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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 사전 탐색!

 

 

     = 이번 시즌의 주제는 예술과 윤리입니다. 그런데 이 둘의 만남이 좀 낯설어요.

    예술을 공부한다는 것이 우리가 어떻게 살 것인가와 어떤 관련이 있을 수 있을까요?  

 

 예술과 윤리는 상관없는 별개의 것으로 보입니다. 예술은 개인의 내적 감성에 관한 표현이고 윤리는 사회적 산물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예술의 아름다움과 윤리적 선함을 나누어서 생각하는 거죠. 그러나 우리가 무엇을 감각할 때 그걸 순전히 개인적인 것으로 환원할 수 있을까요? 마네의 올랭피아를 그 당시 사람들이 봤을 때와 지금 우리가 볼 때의 감성은 같을 수 없습니다. 그 시대 많은 사람들에게 그의 그림은 불쾌감을 주었습니다. 단지 소재 때문이 아니라 그의 기법이 시대적, 문화적 감수성과 맞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감성은 또 다르죠. 쾌/불쾌, 미/추 같은 감각적, 정서적 판단에는 이미 그 시대와 사회의 어떤 기준들이 내포되어 있는 것입니다.

 역으로 특정 시대의 감성은 그 시대를 보여줍니다. 디지털 시대인 지금 우리의 몸과 마음은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쏟아지는 정보의 엄청난 속도를 인간의 몸은 따라 잡지 못하고 파편화되어 가죠. 머리는 새로운 정보를 찾아 끊임없이 접속하고 신체는 점차 무기력해집니다. 이런  몸과 마음의 분리는 여러 질병을 가져오기도 합니다. 이런 시대에 우리는 어떤 윤리를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여기서 예술은 무슨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예술은 인간이 이 세상을 감수하는 능력이자 감각을 생산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몸을 떨어뜨려놓고 생각할 수 없죠. 예술은 신체를 통한 공감과 감수의 능력이며, 정보의 교환이 아니라 신체성의 교류이자 마음의 나눔입니다. 욕망의 회로가 단일화되고, 신체성이 거세되고, 테크놀로지와 더불어 마음이 요동치는  이 시대에 ‘예술적인 것’은 그런 흐름에 대한 저항으로 규정될 수 있지 않을까요? 따라서 예술의 에티카란 예술작품 혹은 예술가의 에티카가 아니라 느끼고 마주치고 저항하는 우리들 자신의 에티카일 수밖에 없습니다.  

    = 이번 시즌에도 재밌어 보이는 책들을 많이 읽는데요, 간략한 책소개를 들어볼까요?

 

‘예술의 에티카’라고 하니까 예술론이나 미학책을 읽을 거라고 생각하셨다면... 오산입니다.^^ <스텝1>에서는 예술에 관한 화두를 던져주는 텍스트를 읽을 거예요. 랑시에르는 감수성을 개인화, 탈정치화하는 ‘근대적 미학담론’을 넘어 미학의 정치성을 말하고 있습니다. ‘기술복제시대’라는 현실적 토대 위에서 작품과 창작, 관객의 배치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탁월하게 고찰한 벤야민의 텍스트는 지금 봐도 여전히 뜨겁죠. 글쓰기와 혁명의 문제를 ‘혁명적으로’ 사유한 루쉰이나, 예술을 종교적 차원과 결합시킨 야나기 무네요시의 텍스트도 우리에게 ‘핫한’ 문제들을 던질 겁니다.

<스텝2>가 텔레비전, 전통, 공간, 이미지 등 현실 속에서 미학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을 사유하는 텍스트로 구성되었다면, <스텝3>에서는 자기 시대와 혹은 자기 자신과 목숨을 건 전투를 벌인 ‘실천가로서의 예술가’들을 만나게 될 겁니다. <스텝1>에서 <스텝3>까지, 한 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 없을 듯하군요.^^

 

    = 이브는 작년 3월부터 시작해서 고대, 몸과 마음 등의 주제로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를 고민해왔

    습니다. 이번이 시즌4인데 지금까지 계속 함께 해 오신 학인들에게 이브란 무엇일까요?

    ‘이브의 얼굴’ 3인에게 물어봤습니다.

