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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는 시댁에 다녀온 여파로 마음이 풀어진 상태로 간신히 수업만 다녀왔기 때문에..  (그래도 열심히 수업은 들어야겠다, 했었는데, 사기가 진도를 너무 많이 나가는 걸 보고, 앗, 이런, 약간 자포자기가 되었어요. 에라, 이번주는 그냥 놀아버리자. ) 과제도 안하고 가서 내용을 잘 모르는 채로 조모임에 참석한 데다가, 모두 방대한 기존의 공부량 + 동서양을 넘나드는 공부범위를 자랑하셔서, 잘 알아듣지 못했어요. 필기는 열심히 했는데, 그 필기를 못 알아보겠기도 한 난처한 상황이어요. 그날 조모임 끝에 이런 상황을 설명하고 하청(?)을 애원하였으나, 모두 외면하였어요. 설상가상으로 제리언니가 그럼 못해온 공통과제를 올리렴, 이라는 부담스러운 해결책을 제시하셨지만, 그건 제가 외면하였어요. 아무튼, 이렇게 변명만으로 몇줄이나 이미 분량을 채웠다는 생각에 마음이 놓입니다.


우선 제가, 30여 쪽이라도 읽어본 중용의 소감을 말하자면, 남노인보다 이동환샘의 글이 훨씬 좋습니다. 왠지 논리적이고 앞뒤가 맞고 체계적이고 유식해 보여요. 읽으면서 만족스러웠어요. ( 이 분의 글이 훨씬 교과서적이어서 그런가봐요. 제도권 공부에 익숙한 저로서는 이상한 번역체의 지난번 논문이나 남노인의 글 보다는 이 글이 더 느낌이 좋았어요.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2주 간의 숙제는 다시 제대로 할게요.)  요 앞부분을 읽어서 그런지 그 부분의 토론 내용만 귀에 들어왔어요. 가장 공감되었던 내용은 유교의 인간에 대한 무한한 긍정이 인상적이었다는 것. 유일신에게 모든 것을 기대는 기독교를 비롯한 여러 서양의 종교들에 비해, 유교는 정말 인간의 지위를 하늘이나 땅과 같은 자리에 두고, 인간의 여러가지 잠재력, 가능성에 대해 무한긍정하잖아요. 동서양의 이런 차이의 원인이 무엇일지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척박한 환경(노예생활이라던가, 기름지지 않은 땅)과, 굶주림을 벗어나기 위한 약탈경제가 일상이었던(해적질, 노략질을 영웅시-오디세우스,  대항해시대) 서양에 비해서 중국은 굳이 바다로 나갈 필요가 없었던,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었다는 거예요. 이런 환경 속에서는 자기 자신에 대한 긍정이 생기는 것이 당연하다는 얘기를 나눴어요. 봄이 되면 잎이 나고, 여름에 무성해져서, 가을에 풍성하게 결실을 맺는 것을 풍족히 누리다 보니, '자연은 역시 선하다'는 식의 발상이 자연스러웠을 거예요. 인간도 이러한 자연의 작용으로 태어난 것이면, '선함 속에서 나왔으니 인간은 선하다'는 거죠.


 사실 저는 절대자에게 기대고, 한없이 나약한 자신에 대해 긍정하고, 책임을 다 절대자에게 떠넘기는 편이 훨씬 마음이 가볍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 모든 짐을 내가 다 진다는 생각, 세상에 믿고 의지할 데가 없이 결국 나 자신을 내가 구원해야 한다는 생각, 내가 어디론가 더 나은 곳으로 나아가서 무언가 더 이로운 존재가 되고, 다른 사람들을 돕고 만물을 돕고.. 암튼 그런 모든 책임감들이 너무 무겁게 느껴지거든요. 유가에서 말하는 이상적인 삶은 매일매일 노력해서, 죽을 때까지, 뭔가 개미처럼 일해서, 하나씩 쌓아가는 것 같은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그게  참 피곤하고 고달프게 느껴져요.


