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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아티스트인 아람쌤이 1강 후기를 하도 근사하게 쓰셔서, 그걸 보고 수업에 오셨다는 분도 계시던데 저는 그림 구경이라고는 생전 처음인 쌩초보에 이 어렵고도 심오한 세상을 어찌 표현할 수 있을지 원.... 답답하신 분들은 그냥 수업에 오시어요! 그럼 그냥 알아요!^^

 

예술은 어떻게 생성되나

예술이란 무엇일까요? 우리는 늘 그렇게 묻지만 사실상 예술을 정의하는 일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무용하다고 쌤은 말씀하십니다. 중요한 것은 ‘예술이 어떻게 생성되는가’를 이해하는 것! 우리는 늘 눈앞에 보이는 ‘완성된 것으로서의 결과’로부터 생각하기 시작하고, 의식을 가지고 언어로 설명 가능한 것만을 진실이라고 믿으며 살아갑니다. 이런 상식의 세계 안에서 우리의 감각은 동일성과 유사성, 그 익숙한 것에 길들고, 우리는 그 감각이 느끼는 대로 동요하고 욕망하고 행위하게 마련이지요. 예술은 바로 이 진부한 이미지, 익숙한 감각과의 전투에 다름 아니며, 지성을 그 한계에까지 밀어붙여서 언어를 혼동스럽게 하고 주체와 대상의 경계를 흐리게 하며, 다차원적이고 역동적인 공간을 지시하는 새로운 ‘감각’이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굳건하게 ‘무엇’이라고 믿고 있는 어떤 것이 다른 별에서는 다른 것일 수 있는 것처럼, 현재 외관상 나타나 보이는 모습들은 시간적 공간적으로 우연히 고착된 것일 뿐이며, 다른 인연 조건과 배치 속에서는 수많은 다른 것일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것. 즉 우리가 고정된 것으로 가지고 있던 삶에 대한 관점을 완전히 뒤흔들어서 경계를 흐리게 하는 것!

그래서 예술가의 천재성이란 눈에 보이는 것 너머~ 저 한계지점까지 자신을 밀어붙이는 능력에 다름이 아니랍니다. 그 너머에서 예술가가 보는 것- 그것은 ‘그것을 그것이게 하는 고유한 힘’이고, 그는 예술이라는 형상화를 통해서 그것이 그것일 수 있는 힘을 그에게 돌려줍니다.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영 모르겠기도 하고.. 쉽지 않은 얘기긴 하지만 저는 이 구절이 마음에 쏘옥 들어왔습니다. 예술가는 그 무엇을 지배하거나 복종하는 자가 아니라, 그저 ‘그것이 그것일 수 있는 힘을 발견하고 되돌려주는 자’라는 것. 이제 그 힘은 예술가를 떠나 작품 안에서, 오직 재료의 힘 안에서 영원성을 얻으며, 제 힘으로 살아가게 되겠지요! 그 작품을 겪는 사람에 따라서 무한히 다른 모습으로 변신을 거듭하면서, 지금 이 세계가 유일하게 가능한 세계는 아니며, 우리는 얼마든지 다른 삶이 있으며 다른 내가 될 수 있다고 말해 주면서...

 

선, 드로잉, 리듬

선은 형태를 발생시키는 최초의 힘이라는 것. 선은 그 자체로 움직임이며 고유한 리듬을 포함하고 있기에, 화가가 선을 사유하고 이용하는 방식은 곧 그의 작품세계와 마찬가지인 듯합니다. 우선 이집트와 그리스, 르네상스, 바로크 시대의 작품들을 통해 선이 변해가는 모습을 살펴보았는데요, 모네 같은 인상주의 작품에서부터 선 중심의 형태가 깨지기 시작합니다. 즉 드로잉을 통해 형태를 꾸미려는 시도가 사라지고, 선의 운동감이나 리듬 대신에 하나의 면, 빛에 따른 색의 면들이 만들어내는 분위기 같은 것들이 표현되는 것이 인상주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모네의 수련이나 르노와르의 작품들을 떠올려보시면.. 뭔가가 손에 만져질 것 같고, 풍덩 뛰어들 수 있을 것 같은, 선이 사라진 그 분위기를 짐작해볼 수 있을 듯합니다.

