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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주 우리조 모임은 마치 부흥회 같았다고 해야 하나? 겉보기엔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차분한 가운데 간간히 웃음이 터지기도 했지만, 속에서는 뭔가 탄산수 같은 게 지속적으로 터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답니다. (나만 그랬나?) 재길샘께서는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공통과제 땜을 제대로 해주셨답니다. 일단 본인도 모르는 게 많을 뿐더러, 동양의학의 담론들이 완전히 다 믿기지는 않는다고 전제하시고선, 그럼에도 침뜸이 크고 작은 병증들을 치료하고 건강한 몸과 삶을 만드는 데 얼마나 큰 도움을 줄 수 있었는가를 그간의 임상 경험들을 들어가면서 설득력 있게 풀어놔 주셨지요. 침이나 뜸을 6개월 정도 지속해보면 장부를 비롯해 몸 속에 있는 묵은 질환들이 사라지고 얼굴색까지 눈에 띄게 달라진다고 하네요. 돈 안들이고 자기 몸을 지키는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침과 뜸이라고(그 중에서도 뜸을 적극 권유하셨다는). 다녀간 많은 사람들을 시술해 오신 분의 말씀이라 다들 솔깃했고, 이참에 아조 철학이니 형이상학 같은 골치 아픈 고담준론 따위 다 내던지고 바로 의학의 세계로 달려들 기세들이었지요. 아마 다음 주에는 토론방에서 직접 시술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싶기도...^^ 확실히, 의학이란 게 몸이나 건강과 직결되는 분야라서 다들 환호작약했던 게 아닐까 싶네요. 재원의 발제가 잼나고 실감났던 것처럼, 은남 샘이나 수영, 혜원의 과제들도 다들 흠미진진했는데요, 그만큼 평소에 관심들이 많았다는 방증이겠지요. 그동안 쭈욱 확인해 온 것처럼, 개체의 몸이야말로 어쩌면 이 우주의 모든 것들이 깃들고 관통해가는 소우주라는 걸, 우리는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알아채고 그에 맞는 실천들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나 할까요. ‘의 차원에 대한 우리의 이같은 관심에 대해, 채운 샘은 이를 원리나 이론의 차원과 결합시킬 수 있어야, 나의 지혜 및 자기 구원의 문제와 접속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하셨지요(재길샘께서는 앞으로 그간의 경험을 글로 정리해 오시는 걸로~~~). 이런 저런 얘기들을 거치고 난 후 우리가 내린 결론은, ‘동양의학이 우리의 몸과 삶을 자유케 하리라였답니다. <황제내경>을 공부하다보면 정말 그런 생각이 좀 들지 않나요? 주위에 동양의학 공부하다가 남은 생을 도인으로 살아가는 분들 한 두분 쯤 있을 텐데, 그런 분들 중엔 아마 한 소식 제대로 접한 분들도 분명 계시리라 싶습니다. 어찌됐든 더 깊이 들어가지 못하고 언저리만 맴돌다 가는 것에 아쉬움을 표하는 사람들이 좀 있었답니다.

 

    강의의 첫머리에 메르쓰에 관한 언급이 잠깐 있었습니다. 전염병이나 역질의 창궐은 우주의 기운과 때가 맞물려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기에, 그로 인한 모든 문제를 일개 정부의 실정이나 국가적인 차원의 것으로 환원시킬 수 없다는 것. 비판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비판을 하되, 좀더 거시적인 차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요지였지요. 더불어 우리 인간의 인위적인 행위조차 자연과 별개의 것으로 분리된 채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에, 이같은 역병의 생성과 같은 자연의 움직임과 변화에 인간의 활동과 그로 인한 기운의 장이 자연 전체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해 보자고도 하셨고요. 그러고 나서, 이번 시간에는 주로 <황제내경> 3편까지의 내용을 쭈욱 훑어보았네요.