 이거랑 비슷한 느낌으로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요. 규문에 들어와서 맹자와 주역을 공부하고, 아르바이트로 노자랑 중용 이야기를 듣는 환경에 놓인지 이제 2개월인데, 이게 다양한 성인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뭔가 이렇게 살아야겠다거나 노력해야겠다거나. 아무튼 그런 생각들이나 결심들이나 그런 걸 많이 하게 되었어요. 낯선 텍스트이다 보니 더 똑똑히 들리는 느낌이라고 해야 되나? 좀 신선한 충격 같은 걸 받게 되는 문장도 간혹 있고 그래서, 어떨 땐 구체적으로 아, 남편에게 이렇게 해야겠다거나, 엄마에게 이렇게 해야겠다거나, 앞으로 이렇게 살아야겠다거나 그런 생각들을 하거든요. 그래서 처음에 내가 맹자 읽는 여자니까, 남편에게 좀 착해지게 되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꺼낸 적도 있었죠. 근데 요즘 느끼는 건, 역시 인간은 쉽게 변하는 게 아니에요. 제가 그 동안 착해진 게 아니라, 저는 그런 저의 착하다고 생각한 저의 행동들을 다 기억하면서 화나 짜증이나 분노를 그냥 억눌렀던 것 같아요. 난 너를 위해 이렇게 착하게 바뀌어왔는데, 넌 왜 나의 이런 것들을 안 알아주는 거냐며, 오히려 이 전에 공부하기 전에 화냈을 분량보다 몇 배의 분노(억울함과 서러움이 합쳐진)를 폭발시키는 저를 보았어요. 그러면서 미친듯이 생색을 내고 싶어 하고, 뭔가 잘하면 알아주길 바라고, 내가 착해진 것이나 나아진 것이나 그걸 칭찬해 주기를 기다렸다는 걸 부끄럽게 알게 됐죠. 성인은 만물에 이런 저런 것들을 베풀 때 생색은 커녕, 도움 받는 대상들이 그런 것들을 성인이 베풀었다는 것도 알아 채지도 못하도록, 자연스럽게 그런 것들을 이룬다고 했죠. 역시 전 멀었다는 생각을 해요.


 이런 의미에서, 유가의 매일매일 조금씩 나아지려고 노력해서 조금씩 성인 비스무리하게 변해가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돼요. 이게 참 치열하게 사는 것이고, 정말 매일매일 해야 하는 것이고, 중간에 무너지더라도 다시 쌓아가야 하는 것이라는 것, 그걸 누가 알아줘서도 아니고, 그냥 그것이 우리의 본성이어서라는 말이, 지금 노력할 마음이 있는 상태에서는 격려로 다가옵니다. 아무튼, 이렇게 분노하는 저 자신을 부끄럽게 여기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 지금의 이런 형편없는 상태가 이제 보이기는 한다는 것이 나아진 점이라고, 그 동안 내가 나 자신만 옳다고 주장하며 살아왔구나를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고 모두 위로를 해 주셨어요. 사실 이젠 거기에 더하여서  '반구저기'라는 말까지 떠오르는 상태가 되었죠. 만사에 나에게서부터 문제점을 찾아야 한다는 거잖아요! 아는 게 늘어갈 수록 해야 할 것들이 많아집니다; 이걸 해야 한다고, 목록을 만들어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숨 쉬듯,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렇게 할 수 있게 되는 날이 언젠가 오기를 바랄 뿐이에요.


아유, 갈길이 머네요.

이번 주는 후기인지 일기인지 모르겠는 글이었습니다.

토요일, 완성한 과제를 가지고 만나요!

  • 제리 2015.05.05 20:51

    우아앙... 단락 나누기 좀.. 따다다닥 붙은 글 읽기 힘들다.!! 분량은 채웠구나ㅋㅋㅋ

  • 재원 2015.05.06 00:18
    단락 나누기 접수~~ 흐흣.. 분량 채우기의 압박 ㅋㅋ
  • 하동 2015.05.05 22:53
    맹자 읽는 녀자~~ㅋ 별놈의 여자가 다 있네~~앞으론 맹녀로~~ㅎ 암튼 배운대로 열심히 살고 또 공부하는 모습, 보기 좋아요.
  • 주녀맹녀중녀재원 2015.05.06 00:35
    주역 읽는 녀자~ 주녀~ 맹자읽는 녀자~ 맹녀~ 중용 읽는 녀자~ 중녀~ 다 안예쁘군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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