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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회근 옹의 <주역 계사>에서 출발한 우리의 공부가, <중국 사유>, 그리고 <중용>, <중국 인성론사>를 거쳐 <황제내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음양’ ‘오행’, ‘(, )’ ‘시중’ ‘’ ‘그리고 등 중국 사상사를 가로지르는 핵심적인 개념들을 만나 왔는데, 어떤 개념에 대한 자기식의 이미지나 의미의 체계가 만들어지셨는지요. 쉬운 일은 아니지요. 저도 이렇게 쓰면서 하나하나 머릿속에 떠올려 보는데, 갑자기 머릿속이 뒤죽박죽 되면서, 그동안 내가 뭐 한거지 하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허탈함 내지는 두려움까지 슬며시 고개를 디미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우리에겐 아직 비빌 곳이 남아 있습니다. 바로 <황제내경>! 그동안 배운 우주나 존재, 인성과 도덕, 그리고 정치의 문제를 관통하는 중국 철학의 핵심 키워드들을 죄다 끌어안고 지금 이 순간도 변화와 무상의 여울목을 지나는 중인 ’, 징글징글하고도 서럽디 서러운 우리의 몸을 다루고 있는 게 <황제내경>이 아니던가요? 허니, <황제내경>을 읽어가면서, 그동안 배운 것들을 하나하나 호명하고, 그것들을 구체적인 우리 몸의 문제와 연결시켜가며 단단하게 다져나가봐야 하겠지요.(암만, 그래야겠지요. 에세이에서 뭔가 하나라도 건지려도 한다면...)

 

   저희 조에서는, 수영이 과제로 내놓은 몸과 공부의 문제에 대해 많은 얘기들을 나누었습니다. ‘우리의 공부가 애초부터 삶과 사유를 하나로 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한다면, 당연 공부하면 할수록 더 몸이 건강해져야 하는데 우리의 현실은 왜 그러지 못하는 못하냐는 거죠. 다들 평소에 그 문제들로 고민을 해 오셨는지, 구체적인 논의가 이루어졌는데요, 저만 해도 수년 째 공부란 걸 하고 있으면서도 금요일 저녁이나 에세이 발표주만 되면 심신이 요동을 치고 무기력해지면서 여지없이 일시적인 환자 모드로 돌입해 버린단 말이죠. ? ? ?

수영이나 현옥 샘, 그리고 그 자리의 학인들 모두, 공부에 대해 갖고 있는 아상들을 내려놓지 못하기에, 다시 말해 무얼 하든 누군가와 함께 하든 무상으로서 관계 맺지못하기 때문이라는 데 동의들 하셨지요. 다들 조금씩 변해가고 있고, 또 누군가는 공부의 효험을 보고 계시다고도 말씀들 하셨는데, 공부를 안하고 말 게 아니라면 이 문제는 두고두고 안고가야 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더불어, ‘변화와 조화에 관한 현옥 샘의 공통과제도 일독을 요하는 좋은 글이었는데요, ‘금주의 인물은 누가 뭐래도 재길 샘이었답니다. 직접 침뜸을 시술하시는 의사이신지라 사상의학서부터 경락등에 이르기까지 우리 몸과 관련해 쓸만한 정보들을 쉴 새없이 풀어놓으셨는데,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등을 보면 모든 걸 알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오장 육부의 질환 상태가 이 아니라 등짝에 더 확실하게 징후와 흔적들을 남긴다는 것이지요. 해서 다들 등을 까보이고 확인해 보고 싶어하셨지만, 그럴 수 없어 입맛만 다시고 말았다는... 그리고 은남 샘께서는 현대인이 갖고 있는 자연스러움에 대한 강박에 대해서도 의미 있는 말을 남겼네요. 자연의 회복력이나 자가 면역력을 믿고 어린애 병원 안 보내고 치료해 보겠다고 했다가 주위에서 미쳤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는데, 그렇담 이 시대에 진짜 자연스러운 삶은 어떤 것이냐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지요. 천지의 조건이나 상황이 예전 같지 않은 오늘날, <황제내경>의 가르침대로 살아보겠다고 하는 건, 확실히 음양의 변화에 따르는 삶이 아니란 거지요. 이를 두고 채운 샘께서는, 앞으로는 인간의 의식을 구성하는 것이 천지가 아닌 시대가 올지도 모르고, 그 때는 그 새로운 무언가가 우리의 오장육부와 의식을 형성하는 자연이 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그 때는 또 거기에 맞춰 살아야 되는 거 아니겠냐고 말씀하셨죠. ‘자연이 단순히 물리적인 실체가 아닌 바에, 그 원리나 이법에 따라 사는 게 만만치 않은 건 분명한 거 같습니다.

   

우리는 사실 우리 자신에게 필연적으로 낯선 존재로 있고, 우리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며, 우리 자신을 혼동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 가장 먼 존재이다라는 명제는 우리에게 영원한 의미를 지닌다. 우리 자신에게 우리는 인식하는 자가 아닌 것이다. ~~ (중략) ~~ 물론 (내 논문을) 읽는 기술을 연마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오늘날 그만 잊혀지고 만 한 가지 일이 필요하다.-그러므로 내 저서를 읽을 수 있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그 한 가지 일을 위해서는 거의 소처럼 되어야지 어쨋든 현대인이 될 필요는 없다. 즉 이는 되새김질 하는 것을 말한다.....

