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5.08 18:25

0513 수업공지

조회 수 735 추천 수 0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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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간에는 2장 '자유정신'을 중심으로 수업 진행했습니다. 지금까지 니체를 읽어온 우리로선 적어도 '자유의지'와 혼동할 수 없겠습니다만.... 어째 토론시간에 이야기를 하다보면 자꾸만 어법이 그쪽을 향해 슬금슬금 가더군요; 단지 읽고 듣는 것에 그쳐서는 고쳐지지 않을 듯합니다. 각자 자신의 경험과 배움과 상상과 기타 등등으로 풀어봄이 좋을 듯.


종교개혁 당시에 똑같이 부패한 기독교와 교황을 비판하면서도 루터와 에라스무스가 화합할 수 없었던 이유가 자유의지에 있었다고 해요. 에라스무스는 다른 인문주의자들과 마찬가지로 피안이 아니라 지상의 좋은 사회를 꿈꾸었고, 인간이 자신의 힘으로 이를 이룰 수 있다고 봤죠. 인간은 타락한 존재, 살아 있는 한 어쩔 수 없는 죄인인 존재가 아니라 그 자체로 합리성과 자유의로 무장한 존재니까요. 하지만 루터가 보기에 인간이란 구원에 이른다는 보장 없이도 그저 신에게 순종 또 순종해야만 하는, 지극히 수동적인 존재에 불과했습니다. 우리의 의무이자 권리란 오로지 절대적 믿음뿐이라는 거죠.

그로부터 3세기 뒤 니체는 이렇게 말하는군요. 자유의지를 말하는 인간, 즉 의지를 통해 자신의 욕망과 충동을 부정하는, 곧 삶 자체를 부정하는 인간은 노예다! 그는 그렇게 함으로써 약한 자신을 정당화할 뿐이다. 충동에 종속되길 거부한 노예는 이제 당위에 종속된 삶을 산다. 

그러니까 자유의지를 주창하는 자들은 충동의 노예 신분에서 벗어나기 위해 보편적 법칙의 노예가 된다는. 그런 식으로 자유의지는 인간의 자유를 박탈한다는 거죠. 

이를 부정한 루터는 아예 인간을 완벽한 수동적 존재로 만들어버립니다만, 니체는 그와 정반대로 진정한 자유를 이렇게 논하죠. 힘들과 충동이 흘러다니는 장소, 즉 우리의 '몸'만이 유일하게 실재한다! 니체에 따르면 '작은 이성'이 만드는 편협한 인과성을 폐기하는 대신 지금 여기서 몸-주체가 경험하는 바를 고유하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 그럼으로써 변하는 자기를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곧 자유랍니다. 

온갖 크고 작은 일을 우리가 받아들이고 평가하는 방식을 생각해보자구요. 살아오며 얻은 얕은 지식, 유사한 경험이 남긴 기억으로 인한 선입견, 무의식적으로 코드화된 사회적 가치 체계가 의식할 틈 없이 작동해 사건과 인물을 이러저러하게 평가하죠. 어떤 상황이 와도 매번 같은 기준과 논리가 가동됩니다. 덕분에 어떤 새로운 마주침에 대해서도 손상받지 않을 정도로 주체의 몸뚱이는 비대해지죠. 우리는 이런 식으로 일정한 영토 안에서 붙박이 신세가 되고 맙니다. 

이와 반대로 매번의 사건을 고유한 것으로 체험하는 것, 그 체험 안에서 새롭게 변하는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곧 삶에 대한 긍정이며 정신의 자유를 의미한다는 게 니체의 주장. 채운 쌤에 따르면 이것이야말로 '운명애'! 매번의 찢김, 해체를 기쁘게 맞이하고 차이와 더불어 새롭게 생성되는 것이라는 의미에서 니체는 이를 "삶에 디오니소스적으로 마주서기"라 표현했다죠.(유고 중)

자신의 판단 체계를 넘어서는 사건, 계산 불가능한 사건과 맞닥뜨렸을 때 보통은 괴로워하며 "왜 내게 이런 일이!"라고 소리치겠습니다만, 니체가 볼 때 '진정 자유로운 정신의 소유자'는 이를 고유하게 해석하고 고유한 사건으로 받아들인답니다. 그냥 다 좋다 좋다, 이렇게 넘어가자는 게 아니란 건 다들 아시죠? 이해와 통찰 없이 삶에 대한 긍정은 불가능하답니다. 모든 진실을 알게 된 오이디푸스가 제 두 눈을 찌른 뒤 "내 고통을 감당할 사람은 세상에 나 말고는 없다!"고 외치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하네요.


(채운쌤도 수업 시간에 말씀하셨습니다만, 여전히 자유 / 의지/ 운명애 개념이 잘 안 잡히는 분들은, 위대한 전쟁에 뛰어든 주인공이 등장하는 문학작품들을 골라 일독해보심도 도움이 되리라는...)  

  

다음 시간에는 4, 5부 읽어오심 되고요. 지난 수업을 떠올리며 2, 3부도 재독해보시라는.


후기는 수영수영수영

간식은 제리언니+미영쌤


그럼 다음 시간에 만나요~

    

 

  • 수영 2015.05.08 19:27
    수업공지는 열읽은 후, 후기쓰기는 스르르륵 미루는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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