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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행산맥과 여량산맥 사이 계곡에서 시작한 晉은, 정복군주 헌공 때, 서쪽으로 강대국 秦, 북쪽은 적(翟)과 국경을 맞대고, 동남쪽으로 중원을 바라보는 하내(河內)까지 진출합니다.


서쪽 秦에서는 목공이 덕망 있는 신하들을 등용해 기틀을 다지고 있었고, 멀리 동쪽에서 齊 환공과 관중이 나름 일관성 있는 도의정치를 펴고 있을 때, 晉 내부는 어수선합니다.


헌공은 육식남의 전형 같습니다. 아들이 많은 중에 쓸 만한 아들도 셋이나 되는 데다, 정작 마음에 둔 아들은 여융족 여희가 낳은 어린 해제였으니, 헌공의 의중을 읽은 나라 안의 대부와 신하들이 저마다 어디에다 줄을 대야 할지 셈법이 복잡했나 봅니다.


 이번 주에는 기억해야 할 신하들이 몇 있네요. 순식(荀息)과 이극(里克), 그 밖에 비정, 여생, 극예(기예)가 있습니다. 이들은 혜공이 된 이오(夷吾)의 배신극에서 주연급 조연들입니다.


 태자 신생이 죽자, 중이는 적(翟) 땅으로 도망가고, 이오는 극예의 조언을 따라 양(梁)으로 가서 숨어 지냅니다. 여희의 여동생은 도자(悼子)를 낳습니다.


 헌공 26년 여름, 제환공이 소집한 규구(葵丘)의 회맹에 헌공이 아파서 지각을 하던 중에, 주나라 사람 재공(周之宰孔)을 만납니다.

재공이 말하기를, “제환공이 더욱 교만해져서 덕을 행하지 않고 먼데까지 공략하려 하니(齊桓公益驕, 不務德而務遠略), 제후들이 평안하지 못합니다(諸侯弗平).

굳이 가지 않으셔도 됩니다. 晉을 어떻게 할 수 없습니다(君弟毋會, 毋如晉何).“

君弟毋會에서 ‘弟’는 아우가 아니라, ‘단지 다만’이라는 뜻이고요.


 헌공이 아파서 가다 돌아오고 병이 더 위중해지자, 순식을 불러 이르기를,

“내가 해제를 왕으로 삼고 싶으나 아직 어리니 대신들이 복종하지 않고 난을 일으킬까 두렵다(吾以奚齊爲後, 年少, 諸大臣不服, 恐亂起). 그대가 그를 세울 수 있겠나(子能立之乎)?”

‘以A爲B: (A로써 B를 삼다)’의 용법을 기억하시고요. 은남샘~


이때 순식이 딱 한마디 합니다: “能.”


헌공: “何以爲驗?” 어떻게 보증할래? ‘驗’은 ‘효력을 보장한다’는 뜻입니다.


순식: “使死者復生, 生者不慙, 爲之驗.” 이 말은 중요한 말이래요. 직역하면 “죽은 자가 다시 살아난 것처럼 하고, 산 사람은 부끄럽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使'가 뒤에 나오는 말들에 다 걸리고요. 즉, 죽은 헌공과의 약속을 저버리지 않을 것이고, 자신이 신의를 지켜 부끄럼이 없도록 하겠노라는 말이랍니다.


 순식이 재상이 되었고, 9월에 헌공은 죽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중이를 지지하는 이극과 비정이 중이를 올리려고(里克·邳鄭欲內重耳), 신생 중이 이오 삼공자의 무리들을 데리고 해제를 치려 합니다(以三公子之徒作亂).

 ‘欲內重耳’에서 ’內‘은 ’들일 納‘과 같은 뜻.


 그들은 순식에게 “진과 진이 서로 돕는데 그대는 어떻게 하겠소(秦·晉輔之,子將何如)?” 묻습니다.

晉 헌공의 딸이 秦 목공의 부인이잖아요.

순식은 꿋꿋하게 “吾不可負先君言”, 선왕의 말을 저버리지 않겠다고 합니다.

 ‘負’는 ‘등에 지다, 저버리다’라는 뜻입니다.


 헌공 죽은 지 한 달, 10월에 상가에서 이극이 해제를 죽이고 헌공 장례는 중단되어요(里克殺奚齊於喪次, 獻公未葬也).

 ‘상차’에서 ‘次’는 ‘처소 임시거처’라는 뜻으로, ‘상차’는 ‘상가’가 됩니다.


