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6.22 04:52

0617 수업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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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기


  니체는 역사의 진보를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니체는 신도 아니고, 인간도 아닌 힘들이 이 세계를 이끌어간다고 말하기 때문인데요. 힘들의 세계에서, 존재하는 건 힘들의 투쟁뿐. 이 때 어떤 힘이 승리하는지는 어떤 목적과는 아무 상관없는 우연적인 것이죠.

이 세계를 힘들의 투쟁으로 본다면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달라질까. 저는 오늘날 박근혜가 대통령이 된 것도 이 시대의 승리한 힘의지가 원한 것이라는 말을 듣고 뜨억 했네요. 우파의 인사를 원하는 것은 변화를 두려워하고 상태유지, 안정을 바라는 뭐 그런 의지인데 이것을 의지로 하는 힘이 승리했다고 하는 건, 이 시대의 ‘좋음’이란 가치가 안정이고 보수인 것이 우세하다는 말이겠죠? 젊은 층들이 아무리 박근혜를 비난해도, 비난하는 이유가 나의 안정을 보장하지 않기 때문이라면(‘복지제도 확충이 미흡하다’, ‘취업시장을 넓히는 데 힘쓰지 않는다’ 등등), 이 시대의 가치를 굳건히 하는 것과 다르지 않은 것이고, 그렇다면 아무리 문재인을 원해도 우파가 승리하는 데 일조하고 있는 셈인 거죠. 이처럼 어떤 힘의지가 그것을 원하는가를 따지고 들어가면, 같은 말이더라도 같은 것이 아닐 것 같다는.

    니체의 계보학은 이처럼 현상이라는 표면이 아니라 그 배후에 어떤 힘이 있는지를 보는 작업이라고 하네요. 그리고 철학자는 계보학을 통해서 시대의 병을 진단하고, 또 건강을 제시할 수 있는 자고요. 니체는 도덕의 계보에서 현대인의 병을 이야기하죠. 바로 원한과 양심의 가책인데요. 양심의 가책은 바로 반동적 인간의 원한적 양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합니다.

  니체는 힘에는 두 가지, 즉 능동적 힘과 반동적 힘이 있다고 말하는데요. 능동적인 힘은 그 자체가 시작인 힘, 반동적 힘은 자신이 아닌 것이 시작인 힘이고, 반동적 인간은 이 반동적 힘을 본질로 하는 인간이라고 합니다. 반동적 인간은 자신이 아닌 것에서 ‘악’을 창조하고 그것을 증오하면서 자신은 ‘선’으로 만드는 데, 이것이 바로 원한입니다.

  인간은 동물과 다르게 고통을 정신화했다고 합니다. 즉, 동물에게는 순간적인 고통과 잠깐의 해소만 있다면, 인간은 고통의 원인을 묻고 해소방식을 찾았다는 것. 기독교도들은 그들이 겪는 삶의 고통의 원인에 자신들에게 적대심을 가진 가해자가 있을 거라 생각했답니다. 그리스인들이 고통은 신이 준 것이고 우린 그 신들을 위한 축제를 벌이고 있다며 자신들의 행위를 긍정한 것과는 완전 다르게요. 제가 크리스천 고등학교를 다녔었는데, 예배 시간에 사탄 사탄 하던 게 생각나네요. 이들에겐 사탄이 고통의 가해자였나봐요. (아 이 사탄은, 아담과 이브에게 무화과를 먹도록 유혹한 그 뱀?!) 인간을 고통스럽게 하는 나쁜 사탄이라고, 증오 증오하는 것이 그들만의 고통의 해소방식?! 그런데 자세히 보면 이 말엔 자신들이 고통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이 들어있네요. 반동적 인간은 이처럼 고통에 마취되거나 마비되는 수동적인 행복을 원합니다.

