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일 목요일

<이브의 밥상> “다시, 노동을 사유하자개강 박두!!

개강맞이 대 수다!!




 밥상 차린 그녀와 밥상 앞에 앉은 그녀의 수다 수다! 


 

  우리를 지배하는 물적 토대를 전방위적으로 남김없이 싸그리 공부해 보자는 취지의 <이브의 밥상>, 지난 시즌, 경제의 역사를 문화인류학의 시선으로 살펴봤습니다. 하여 최소한 태초에 물물교환이 있었다!”는 고정관념은 산산조각이 났죠. 경제학이 제시하는 물물교환->돈의 탄생->신용거래의 도식은 엄청난 거짓말이었던 겁니다. 인류학이 발견하고 제시한 증거는 전혀 다른 세상을 보여줍니다. 인간의 삶은 신용을 중심으로 돌아갔다는! 태초에 물물교환이 아니라 부채가 있었다는! 지금과 같이 등가교환으로 작동하는 세상은 인류사 최근의 이례적인 사건이라는! 오홀~ 이것 말고도 모스나 바타이유의 어렵지만 놀라운 통찰도 우리의 굳은 머리를 세게 강타했었죠. 흥미진진한 시즌이었습니다. ^^

  그리고 4! 다시 새로운 밥상이 차려졌으니! 2015년 한 해는 노동의 해가 되겠습니다! 물론 노동을 하는해가 아니라 치열하게 사유하는해가요. 노동을 다시 꼭꼭 씹어 먹어보자며 맛갈스런 밥상을 차린 그녀(영은)와 차리기가 무섭게 덥썩 자리에 앉은 그녀(선영)의 수다를 통해 아직 눈팅만 하고 망설이는 분들께 슬쩍 미끼를 던져볼까 합니다. (하하! 그런데 이걸 빌미로 그녀(영은)는 동갑내기 그녀(선영)에게 맛난 밥과 차를 얻어먹었다는~ ^^;;)

 

영은(이하 그녀 은) : 자자, 세미나 공지가 뜨자마자 일등으로 신청한 이유를 한 번 말해 보시오!

 

선영(이하 그녀 선) : 하하! 그냥 관심 있는 주제였어. 내가 했던 일들이 회사의 인사제도를 설계해 주는 거였거든. 다시 말해 사람들을 교육하고 평가하고 보상을 주면서 최대한의 성과를 내도록 하는 사원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었지. 일이 그렇다 보니까 자연스레 도대체 일이란 뭐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내 일이 인간을 그야말로 인적자본으로 보고 관리하는 거니까. 이게 철학적 고민이 있어야 하는 건데 정작 일을 할 당시에는 그런 고민은 없었어. 내가 일을 그만둔 건 단순히 너무 힘들어서였거든. ^^;;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야 진정한 고민이 시작된 것 같아. 도대체 일의 의미는 뭐지? 나는 뭘 하고 싶지? 뭐 해야 하지? 의미 있는 삶이란 뭐지? 이런. 그래서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 비영리단체에 들어가게 된 거고. 지금은 거기에서도 나와 그 인연으로 그곳에서 비정기적으로 일을 받아 먹고 살고 있지만. 암튼 계속되는 고민은 돈을 삶의 중심에 두지 않고 최소한의 돈만 벌면서 어떻게 재밌게 잘 살 수 있을까 하는 거야. 다시 회사에 들어가고 싶지는 않거든.

 

그녀 은 : 고민은 다 비슷한 듯해. 어떻게 살아야 하지? 이거잖아. 나도 회사 다닐 때 그런 순간이 왔거든. 소모되는 느낌, 갉아 먹히는 느낌이 나를 온통 뒤덮는 순간이. 그런 생각이 드니 정말 견딜 수가 없더라. 마침 하고 있던 공부를 좀 더 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었고. 공부를 하라는 신의 계신지 이런 저런 여건이 맞아떨어져 회사를 그만두고 여기 규문에서 공부를 하게 됐던 거고. 하고 싶은 걸 하고 있지만 요즘 내 고민도 비슷해. 어떻게 공부를 하면서 먹고살 수 있을까, 오래오래 말이야. ^^ 난 아직 공부를 시작할 때 가졌던 질문의 답을 찾지 못했거든. 나는 왜 공부가 하고 싶을까 하는. 아마 답을 얻기까지는 시간이 꽤 오래 걸릴 듯

 

그녀 선 : 나는 너와 달리 하고 싶은 게 있는 게 아니라서 더, 의미 있는 일을 하고자 하는 것 같기도 해. 어차피 하는 일, 사명감이라고 갖고 하자, 뭐 이런 거? 근데 이것도 아닌 것 같고. ㅠㅠ 이참에 공부하면서 이런 저런 엉킨 내 생각들을 정리해 보고 싶어.

 

그녀 은 : 생각해 보면 우린 노동을 굉장히 협소한 의미로 사용하는 것 같아. 노동 하면 돈, 직업만 떠오르니까. 돈이 나오지 않는 노동은 다 무용한 것이고, 직업 안에서 이뤄지지 않는 노동은 다 야메가 되잖아. 어렸을 때 발을 곧잘 삐곤 했는데 그때마다 난 쌀집아저씨한테 가 침을 맞았거든. 요즘 같으면 큰일 날 소리지. 일을 폭넓게 보면 그냥 인간이 하는 모든 활동인데 말이야.