하지만 인상주의의 끝자락에 등장한 쇠라, 사라진 선을 아쉬워했던 그는 드로잉을 통해 다시 형태를 복원하기 시작했고, 그의 작품들은 후기로 갈수록 점차 견고해지고 선적인 요소와 리듬감이 살아납니다. 그리고 클레가 자신의 두 스승이라고 했던 반 고흐와 세잔에 이르면 선들은 다시 진동하며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는데요, 고흐는 면이나 색채를 위해 종속된 (즉 형태를 만들기 위해 필요했던) 선이 아니라, 자기만의 고유한 색을 가지고 독립된 線을 통해서 특유의 작품세계를 구성하고, 세잔은 구조를 도입하여 자기의 힘을 가지고 존재하며 생성중인 사물을 포착하기에 이릅니다. 이처럼 선을 이용하는 방식에 따라 미술의 계열이 변화해가는 과정이 참으로 흥미로웠는데, 선만을 가지고 사물을 표현하는 동양화도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048Paul Klee - A further drawing for Fish Image.jpg                049Paul Klee - Fish Image.jpg



클레와 선

20년 가까운 세월을 드로잉만을 했다는 클레! 그는 선이야말로 모든 생성의 비밀을 쥐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모든 선은 자기의 힘을 가지고 관계를 만들며, 능동적인 선과 수동적인 선의 그 관계 안에서 온갖 움직임이 생성된다는 것이죠. 심지어 바람이 가는 길조차... 클레가 수많은 선의 힘들을 분석하고 연구하는 과정을 통해서( 산책하는 선, 어린애가 따라붙은 선, 후회하면서 갈까 말까 망설이는 선. 둘 사이의 관계속에 푹 빠져있는 선...) 추구했던 것은 무엇일까요? 그는 線이 화가에 의해 주어진 삶이 아닌, 자기의 삶을 살기를 바랐습니다. 즉 움직이는 것을 ‘움직이는 것처럼’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선이 작품 안에서 ‘스스로 운동하도록’ 한 것이라고 쌤이 강조하셨는데... 이 역시 알 듯, 말 듯한 얘기입니다!

그리고 40여 점의 클레의 작품들을 보았는데요... 냄새로 가득찬 공간과 긴장된 몸을 느끼게 하는 ‘냄새를 맡는 개’, 하나의 핵에서 색이 풀리고 형상이 풀려나오는 듯한 ‘핵’, 사람의 관점이 아닌 사물의 관점에서 공간을 바라본 ‘퍼스펙티브’, 인간과 동식물, 삶과 죽음의 경계가 모호하게 느껴지는 ‘햇빛으로 달구어진 식물들’, 곧 무너질 듯이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고 있는 ‘붉은 색에서 피어나는 과일들’, 황홀경에 빠진 바보, 물고기....

저는 그림이라고는 거의 처음 보는 것과 다름이 없지만, 클레의 작품들이 정말 아무것도 움켜잡고 있지 않다는 것, 아무 것도 주장하고 있지 않다는 것. 이런 표현이 가능한건지는 모르겠지만 완전히 탈주체적인, 그리고 ‘그것이 그것일 수 있는 힘’을 돌려주어 스스로 살아가게 하고 있는 작품들이라는 느낌은 분명히 들더라고요!

특히 말년의 작품들! 말년으로 갈수록 클레의 작품은 굵고 강렬한 몇 개의 선만으로 극히 단순한 형태-같지도 않은-를 표현하고 있었는데요, 쌤께서 말씀하셨듯이, 다사다난한 삶도 몸뚱아리도 다 벗어버리고 ‘마치 본질만 남은 것 같은’ 몇몇의 작품들(술취해서 쇼파에 쓰러진 수도승, 모두 나를 따르라, 별은 구부러짐을 가르치고, 붙잡히다...)은 어쩐지 눈물이 날 것 같은 감동을 느끼게 했습니다! 병이 깊어져서 거의 굳어져버린 손으로 저 그림들을 그렸을 클레....

      

     

  055Mumon drunk falls into the chair, 1940.JPG      057This star teaches bending.jpg




  • 채운 2014.10.26 19:23

    와~ 멋진 후기임다! 클레의 그림이 아무것도 움켜쥐고 있지 않다는 걸 느끼셨다니....!! 멋진 후기릴레이로군요~^^ 

  • 김덕순 2014.10.26 20:38
    이번시간 현옥선생님 근처에 앉아서 강의를 들었는데요, 중간 중간 "너무 재밌다. 재밌다." 하시던 감탄들이 후기에 고스란히 묻어납니다. 항상 신나게, 집중력있게 공부하시는 모습이 좋아서 늘 배우고 있습니다. 깊이있고 멋진 후기 감사합니다.^^

    (선생님..저 너무 부끄럽습니다 ㅠㅠ 아티스트는요..그 근처에도 못갔어요. 그저 열심히 하려고 마음만 가득한 학생입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수경 2014.10.27 09:38

    이거이거... 갈수록 뒷순번들은 후기 쓰기가 부담스러워지겠는데요 ㅋㅋㅋ

  • sun0 2014.10.30 14:40

    움켜잡고, 움켜잡고, 또 움켜잡고...... 너무나도 반 끌레적인 나이지만, 그래도 끌레 수업 듣는게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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