    역시. <황제내경>은 마음과 몸을 대하는 지금까지의 우리의 시선을 오히려 낯선 것으로 받아들여보게 만듭니다. 그간 우리가 어떤 사람을 이해하고 다가가고자 할 때 들이미는 척도라는 게 얼마나 빈약하고 협소한 것이었는지요. 그런데, 이 책 <황제내경>은 우리의 몸과 마음의 A-Z까지 모두에 천지의 기운이 들어와 작동하고 있음을 보아야 한 사람을 제대로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참으로 대단하고도 놀랍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 채운 샘 말마따나 이 책을 읽다보면 언젠가 몸과 마음이 깨지는 시기가 문득 도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과언이 아닌 듯요. 자신의 몸과 마음, 우주, 정서, 질병, 관계 등에 대한 일체의 헛되거나 거짓된 표상에서 벗어나 이 모든 것들을 있는 그대로 바로 볼 수 있는 자유를 얻을 수 있으리라는 것이지요. 부흥회 같았던 토론 분위기도 여기에서 비롯되었던 것일 테고요. 물론, 이같은 변화의 시작과 끝은 음양의 오묘한 원리를 깨닫는 것에 있을 겁니다. 음과 양. 차이 나는 이 두 개의 힘이 상호 보완하고 대립하는 가운데 만물의 생성과 변화를 만들어낸다는 것. 이들은 물론 개별적인 상태나 힘으로서가 아니라 늘 서로가 서로에게 소용이 되는 방식으로, 상생과 상극의 모순적인 관계 속에서라야 스스로 움직이고 뭔가를 만들어내고 이루어내는 힘으로 작동한다는 것. 이런 사유가 체계화되기까지 무수한 시간이 흘렀을 텐데, 이같은 관점이 의 손길과 그 농단을 대체할 만한 세계의 운행 및 질서 구성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을 역사의 특정 국면을 생각하면 가슴이 마구 쿵딱거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운행과 창조-줄리앙 뭐시기-’라는 제목의 책이었던가요? 그거 한번 꺼내 들춰 보고 싶은데, 어디에 쳐박혀 있는지 찾을 수가 없다는~~)

    여태도 우리가 확인해 온 것처럼 음양오양의 체계는 고도의 추상적이고 논리적인 사고의 산물임에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얼 통해 그 힘의 작용을 확인할 수 있는 걸까요? 당연히 사시의 변화입니다. 현대과학의 상식적인 관점에서 생각하면 그 이치야 당연히 태양을 중심으로 한 지구의 공전과 자전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얘기해 버릴 수 있겠지만, 그렇게 말해 버린다고 다 끝나는 건 아닐 겁니다. 그 안에는 또 우리의 지식으로 접근할 수 없는 얼마나 많은 미묘한 것들이 개입해 있는지요. 당장에, 태양과 지구의 관계라는 것만 해도, 그것들이 왜 그렇게 자리 잡아 그런 식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지 알 수 없고, 그 밖의 천체를 이루는 요소들은 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함부로 입을 놀려 말해 버릴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한다는 겁니다. 여튼, 사시의 변화라는 것이 음양오행이 드러나는 가장 결정적이고도 구체적인 방식이니 만큼, 우주 자연의 질서에 우리의 몸을 맞춘다는 것은 결국, 계절의 변화에 따라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황제내경>의 전제적인 요지 또한 여기서 멀지 않습니다. 사계절의 변화는 만물이 나고 자라고 수확하고 저장하는 근본이 되므로 이 법칙에 순응해 삶의 모든 국면에서 모자라거나 넘치지 않게자기 자신을 조절해 가야 주어진 생을 온전히 누릴 수 있다는 겁니다. 따라서 양생법이라는 것도, 양기가 승한 봄과 여름에는 양기를 보양하고 반대로 가을과 겨울에는 음기를 보양해서 타고난 원기를 훼손하지 않는 것이고요. <황제내경>은 이같은 기본적인 입장에 바탕해, 우리의 몸과 마음이 온 우주 만물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어떻게 맞물려 돌아감으로써 제 역할과 기능을 유지하고 있는지, 그 메커니즘을 정교하고도 체계적으로 밝힌 책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다음과 같은 대목들을 보지요.