 

그녀 선 : 그렇지. 규문에 와서 공부하는 활동은 생산성 즉 돈이 나오는가 나오지 않는가 하는 노동의 차원에서 보면 하등 쓸 데 없는 일이잖아. 하지만 내가 돈을 바라고 규문에 오는 건 아니니까. 새로운 일을 맡기 전까진 <밥상세미나>가 내 모든 활동의 중심이 되겠지. 암튼 요즘, 올해엔 내 활동을 어떻게 구성할까 고민 중이야. 먹고 살아야 하니까 돈을 벌지 않을 순 없지만 그건 변두리고 어떤 재밌는 활동들을 중심에 놓을까 생각 중. <밥상세미나>도 그런 재밌는 활동 중 하나고.

 

그녀 은 : 하고 싶은 일과 먹고 사는 일. 이건 꼭 대립되는 걸까. 누구나가 이걸 고민하잖아. 하고 싶은 걸 하면서 먹고 살면 정말 좋겠지만 대부분이 그게 안 되니까. 요즘 뮤생(뮤지션의 삶)이라는 팟캐스트를 듣고 있는데 음악 하는 사람들 참 처절하더군. 뭐 음악인들만 그렇겠어? 소위 예술한다는 사람들, 문학한다는 사람들이 다 그렇지. 이렇다 보니 예술, 문학=무용한 일이 되어 버렸잖아. 그런데 그것 없이 인간이 살 수 있나. 단순히 먹고 사는 게 문제라면 우리가 동물과 다른 게 뭐야? 그 무용함, 플러스 알파가 인간을 만드는 거잖아. 그것 때문에 고달픈 거기도 하고. 당신도 나도 다 예술하고 싶은 거 아냐? 그 무용하다는 것, 쓸 데 없다는 것을 중심에 두고 싶은 거 아냐?

 

그녀 선 : . 돈이 중심이 아닌 삶! 그렇다면 어떤 삶일 수 있는가 그걸 모색하고 싶은 거지. 그래서 이런 공부를 하고 싶은 거고. 같이 고민하고 길을 모색해 보는 과정이 재밌는 것 같아. 같이 하면 무거운 고민이 좀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더라고. 물론 그렇다고 문제가 금방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

 

그녀 은 : 맞아. 혼자 하는 고민은 그저 자기 생각의 미로 속에서 헤매는 것밖에 안 되지. 일단 공부하면서 내가 어떤 생각 속에 함몰되어 있는지를 보는 것이 중요할 듯. 올해 만날 텍스트들 속에서 생각의 길을 열어 보자고. 같이 하는 학우들과 에너지를 주고받으면서 말이야. 스파크가 파바박! 튀는 세미나가 됐음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해주게나. 그래도 당신이 세미나 유경험자니.

 

그녀 선 : ^^;; 어떻게 살아야 하나, 이런 고민은 살아가는 동안 계속하게 될 텐데 이걸 허심탄회하게 그리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데가 많지 않아. 게다가 정치경제학에 대해 공부하는 프로그램이 많이 있는 것 같지도 않고. 이런 분야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왔으면 좋겠어. 아까도 말했지만 같이 고민하면 좀 더 쉽게 느껴지니까. 같이 길을 모색해 보자구요!

 

그녀 은 :  여러 사람이 와서 이런저런 고민들을 함께 이야기할 수 있었음 좋겠다. ^^ 수고수고!! 4월에 봐~~우리 신나게 달려보자궁.

 

그녀 선 : , 그때 봐~ 내가 밥 사고 차 샀다는 거 꼭 적어줘~ ㅋㅋ 



 세미나에서 그녀들의 유쾌한 수다가 기대된다면 <밥상세미나>에 지금 바로 등록하세요! 당신들의 수다따위 조금도 기대 안 하지만 나도 한 수다 한다 하시면 지금 바로 등록하세요! 우리 격하게 놀아 봅시다!! 



  • 수경 2015.03.23 17:39

    선영 선생님, 무서운 일 하는 분이셨네요. 사원 평가관리 설계라니... 이런 이질적(?) 존재 덕분에 밥상 셈나가 더 풍성해질 듯ㅋㅋㅋ  암튼 두 사람이 주거니받거니 하는 이야기가 읽는 맛도 나고 좋은데, 앞으로 세미나 후기도 이런 식으로 올려줌 좋겠드아~ 일부만이라도~  

  • 영은 2015.03.23 21:40

    ㅋㅋㅋ 이바, 당신!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거 아냐? ㅋㅋ 후기 쓸 때 내 함 생각해 보지.

  • 수영 2015.03.24 09:48
    으홍홍 멋져요~~~! 진지하고 잼난 수다×공부♥♥ 이번시즌 여로모로 화이팅입니다@!!!
  • jerry 2015.03.24 12:51

    아! 저 밥 먹는데 나도 갔어야 했는데마랴... 이 몸이 공사다망하신지라..ㅋㅋㅋ 밥상 세미나로 각자의 밥상을 책임지게 되길! 홧팅!

  • sun0 2015.03.24 13:52
    ㅎㅎ 맥락없는 왕수다가 과연 정리가 될수있을까나 싶었는데 놀랍게도 되는군(훌륭 은영!).
    세미나 시작 얼마 안남았으니 빨리들 신청하서요~ 재미질것이 틀림없는 목욜밤 놓치지 맙시다!!!
  • 채운 2015.03.24 14:04

    선&은 두 노처녀가 밥상을 차리든가 엎든가 암튼 곧 일을 낼 모양이군!! 선영, 밥상의 주역이 되려고 동사서독을 버린 것이지? 오케이, 두고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