 

택원(20세. 이브가 일상인 음악가를 꿈꾸는 청년) : 이브가 저에게 무슨 의미일까 하고 생각해봤어요. 사실 뭘 할 때 곰곰이 생각하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그냥 있으면 하고 아니면 말고 그런 편이거든요. 처음 이브를 시작한 이유는 생활이 너무 나태해져 뭔가 좀 해봐야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살포시 끼워 말하자면 음악을 하려면 테크닉도 중요하지만 속을 채워야한다! 라는 생각도 있었구요. 벌써 네 번째 시즌을 앞두고 있다니. 이렇게 보니 제가 좀 대단하네요. 돌아보면 뭘 꾸준히 한 것이 처음인거 같아요. 고비는 두 번째 시즌이었어요. 첫 시즌 끝나고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막 생겼었거든요. 책읽기도 버겁고 놀고 싶기도 하고.. 물에 물탄 듯 술에 술탄 듯 두 번째 시즌도 보냈어요. 그리고 세 번째 시즌을 맞았는데,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그냥 세 번째 시즌은 당연히 해야 되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별 고민 없이 시작했고, 이제 네 번째 시즌을 기다리고 있네요. 처음엔 장난으로 말했던 건데 지금 와보니 진짜 이브가 일상이 된 거 같아요. 그냥 정말 이브가 있으니까 하는 것 같습니다. ‘이브를 안 하면 내가 뭘 하지?’ 이런 생각이 들어요. 군대를 가야해서 이번 시즌이 마지막 시즌일 텐데, 아쉽습니다. 근데 또 모르죠. 이브 때문에 군대를 미루게 될지. 아직 그 생각까지는 안 들지만 말입니다. 헤헤. 제 인터뷰를 꼭 실어야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또 한 번 제 자신이 대단해보이는군요. 이런 좋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번째 시즌이 기다려집니다! 손가락이 근질근질해요.


현정(24세. 료가 목표인 이브의 신데렐라): 전 동양 고전을 읽는 (지금은 동사서독으로 변신한!) <고전학교>부터 공부를 시작했어요. ‘회남자’니 ‘조론’이니.. 듣보잡 책들이 처음엔 너무 낯설고 어려워서 이걸 어떻게 읽나 싶었는데, 그렇게 낑낑대며 고전이란 걸 공부해나가는 게 재밌어졌어요. 그런데 가끔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었어요. 이게 지금의 나랑 뭔 상관인 건가?! 고전을 파는 공부와 현실의 문제가 어떻게 만날 수 있나, 답답했습니다. 그 때, 새로운 활력을 준 게 이브 시즌1에서 만난 책들이었어요. 단순한 사고방식이지만 아무래도 제겐 조론을 썼다는 5세기 사람 승조보다는 파농이나 루쉰, 일리히라는 제가 사는 세기와 가까운 이들이 더 현실적인 문제, 지금 당장의 문제를 말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이브 시즌2, 3에선 고대 그리스로 거슬러 올라갔지만요. 지금은 시기적으로 가깝고 멀고의 차이가 뭐가 더 현실적인 문제냐를 판가름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을 해요. 중요한 건 화두인 거 같아요. 질문 하나를 잡고 가면 고금에 상관없이 모두 핫한 사유로 다가오는 듯! 그게 어렵지만.. 이브선 다양한 범위의 책들을 가로지르며 그런 연습을 해볼 수 있어 좋아요. 이번 ‘예술의 에티카’라는 테마를 두고서도 단련해보고 싶어요. ^^


추(?세. 예술을 사랑하는 떼창이): 처음 이브를 시작하게 된건 읽고 싶은 책들이 잔뜩 있어서였어요. 좋아하는 책도 읽고 여러 사람들하고 이야기하는 것이 너무 좋았죠. 함께 이야기하면서 내가 생각하지 못한 거나 오해했던 지점들도 보게 되고 말이죠. 그런데 한 시즌이 지나고 다음 시즌으로 넘어가면서 제가 책을 읽을 때 일정한 패턴을 갖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항상 쫓기듯이 책을 읽고 엉성하게 질문만 던지고^^;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알게 되었죠. 그런데 슬픈 건 그 습관이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고로 제게 이브란~ 저의 한계를 콕! 집어주는 세미나. 힘들면서도, 계속 도전 하고픈. 이것이 이브의 중독성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