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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시간엔 바흐친의 <말의 미학> 중 '예술과 책임'과 '미적 활동에서의 작가와 주인공' 절반을 읽었습니다. 어려웠죠...어려웠습니다. 한 문장 한 문장 너무 멋있고 중요한 얘기를 하고 있는 건 알겠는데 결정적으로 무슨 말인지 모르겠더라는... ㅠㅠ 이해하고 싶습니다, 바흐친. 네, 이해하고 싶어요. 그런데말이죠, 그의 글은 그렇게 읽기 어렵지 않다는 말을 들었어요. 헉! 흠...뭐, 첫 술에 배부르겠습니까? 일단 읽어나가 보죠. 처음 사귀는데 초반부터 많은 걸 알 순 없으니. 차근차근~ 일단 바흐친은 맘에 드니까. 히힛! 시간을 두고 친해집시다.   


   '미적 활동에서의 작가와 주인공'은 바흐친이 1920년대 전반 혹은 중반기에 쓴 미완성 논문입니다. 그가 20대 중후반에 쓴 글이죠. 아무런 맥락없이 뚝 떼어내도 멋진 문장이 참으로 많습니다. 같은 말을 다양하게 변주하여 반복하고 있어서 어려운 와중에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습니다만, 뭔가 정리가 안 되고 조금 늘어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죠. 많은 부분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 논문에서 중요하게 등장하는 두 가지 개념인 '외재성', '바라보기의 잉여'를 중심으로 정리를 해볼까 합니다. 

    바흐친은 주인공과 저자의 미학적 관계를 나와 타자라는 존재론적 관계에 유비하여 사유합니다. 그래서 먼저 '나'가 어떻게 세계와 관계를 맺고 있는지부터 이야기를 시작하죠. 이게 참 낯설고 흥미로웠습니다. 그는 전통적인 주객 대립의 모델을 거부하고 안정된 자아, 안정된 세계는 없다고 주장합니다. 대상, 세계는 우리가 그것과 맺는 관계를 통해서만 규정된다고요. 때문에 자신을 알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타자'가 필요합니다. 바흐친은 '나'는 시간적, 공간적, 가치론적, 의미론적으로 자기 충족적일 수 없기에 반드시 나의 외부에 존재하는 타자를 필요로 하며 이런 타자의 필요불가결한 속성을 외재성이라고 하였습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나는 나의 탄생과 죽음, 그리고 유년의 시기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시간적으로 나의 삶을 총체적으로 파악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타자는 증언해줄 수 있죠. 이것이 시간적 외재성입니다. 공간적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나 자신을 총체적으로 바라보고 전체 상을 가질 수 없습니다. 자기 뒤통수를 볼 수 있는 사람은 없잖아요. 타자는 내가 볼 수 없는 것을 보고 세계 속에서의 나의 윤곽을 그릴 수 있습니다. 이것이 공간적 외재성입니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는 아무런 가치 평가적인 인식을 지니지 않지만 어머니, 가족, 친구, 동료, 스승의 사랑과 우정을 통해서 가치론적 차원에서 살기 시작하죠. 이것이 가치론적 외재성입니다. 마지막으로 삶의 의미를 추구하고 자신의 존재의 의의와 가치를 모색하는 나에게 타자가 나라는 존재를 긍정하는 의미론적 구심점이 되준다는 것이 의미론적 외재성입니다. 아무튼 '통합적인 나'는 절대적으로 타자의 존재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 바흐친의 존재론입니다. 주인공과 작가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인공이 공간적, 시간적, 가치론적, 의미론적으로 완성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주인공 외부에 존재하는 타자, 작가를 필요로 한다는 것. 마치 작가가 절대적인 신 같습니다만, 존재가 관계를 통해 규정된다는 바흐친의 존재론은 상호성을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존재를 규정하는 타자의 필요성 개념인 외재성은 이후 상호작용을 더 강조하는 '대화'론으로 발전하는 맹아인 것 같습니다.

 

   '바라보기의 잉여'도 자아론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개념입니다. 바라본다는 것이 뭘까요? '시야'와 '주변'이라는 개념부터 확실히 하고 넘어가얄 듯. 우리는 특정한 방식, 즉 특정한 시야로 세상을 봅니다. 주변은 아무 데서나 볼 수 있는 환경같은 건데요. 나의 주변이라고 하면 내 뒤통수까지를 포함한 환경 전부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내가 철수와 만났다고 합시다. 나와 철수는 주변은 공유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야를 공유할 수는 없죠. 나는 철수의 시야에 나타나고, 철수는 나의 시야에 나타난 것입니다. 철수는 내가 볼 수 없는 나를 보고, 나 역시도 철수가 볼 수 없는 철수를 봅니다. 이처럼 철수가 볼 수 없는 철수를 내가 볼 수 있다는 것이 철수에 대한 나의 잉여입니다. 반대로 내가 볼 수 없는 나를 철수가 볼 수 있다는 것은 나에 대한 철수의 잉여인 거죠. 다시 말해 나에 대한 잉여분을 철수가 가지고 있고, 철수에 대한 잉여분을 내가 가지고 있다는 말입니다. 하여 철수가 가진 나에 대한 잉여분때문에 내가 채워지는 거죠. 이렇게 나의 완결을 위해서는 반드시 타자가 필요합니다. 마찬가지로 주인공이 완결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저자가 필요하구요.

 

   맞게 이해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저렇습니다. 저자와 주인공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존재론부터 시작했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만, 왜 바흐친은 거기에서부터 시작했어야만 했을까요? 이건 끝까지 다 읽으면서 더 생각해 봐야겠어요. 아직 잘 모르겠음. 

  게다가 '예술과 책임'이라는 짧은 글에서는, 삶과 예술은 분명 다르지만 그 둘은 우리 안에서 통일되어 있어야 한다는 엄청난 말을 합니다. 삶 따로 예술 따로여서는 안 된다구요. 우리는 삶이라는 영역, 예술이라는 영역을 왔다갔다 하는 존재여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내가 예술에서 체험하고 이해한 모든 것이 삶에서 무위로  남게 하지 않으려면 나는 그것들에 대해 나 자신의  삶으로써 책임을 져야 한다." 이런 말들이 어려운 겁니다. 곱씹어 봐야할 말이죠. 공부가 나에게 무엇일 수 있는가. 한편으로는 괴로운 삶으로부터 도피처가 되기에,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래도 뭔가를 하고 있다는 위안을 주기에 공부만큼 좋은 게 없죠. 그래서 공부만큼 위험한 것도 없습니다. 바흐친의 이 짧은 글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습니다. 삶과 공부, 어떻게 내 안에서 하나로 통일될 수 있을 것인가. 우리 함께 생각해 보아요. 


7월 18일 공지 

-바흐친 <말의 미학> '미적 활동에서의 작가와 주인공' p.147~p.275 끝까지 다 읽습니다. 

  발제는 네 명이 조금씩 나눠서 합니다. 각자  맡은 부분 다 기억하시죠? 저는 열심히 읽어가겠습니다. 알흠다운 발제 부탁해요!

-간식은 지수가 준비합니다.



아, 새로 오는 분이 계십니다. 일정이 조금 변경되었어요. 연락처를 몰라서 공지에 남깁니다.

7월 18일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을 읽지 않고 바흐친의 <말의 미학>을 이어서 읽을 예정입니다. 이 책이 품절이라 구할 수는 없으실 테고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어 오시면 좋지만 힘드시면 그냥 오세요. 그리고 연락처 남겨 주시와요~ 금요일에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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