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공 인터뷰! 

20대 3인(료, 물만두, 혜원)에게 채운이 묻다! 


유 노우 캠벨? 엘리아데?종교성? 영성(靈性)?


채운쌤의 질문과 세 명의 긴 침묵.. 

20대들의 머리 위에 물음표가 한가득 떠오른 인터뷰 현장을 공개합니다^^



20대 3인에게 종교성? 영성이란?


채운 : 너희들은 캠벨과 엘리아데를 아니?

물만두 : 전혀 몰라요~

채운 : '철학과'를 나온 료는 어떤가?

료 : 음..^^ <성과 속>을 조금 읽은 게 다예요.

채운 : 읽어보니 어땠어?

료 : 성스럽다는 게 뭔지 감이 잘 안 온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경험이 없으니까요. 그나마 종교적 경험을 떠올려보면 어렸을 때 성당을 다녔었어요. 신을 느낀다거나 이런 건 잘 모르겠고, 그냥 성당에 가면 안정되는 느낌이 들었어요. 기도할 때 마음이 편안해지는 게 좋았던 기억이 나요.

물만두 : 저는 집이 불교고 해서 초파일이 아닐 때도 한 달에 두 번씩 절에 가곤 했어요. 료처럼 절이라는 장소가 주는 편안함도 있고, 옆에서 사람들이 열심히 절을 하고 있을 때 느껴지는 간절함이랄까? 그런 게 좋았어요.

채운 : 혜원이는 어때?

혜원 : (참고로 혜원은 독실한 카톨릭 집안의 딸!) 모태신앙이었고 너무 자연스럽게 다니기 시작해서 특별히 의식적으로 뭘 느끼거나 하진 않았어요.

채운 : 그럼 종교성을 갖는 게 뭐라고 생각해? 삶에서 종교성을 깊이 생각해본 적이 있어?

물만두 : 음.. 그게 정확히 뭐예요? 믿음을 갖는 건가?

료: 종교성이 뭔지 모르겠지만.. 성당에서 기도하면 마음이 편해지고.. 그런 게 좋아서 어렸을 때는 수녀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어요. 그럴 때 느꼈던 뭔지 모를 편안함 같은 거란 생각도 들어요.

채운 : 자칭 '종교적 인간'인 혜원인 어때?

혜원: 헉, 그 말 취소요. 그냥 전 평생 어떤 종교에 매여 살아서 '종교적 인간'이라 말했던 것 뿐예요.

채운 : 음.. 아까 얘기가 나왔던 엘리아데의 <성과 속>에 따르자면, 성과 속은 대립적인 게 아니라 보완적인 거라고 할 수 있는데, 우리 근대인의 일상적인 삶에서는 '성스러운 것'의 차원이 완전히 배제되어 있지 않니? 혹시 성스러운 것이 우리의 세속적 삶에서 필요하다거나 어떤 방식으로든 그런 영역을 사고해야 된다고 생각한 적은?

일동 : (긴~~~~~~ 침묵...!)

채운 : 예를 들어서 카렌 암스트롱 <축의 시대>에서 고대인들의 영성(靈性) 이야기가 나오잖아. 읽을 때 무슨 생각이 들었어?

혜원 : 고대인들한테는 영적인 영역이란 게 굉장히 일상적인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읽고 있는 저에겐 굉장히 제 삶과 동떨어진 일이라는 느낌이고..

채운 : 그렇지. 지금 우리에게는 고대인들이 지녔던 영성이 일상 안에 공존하지 않지. 그런데 논어나 서사시를 읽다보면 그들이 윤리적 판단을 내릴 때, 혹은 죽음이나 삶에 대한 판단에 있어서, 그들에겐 지금 우리가 잃어버린 영성 같은 게 있다고 느껴지지 않니? 그게 우리에겐 없구나, 그게 우리 삶에 필요하겠단 생각을 해본 적 없어? 너흰 아직 너무 어려서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나?

일동 : (또 긴~~~ 침묵^^) 

채운 : 그럼 한번쯤 생각해봐~



공부와 영성


채운 : 뜬금없지만, 너희가 존경하는 사람들은 누구야?