  그런데 원한은 곧 양심의 가책과 다르지 않다고 합니다. 원한은 밖을 향하는 것인데, 나를 향하는 저 가책과 어떻게 다르지 않은 걸까? 원한도 가책도 발산되지 못한 힘의지가 정신적으로 변형된 형태라고 합니다. 생명의 힘의지는 지배하려고 하는 데서 발산되는 데요, 그렇다면 왜 지배하려 하지 못할까? 원한의 인간의 경우 맹금에 대한 양의 태도를 생각하면 되는데요. 이들은 상대보다 힘이 약하다는 것을 스스로 내면화해서. 자신을 지배하는 강한 상대에게 보복하지 못합니다(보복 후 입을 해가 두려워서?) 이들이 택한 소심한 복수는 강한 상대를 본질적 ‘악’으로 설정하고, 자신은 그렇지 않은 ‘선’이 되기. 그리고 자신은 선의 품위를 지키기 위해 지배의 의지를 부정한다는. 이들의 행위되지 못한 행위들로 꾸며지는 상상의 세계, 내면은 더욱 깊이와 높이를 갖게 된다고 하네요.

  반면 양심의 가책은 무엇이 있다~는 마음의 상과 당위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마음의 상은 통념에 의해 생기는 것 같은데요. 세미나 시간에 지식인이라면 무릇 이래야 한다, 혹은 지식인의 양심이라는 통념이 가책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했던 게 생각나네요. 지식인의 무엇이 있다~는 것이 바로 그 마음의 상 같아요. 당위는 법, 도덕 같은 것이겠죠. 니체는 법이 옳음과 옳지 않음을 규정했고, 사건을 비개인적으로 보게끔 만들었다고 하는데요. 채무법 이전, 내가 손해를 입었을 때 강한 복수에 불탔다면, 법 이후 그것은 옳지 않은 행위라는 판단과 함께 자신보다도 법과 권력에 대항하는 것으로 보게 되었다는 것. 타인에 대한 복수, 고통을 주려는 행위에서 쾌감을 얻으려던 욕망은 허용되지 않게 되면서, 자연스레 그 욕망은 자신을 타겟으로 하게 되었다네요. 자신에게 고통을 주는데서 쾌락을 느끼게 되는 것이 가능하게 됨과 동시에 이제 법에 어긋나는 자신의 욕망은 옳지 않은 것이란 인식이 같이 작용해서, 옳지 않은 자기 자신을 증오합니다. 이렇게 보면, 양심의 가책은 원한의 인간이 마음의 상이나 당위에 따라 증오의 방향을 타인이 아닌 자기 자신에게로 튼 데서 생긴 것 같아요. 세계와 나에 대한 참된 인식에 기인해서요.

  사실 당위의 출처는 문화의 일등공신인 기억이라고 하네요. 인간의 관계 중 가장 오래된 형태라고 하는 이 채무관계도 시작이 사실 기억. 약속이 되는 동물이 되어야 관계를 맺을 수 있는데, 이 약속은 또 기억이 가능해야 하니까요. (기억을 거의 약속과 같은 것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 기억(=약속)은 망각을 제거하는 능동적인 의지를 발휘해야 하는 것. 인간은 고통이 기억에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걸 알았고, 피의 고문인 기억술을 고안해냈습니다. 이것으로 인간의 기억이 몸에 배어 의지를 발휘하지 않아도  저절로 기억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네요.

  원한적 양심의 인간은 기억술을 당한 듯, 기억하거나 약속하기를 어쩔 수 없이 하는 사람들이예요. 기억이나 약속이 당위가 되는 사람들이죠. 그렇다면 자기 자신과 매번 새롭게 약속하는 사람, 기억을 새롭게 바라보는 사람은 그 반대이겠네요. 이들이 바로 주권적 양심의 인간. 사실 약속을 매번 새롭게 한다는 말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생각을 해봤는데, 혹시 이게 아닐지. “아오 공통과제... 해야 돼.”라며 매번 궁시렁대는 인간과 “억지는 싫다! 이번엔 한 두장 늘려 써가자...” 와 같은 아주 바람직한 인간. 전자가 원한적 양심의 인간, 후자가 주권적 양심의 인간...?!!!

  • 수엉 2015.06.23 13:22

    니체 읽기 전 복습! ㅋㅋㅋㅋ 근데 원한적 인간... 기억술당한 듯 기억하거나 약속하기를 어쩔 수 없이 한다... 이거 뭔가 잘 모르게뜸// 암튼 낼 봅세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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