순식은 따라죽으려다 사람들의 말에 따라 해제의 이종사촌 도자를 왕에 올려 헌공의 장례를 지냅니다(或曰不如立奚齊弟悼子而傅之, 荀息立悼子而葬獻公). 여희가 가만히 안 있었겠지요. 


하지만, 11월에 이극이 조정에서 도자를 죽이자 순식은 따라죽습니다.

이에 사람들은 순식을 칭찬합니다.

시경에 ‘흰옷에 묻은 반점은 갈아낼 수 있지만 말의 잘못된 점은 그럴 수가 없다(白珪之玷, 猶可磨也, 斯言之玷, 不可爲也).’ 즉 순식이 “能”이라고 한 것이 잘못된 말일지라도 저버릴 수 없다(其荀息之謂乎! 不負其言)는 뜻입니다.

오랫동안 순식은 충신의 대명사였대요. 유종원이 『국어』를 비판하면서, 군주가 미혹되었을 때 바로잡지 않은 순식이 잘못했다고 비판할 때까지 말입니다.


사마천은 옛날 헌공이 여융을 칠 때 점괘부터 문제가 있었음을 상기시킵니다.

‘이가 화가 된다(卜曰“齒牙爲禍).’ 입에 뼈를 물고 이빨이 서로 씹는다는 것은 망할 날이 얼마 안 남았다는 거랍니다. 여희를 데려와 총애한 것이 진의 분란을 가져왔다는 시각입니다(及破驪戎, 獲驪姬, 愛之, 竟以亂晉).


  이극 무리가 왕위에 오르라고 하자 중이(重耳)는 사양(謝)합니다.

“아버지 명을 어기고 도망친 데다 돌아가셨을 때 상가에 서 있지도 않아서 자식의 예를 다하지 못한 나는 면목이 없다(負父之命出奔, 父死不得脩人, 子之禮侍喪, 重耳何敢入)!”

이와 다르게 이오는 왕이 되려 합니다(里克使迎夷吾於梁. 夷吾欲往).


하지만 여생(呂省)과 극예(郤芮)는 의심합니다.

“나라 안에 있는 공자를 세우면 될 텐데 밖에서 구하는 걸 보면 믿기 어렵습니다(內猶有公子可立者而外求, 難信).

그리하여 秦을 뒷배를 봐줄 후원자로 삼으라고 합니다.

 “秦에 가서 강대국의 권위에 의지하지 않고 들어간다면 위험합니다(計非之秦, 輔彊國之威以入, 恐危).”

 ‘非’는 뒷문장 전체에 걸려 ‘~이 아니면’이라고 해석합니다.


이오는 극예를 秦에 보내 후한 뇌물(厚賂)을 주며 약속합니다.

“바로 들어갈 수 있으면 하서 땅을 주겠소(卽得入, 請以晉河西之地與秦乃使郤芮厚賂秦).”

‘得’은 ‘能’과 같은 말입니다.


나라 안의 킹메이커 이극에게는 “정말로 그대를 분양 땅에 봉하겠소(誠得立, 請遂封子於汾陽之邑).”라고 꼬십니다.

 ‘遂’는 ‘반드시’로 해석합니다.

 

 秦목공의 군대를 뒤에 거느리고 이오는 晉에 입성합니다. 제환공도 습붕(隰朋)을 보냅니다.

晉 땅에서 秦과 齊가 패권을 과시한 것이고, 이오 역시 나라 안의 세력가들을 위협하는 것이지요(秦兵與夷吾亦至晉, 齊乃使隰朋會秦俱).

이오는 혜공이 됩니다.


제환공은 이때 고량 땅까지 왔다 돌아갑니다(齊桓公至晉之高梁而還歸).

제나라 사람들은 동쪽에서 서쪽까지 왔다가 대충 목적을 이루면 그냥 돌아가는 습성이 있다고 합니다. 살기 좋은 동쪽바닷가 고향으로 얼른 돌아가 버리는 거래요. 그래서 제 군대는 비겁의 아이콘이랍니다.

제리샘 말씀으로는 이 시대의 내전에 무력이 강한 두 나라가 평화유지군으로 참여한 것이라 하네요. 晉나라를 안정시켜 翟과 秦의 세력으로부터 주나라 질서를 유지하고 제나라의 패권을 확인하기 위해 고량땅까지 왔다 갔대요.