 

   아실 만한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니체의 <도덕의 계보>의 서문에 나오는 말입니다. 채운 샘이 강조하시는 바를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몸을 대하는 지금 우리의 모습과 앞으로의 공부 태도에 대한 적실한 지적이라 보았기 때문입니다 이념적인 대의도 물건너 가고, 정신분석학 같은 서구적인 분석틀이라는 것도 빤한 것으로 판명난 데다, 위대했던 수행의 전통도 사라진 이 마당에 우리는 어떻게 우리의 몸과 마음, 그리고 욕망의 문제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인가? 이거야말로 우리 시대의 진정한 화두이자, 우리 공부의 궁극의 승부처가 될 것이라(는 투로) 일갈하셨지요. 당연히, 음양오행의 체계에 바탕을 둔 역의 철학과 의학이 그 대안이 되어야 하는 것이겠고요. 근데, 재원이 공통과제에 쓴 것처럼 이 고대 동양의 사유를 그대로 믿고 따르게 되지 않는다는 것이 사실. 역철학이나 동양의학이 서구적인 합리성의 틀로 쉽게 설명이 안되는 탓에, 비과학적이고 신비주의적인 전근대의 사유체계로 치부되고 마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죠. 이에 대해 채운 샘께서는, 음양오행은 세계와 인간을 설명하는 한 방식이자 패러다임으로, 이는 종교처럼 믿고 안 믿고의 문제로 받아들일 것은 아니라고 계속 강조하셨답니다. 단지 음과 양이라는 차이나는 두 힘들의 끊임없는 상호교섭과 분화를 통해 이 거대 우주와 나아가 인간의 몸과 정신(소우주)까지를 설명하고 하고 있는 이 사유체계를 통해 우리 자신을 발견하고 더 잘 알 수 있다는 것이지요. 더구나, 푸코나 들뢰즈와 같은 현대 철학자들이 제기한 문제라고 하는 것들도 여기서 크게 멀지 않고, 우리가 몸담고 살아가고 있는 이 자본주의 체제가 양산하는 불가해한 욕망과 삶의 문제에 접근하는 데도 유효한 분석틀이 될 수 있다고 하시네요.

 

앞으로 우리가 공부해 갈 의학과 관련해 좀 덧붙여보지요. 동양의학의 기본적인 전제는 우리의 인체를 소우주, 즉 천과 지 사이에서 그것들의 기운 가운데, 그것들과 더불어 움직이고 변화해 가는 존재로 본다는 점입니다. 한 마디로, 음양의 원리가 우리 몸 속에도 그대로 들어와 있다는 것. 그러니 내 몸의 변화는 우주의 변화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것이고, 그 변화에 자연스럽게 순응하고 조화를 이루는 것을 동양의학은 목표로 삼게 됩니다. 당근, 음양의 변화에 따른 조화를 신체가 제대로 구현해내지 못할 때 병이 난다고 보는 것이지요. 그러고보니, 중세 이전의 서구의학 이라는 것도 이쪽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던 듯합니다. 서양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히포크라테스 또한, 때에 맞추지 못하는 삶을 건강의 가장 큰 적으로 보았다고 하니까, 우주자연의 질서에 우리를 맞추는 문제가 핵심이었던 거지요. 여튼, <황제내경>은 이러한 생각에 바탕해 우리 몸의 실체와 메커니즘을 아주 소상하게 밝혀놓은 책임에 분명합니다. <황제내경> 말고도, 五臟六腑에 관한 정행규 선생의 자료를 읽었는데, 역시 핵심은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고 하는 유기체론적 체제였었던 것 같습니다. 얼굴과 장부가 연결되고, 그 장부는 또 감정의 상태와 연결되고.... 그리고,  에 관한 프린트에서는, 두 글자 모두에 자가 들어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우리는 지기를 흡입해야 신체의 조화를 유지할 수 있는 존재라는 의미라고. 그나저나, 이쯤해서 우리 그 동안 미뤄왔던 그 를 제대로 눈여겨 읽어 암송할 정도가 되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황제내경> 64쪽을 보시면, ‘오행귀류표가 있습니다. 자주자주 들여다 보시길요~~~.  이것저것 할 게 많아 좀 정신사납고 어지러우셨으리라 싶습니다. 무엇보다 큰 틀과 전제를 놓치지 말고, 그 안에서 세부적인 것들 중에 필요하다 싶은 것들을 잘 챙겨나가면 좋을 듯합니다. 다음 주 공지합니다.

 

1. 읽어 올 내용 : <황제내경 소문> 3.

2. 발제 : 윤재원

3. 간식 : 곽은남 샘, 그리고 한분 누구였지요?

4. 다함께 : 공통과제 및 맹자 암송

 

생각해 보니 서촌에서의 날들이 얼마남지 않았어요. 한번 떠나면 다시 오기 힘들겠다 싶으니 좀 아쉽기도 하고요. 해서 일찌거니 끝내고 나가서 경복궁 근처서 저녁이라도 함께 하면 어떨지 조심스레 제안해 봅니다. 어떠신지요. 토욜 뵈어요. 안녕.

  • 수엉 2015.06.16 09:37

    와--- 어마마한 정리도 좋았지만, 마지막 제안은 더 좋습니당:-}msn032.gifmsn032.gif

  • jerry 2015.06.16 12:40

    간식은 은남샘과 홍자매님입니다.

  • 채운 2015.06.17 13:55

    안 그래도 '서촌시대'를 마감하며, 지난번에 미뤄둔 모임을 제안하려 했었는데... 역쉬 반장님은 반장님이시로구만요.^^ 이번주는 다른 일이 있으신 분들이 있다 하니, 다음주(6월 27일)에 모여 이사와 이런저런 얘길 나누면 좋을 듯합니다. 반장님도 좋으시지요?

  • 은남 2015.06.18 11:31

    어째 공부보다 잿밥이 더 적성이 맞는 것 같으니 어쩌면 좋아요!! 넵 6월 27일 뒷풀이 똥그라미 체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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