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6.13 21:48

황제내경 공통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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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6.13/ 황제내경소문 공통과제/ 현옥

 

조화와 변화

 

‘황제내경의 철학체계’를 읽으면서, 중국사유가 참으로 독특하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해보게 되었다. 어느 민족이건 간에 나름의 전통적인 의료의 방식이 있을 텐데, 이들처럼 자연의 법칙 속에서 정확하게 조절과 조화의 근거를 찾고자 했던 치밀한 방식이 어딘가에 또 있을까, 물론 모두들 자연에 의지해서 치료의 방식을 찾았겠지만 의지했던 근거들은 차이가 있을 텐데 그것이 무엇이었을지 문득 궁금해졌다는...

여전히 수박 겉핥기긴 하지만, 암튼 음양사상은 알면 알수록 심오한 듯하다. 음양은 ‘구체적인 사물과 그 변화’로부터 추상되어진 고도의 개념이다. 즉 변화 자체를 표상하기 위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게 놀라운 것은 불교의 空이라는 개념처럼 무한한 변화를 그저 내포하고 있는게 아니라 현실 속에서의 변화의 방향과 양상을 구체적으로 예측하고 드러내보일 수 있다는 거다.

 

“이처럼 음양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고 보는 관점은 무한한 변화, 즉 복잡한 病變을 설명할 수 있는 근거가 되었다. 음양을 이렇게 생각하게 된 것은 자연의 다양한 현상부터 인체의 복잡한 구조까지를 하나의 원리로 설명해내고자 했던 노력의 결과인 것이다. 음양은 인체 내의 특정 부위나 현상을 나타내는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라 구체적 사물과 현상의 변화로부터 추상해낸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사물의 성질과 상태를 보여주는 것이다.” (p169)

 

변화 그 자체를 표상하는 음양이라는 개념이 궁극적으로 ‘사물의 성질과 상태’를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라면, ‘사물의 성질’ 또한 고정된 것이 아니라는 얘기가 된다. 어떤 고정된 개체의 성질이 있어서 변화를 겪는 것이 아니라 변화 속에서 그때그때 드러나는 것이 개체의 성질이라는 것. 이건 나라는 주체가 있어서 변화를 겪는게 아니라 ‘변화 속에서, 변화를 겪어내는 태도로 드러나는 것이 나’라는 얘기와 똑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우리는 자신에게서나 타자에게서나 늘 ‘동일하게 느껴지고 보여지는 성질’을 확인하게 되는 것일까? 물론 타고난 기질이 있기에 그 성질이 일정한 성향으로 드러나는 것이야 당연하다고 하겠지만 문제는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똑같다는 건데, 이거야말로 변화 속에 살면서 조금도 변화하지 않았다는 가장 적나라한 증거가 아닐까?

사실 우리는 대부분 변화하고 싶어하고 지금과 다른 삶을 꿈꾼다. 왜? 지금 자신 앞에 놓인 삶이 뭔가 부조화스럽게 느껴지기 때문에. 우리가 ‘조화’에 대해 머리 속에 가지고 있는 표상은 ‘여러 가지가 섞이되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딱 맞아떨어져서 거슬림이 없을뿐더러 그 상태로 더 이상 변하지 않은 채 안정을 유지하는 최상의 어떤 상태‘가 아닐까? 이런 조화의 상태로 가기 위해 변화하고 싶어할 때 그 변화는 두 가지 방식으로 일어나야만 한다. 현재 나의 조화를 깨뜨린다고 여겨지는 대상(그게 돈이거나 사람이거나 혹은 사회같은 환경이거나 간에)이 변하거나, 아니면 내가 변하거나. 아주 미련한 사람이 아니라면 자신이 변해서 조화를 얻는 방식을 택하겠지만 그 또한 내가 열심히 노력해서 외부를 바꾸는 방식(스팩을 쌓거나, 돈을 많이 벌거나, 좋은 차나 집을 사거나...)일 뿐이지 나 자신을 아예 바꾸는 방식은 아닌데, 이때에 생기는 문제는 뻔하다. 내가 열심히 노력해서 ’조화‘라고 생각하는 목표에 겨우 도달했건만 이미 상황은 또 변하고 말았다는 것. 좋은 대학만 가면 되는 줄 알고 참고 또 참으면서 공부했는데, 막상 가보니 취직이 남았고, 취직하고 보니 결혼, 결혼하고 보니 자식, 노후 등등으로 끝없이 조화를 깨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거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내가 어떤 목표를 정할 때는 지금 경험하고 있는 현실을 고정시켜 기준으로 잡는 것인데 이미 변화자체가 그 본질인 삶을 내가 어떻게 따라잡을 수가 있겠는가? 변화를 이런 방식으로 사유하면서 그나마 조화를 경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현실에 대한 소박한 만족‘ 뿐일 것이다. 황제내경소문의 ’상고지천편‘에는 ’상고시대의 사람들은 백세가 되도록 살았는데 요즈음 사람들은 왜 그렇지 못한가‘라는 황제의 질문에 대해 ’질박함‘을 통해 답하는 장면이 나온다.