 

남쪽은 여름에 해당합니다. 양기가 매우 왕성하여 더위를 생성하는데 이 더위가 화기를 낳습니다. 화기는 쓴 맛을 낳고 쓴 맛은 심장을 기르고 심장은 피를 만들고 피는 비장을 기릅니다. 신기는 혀와 관련이 있습니다. 이 때 음양의 변화는 하늘의 여섯 가지 기운 중의 더위가 되고, 땅에서는 오행 중에서 가 됩니다. 신체에서는 혈맥에 해당하고 다섯 가지 자익 중에서는 심장에 해당하고 오색으로 따지면 빨간 색입니다. 오음 중에서는 에 해당합니다. 오성 중에서는 웃음소리인 에 해당합니다. 인체의 변동 중에서는 기가 거꾸로 치밀어 오르는 기역에 해당합니다. 이목구비 중에서는 혀에 해당하고, 다섯 가지 맛 중에서는 쓴 맛이고 정서 변화 중에서는 기쁨에 해당하지만 두려움으로 기쁨을 억제할 수 있습니다. 더위가 기를 상하게 하더라도 한기가 열을 억제할 수 있습니다. 쓴 맛이 기를 상하게 하면 짠 맛으로 쓴 맛을 억제할 수 있습니다.

 

    이걸 두고, 억지스러우니 비합리적이니하고 까는 건 얼마나 쉬운지요. 좀더 좋게 말해, 이런 방식으로 세계가 돌아간다고, 아니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던 근대 이전의 순수하고 소박한 의식의 산물로 봐주고 넘어갈 수도 있겠지요. 근데 맞고 틀리고를 떠나 확실한 거 한 가지는, 이처럼 우리의 몸과 정서, 의식 들이 외부의 생물학적, 사회적인 조건들과 결코 분리된 채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경험적이고 구체적인 일상의 차원에서 분명히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거게서 비롯한 앎과 지혜, 수천년간 사람들이 믿음직한 것으로 받아들여 왔던 그 패러다임이 근대 과학의 그것으로 대체되었을 뿐이라는 건데, 문제는 그게 우리의 몸과 삶을 들여다보는 접근틀로 완벽하지 않을 뿐더러 이미 그 한계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러니, 우리 처음엔 좀 거슬리고 의구심이 생기더라도, 제대로 들어가서 이해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그런 거지요?(사실은, 저한테 하는 소리~~!^^)

   수업 시간에 성실히 필기를 못해, 그 주옥같은 말씀이 제대로 담기지는 못한 거 같은데, 중간중간 그 흔적들은 다 보이시죠?() 글고... 드뎌 에세이 주제가 확정됐다는 것도 다들 기억나시죠? “나와 우주, 그리고 도써놓고 보니 또, ! 이토록 어마무지한 제목으로 뭘 써내야 ᄒᆞᆯ지 심히 난감하지만, 나의 몸과 마음에 대해, 그리고 누군가 무언가와 함께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지금까지 배운 것들을 녹여내서 풀어보라고 하십니다. 한 달여 남았는데, 그간 읽엇던 것들 꺼내 서서히 복습을 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 마무리를 향하여~~~~~.(왜 이리 쓸데 없이 길어진건지... 이짓도 더 이상  못했먹겠네.....)

 

1. 읽어올 책 : <황제내경소문> 중권 제19

2. 발제 : 박수영

(이사 준비하랴 바쁠 텐데 선뜻 손을 들어 줄 수 없었다는..., 고생하시구랴)

3. 간식 : 혜원, 완수샘

4. 다함께 : 공통과제와 맹자 암송

 

   다음 시간은, ‘서촌 규문에서의 마지막 시간입니다. 더 이상 통인시장 김밥이며, 먹자 골목의 그 맛난 것들을 먹지 못한다는 걸 의미? 그래, 이번 주에는 수업을 일찌감치마치고 뒤풀이를 하러 간다고 하니, 몸도 마음도 가볍게 오시면 되겠습니다. 토요일에 뵈어요. 안녕.

  • 은남 2015.06.23 21:27

    19권 읽다가 천장한번 쳐다보다 그러고 있는데 반장님 긴글 읽으니 지금 뭐하고 있는지 실감중입니다.

     매번 고맙습대이~ 뒤풀이때 한잔 꼭 드립죠~ 

  • 수엉밥 2015.06.25 14:33

    발제자로서 댓글을 남기자면....

    제가 요즘 이사 준비로 바쁘..........    다  연막 임미다~~^~~ㅋㅋㅋㅋ

    다만 발제하기에는 언제나 맴이 바쁠뿐msn013.gifmsn013.gif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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