 그런데, 이오는 즉위하자마자 비정을 秦에게 보내 변명합니다.

 “처음에 하서땅을 군에게 드리고자 했고 다행히 들어와 왕이 되었습니다만(始夷吾以河西地許君, 今幸得入立).

대신들이 ‘땅은 선왕의 땅인데 지금 왕이 밖에 있었으면서 어찌 제멋대로 秦에게 허할 수 있나(地者先君之地, 君亡在外, 何以得擅許秦者)?’ 하니

과인이 그들과 다투어 이길 수 없습니다. 그래서 쏘리입니다(寡人爭之弗能得, 故謝秦).”

‘擅’은 ‘제멋대로 하다, 임의로 막하다’입니다. 대신들 핑계를 대고 있네요.


이극도 숙청해야죠. 4월에 주襄왕이 기보(忌父)를 보내 秦과 齊 사신들과 함께 晉혜공을 예방하는데요(四月, 周襄王使周公忌父會齊·秦大夫共禮晉惠公).

가뜩이나 주위 강대국들의 움직임도 신경 쓰이는데, 이극이 외국에 있는 중이와 손을 잡고 난을 일으킬까 두려웠던 혜공은, 이극에게 죽으라고 명합니다(惠公以重耳在外, 畏里克爲變, 賜里克死).


“그대가 아니었으면 내가 왕이 되지 못했겠으나(微里子寡人不得立. 雖然), 그대 또한 두 왕을 죽이고 한 대부를 죽인 마당에(子亦殺二君一大夫), 그대를 위해 군주가 된 나는 난감한 일 아니냐(爲子君者不亦難乎)?” ‘微’는 ‘아닐 미’

 

 이극은 “있는 군주를 폐하지 않고서 왕께서 일어날 수 있었을까요? 저를 죽이고자 한다면 아마도 핑계거리가 없지 않겠지요(不有所廢, 君何以興? 欲誅之, 其無辭乎)?”

‘辭’는 ‘핑계거리’이고, ‘雖然’은 ‘그러나’입니다.


“결국 이렇게 말씀하신다면 명을 받겠습니다(乃言爲此! 臣聞命矣).” 


그러고는 결국 칼 위에 엎드려 죽고 마네요(遂伏劍而死).

이 시대에는 귀족에게 형벌을 내리지 않았다네요. 그나마 귀족다운 존엄한 최후를 맞은 것만도 다행이었겠어요. 이극이 누구입니까? 태자 신생이 동산 정벌에 나설 때 병이 있다고 마다하며 함께하지 않았던, 처신의 달인이지 않습니까?

비정은 진에 사신으로 가서 돌아오지 않아서 화를 당하지 않았다고 합니다(於是邳鄭使謝秦未還, 故不及難).


 나라 안팎으로 싸가지 없이 식언을 한 이오의 깊은 뜻을 알 듯도 합니다. 강대국 틈바구니에 끼이고, 나라 안에서는 권력 기반이 약했으니 어떻게든 살아남는 게 우선 과제였겠지요.


 은남샘처럼 꼼꼼하게 못 써서 죄송하구요. 후기 쓰는 게 이렇게 진땀나는 일인지 처음 알았고, 선배님들께 다시 한 번 고마움을 느낍니다 꾸벅

  • 은남 2015.05.13 13:48

    수영쌤 후기를 저보다 훨~얼 깔끔하게 잘 쓰셨어요..수업빼먹었는데 그림이 줄줄 그려지며 잘 읽혔어요..

    진세가가 이렇게 재미난줄 몰랐는데...오마야 후기 쓰는거 내려놔야 되는건가! 수영쌤도 어디 후기쓰는 한꼭지를 맡으시면 참 좋겠어요..고저 초보들은 후기부터 열심히 쓰야해요!!! 

  • 하동 2015.05.13 14:23

    와~~ 그림이 확 그려지는 생생한 후기네요. 감사해요. 은남샘께서 놀라시는 것도 무리가 아닌듯~~^^ 어디서 후기 쓰는 한 꼭지를 맡으시라고~~?ㅋㅋ

  • jerry 2015.05.14 11:19

    싸가지 이오의 속마음을 헤아려주니 저승의 이오가 고마워하겠어..ㅋㅋ 요점정리 잘 된 후기 땡큐! 담시간은 수업 일찍 시작하는 관계로 한주 쉬어요... 다음 시간에는 이오의 정치가 본격적으로 전개되니 기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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