는 모든 것의 관념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사유하는 신은 사유의 질서 속에서 무한히 많은 사유를 생산해내고, 연장된 신은 연장의 질서 속에서 무한히 많은 방식으로 연장을 생산해냅니다. “신의 능력은 신의 활동적 본질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사유와 연장의 원인은 오직 신! 어떤 특정 대상이 관념을 형성해내는 게 아니라는 말입니다. 스피노자는 신을 통해 대상과 관념 사이의 연결고리를 끊어냅니다. 이는 불교에서 내가 겪는 번뇌는 나 혹은 너로부터 비롯되는 게 아니라는 가르침과 통하는 지점!

 

다음 시간 읽을 범위는,

1)<화엄경> 8, 9.

2)<에티카> 정리 13까지.

**공통과제는 <화엄경>을 중심으로 쓰고, 덧붙여 <에티카> 정리7을 자기 나름대로 한 단락 정도 분량으로 설명해오세요.

**법성게는 518일까지 다 외우기!!! 시간 무지 넉넉하지요^^

 

맛난 간식은 수영양이 준비하겠습니다!

 

 

그럼 다음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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