 

“... 그러므로 그들이 먹는 음식을 아름답게 여기고 그들이 입는 옷을 마음대로 하였으며 그들의 풍속을 즐겼으며 높은 지위에 있는 자나 낮은 백성이라도 상대방의 처지를 부러워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그 백성을 질박하다고 했습니다. 그런 이유로 즐기고 탐하는 것에 눈이 피로하지 않았으며, 음란하고 사특한 것에 그들의 마음이 현혹되지 않았으며, 어리석은 자나 지혜있는 자나, 어진 자나 어질지 못한 자나 모두가 사물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므로 도에 합치되었습니다.”(p28)

이 부분을 처음 읽었을 때 나는 ‘어리석은 자나 어질지 못한 자’가 어찌 道에 합치될 수 있는지를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는데, 이 글을 쓰며 생각해보니 아마도 아무것도 탓하지 않고 현실에 자족하는 ‘소박한 자기만족’을 말하는 듯하다. 노자나 이반일니치가 문물이나 제도와 같은 知(제도교육)을 차라리 접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말하는 것도 이런 이유일 듯.

그러나 이런 방식은 ‘제대로의 공부’의 인연이 닿지 않는 경우에 해당하는 차선책일 수밖에 없으며, 조화를 모색하는 궁극적인 방식은 결국 인간이 ‘우주자연의 무한하지만 항상한 변화’의 법칙 속에 한 귀퉁이로서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우리가 만일 그 사실을 이해한다면, ‘조화’라는 것에 대해 이제껏 가져온 표상 자체를 바꿀 수밖에 없다.

“(음양은) 언제나 서로 대립적인 것으로 드러나면서도 하나로 통일되려는 성질을 지닌다. 이것이 바로 조화이며, 이 조화의 원리를 이용하여 인체 내의 기능을 조절하는 것이 내경에 담긴 치료법의 이론적 근거이다. 그러므로 음양이 치우치지 않고 어우러지는 것을 성인의 법도라고 보았으며, ‘음양이란 천지의 도이다. 만물의 기강이고, 변화의 부모이고, 죽이고 살리는 근본의 시작이다’ 라고 보았다.”(황제내경의 철학체계,p170)

그러니까 조화는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맞아떨어지는 부동의 어떤 상태’가 아니라 ‘끊임없는 대립을 품고 있으면서도 아슬아슬하게 통일을 유지하고 있는 변화의 한 양상이며, 더구나 찰나의 상태’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조화가 ‘언제라도 조화를 깰 수 있는 대립’을 품고 있을뿐더러, 여전히 변화하고 있는(더구나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중의 찰나일 뿐이라는 것! 처음으로 이 점을 이해하고 보니 사실 무척 놀랍다. 이렇게 어려운 것을 그토록 간단히 생각하고 목표를 세우고 얻을 수 있다고 여겼다니 가소롭기도 하지 원!

어쨌거나 이제는 부단한 우주의 변화 속에서 어떻게 조화라는 항상성을 아슬아슬하게나마 유지하고 살 수 있을지를 생각해봐야 할텐데, 그 유일한 방법은 ‘우주의 변화가 나라는 개체 안에서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관찰하고, 그에 맞추어서 변화하려고 애쓰는 것’ 밖에는 없는 것 같다. 거친 비유지만 TV 속에서 보는 연예인들이 10년이 지나도 거의 변하지 않는 그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실제로는 날마다 피나는 운동을 하고 변화를 모색하듯이 말이다. 그러고 보면 聖人이나 君子 혹은 强者는 남을 제압할 만큼 역량이 뛰어난 자가 아니라, 그 어떤 변화 속에서도 치우치지 않고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자, 그 아슬아슬한 조화의 균형상태를 항상적으로 이룰 수 있는 자인 것 같다. 다시 말하면 변화의 달인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그게 곧 스피노자가 말하는 변용능력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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