물만두 : 이번 동사서독에서 읽었던 루쉰이 기억에 남아요. 루쉰의 삶에서 받은 느낌을 뭐라 표현해야할지는 모르겠는데 인상적이었어요.

료 : 어.. 없는 거 같아요. 질문을 듣고 생각해보니 아무도 안 떠올라요.

혜원 : 음.. 레비-스트로스를 좋아했어요. <슬픈 열대>를 읽다보면 이 사람이 원주민들을 직접 연구하러 가서, 그저 학문적으로 조사하는 게 아니라 내가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이런 혼란스러움? 진심이 느껴졌던 거 같아요.

채운 : 우리가 누군가를 자기 인생의 정신적 스승으로 삼으려고 할 때, 그 스승의 무엇이 나를 사로잡는 걸까? 내 경험인데, 공부를 하다보면 책에서 뭘 주장했나를 떠나서 공부하는 과정 자체가 세속적 가치로 환원되지 않는 묘한 정신성을 지닌 학자들이 있어. 혜원이가 말한 레비-스트로스도 그렇고. 그가 단순히 지적 호기심만으로 그런 연구들을 하고 타자들을 배울 수 있었을까? 우리가 공부를 할 때도 대개 더 잘 하고 싶다거나 하는 세속적 가치들에 끄달리잖아? 그런데 눈에 보이는 상식적인 가치들을 가볍게 털어내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어. 또 그런 사람들에겐 공통적으로 공부하는 태도, 텍스트를 읽거나 타자의 이야기를 듣는 과정 자체에서 다른 뭔가가 있는 거 같아. 지적 교환의 방식이 아니라 그걸 훌쩍 넘어 어떤 비가시적 세계를 표현하는 거 같은 느낌... 그들은 인생에서, 혹은 타인의 삶에서 어떤 가치를 본 걸까? 그들을 추동하는 힘은 무엇일까? 난 그런 게 궁금해^^

우리가 절차탁마에서 공부 중인 푸코도 근대철학 이후 사라진 것은 영성이라고 말한 적이 있지. ‘영성’이라는 건 다른 게 아니라 어떤 앎이 삶과 긴밀하게 연동되어 있는 거라 할 수 있어. 앎과 실천, 혹은 앎과 삶이라고 부르는 문제가 따로 분리되지 않고 깊이 연동되는 이 차원은 대체 뭘까? 우린 우리가 무엇을 아느냐 모르냐가 삶과 직결되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잖아? 그래서 이걸 알아서 어디에 써먹어? 라는 질문을 하게 되고, 그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 공부는 무용하지. 그런데 그런 세속적 유용성으로 환원되지 않는 무언가가 공부에 있지 않을까. 그걸 알 수 있다면 앎과 삶이 어떻게 연동되는가에 대한 답을 그려볼 수 있지 않을까. 나도 아직 막연한데.... 신화와 종교가 그런 차원의 앎과 삶을 보여주는 것 같아.

물만두 : 어렵지만, 무슨 말인지 알 것 같기도 하고.. 아리송해요.

채운 : 나도 잘 몰라.^^ 암튼 우리가 공부하려는 건 특정한 신념체계로서의 종교가 아니라 인간에게 내재한 보편적인 종교성이랄까... 뭐, 그런 거야. 일단 이번 시즌엔 '종교의 기원'이라는 측면에서 좀 살펴보고, 다음 시즌들에서는 종교적, 신화적 차원에서 새로운 삶을 실험한 사람들을 만나보려고 해. 핵심은, <신화와 종교>라는 주제를 가지고 인류의 정신의 근원을 만나보자, 현재적으로는 우리의 삶에서 새로운 가치를 구성할 축을 만들어보자... 이거지.

혜원 : 텍스트가 어렵지는 않을까요? ㅎㄷㄷ

채운 : 노노! 어렵지 않아요~ 초큼 난해할 수 있는 <성과 속>을 제외하고는 쉽게 읽을 수 있을거야. 우리의 마음을 적셔주고, 우리의 관성적인 삶과 사고를 근본에서부터 아작내줄 텍스트들이 기대되지 않니? ㅋㅋㅋ

일동 : (^_^)



 알 수 없는 미소로 화답한 3인도 참여하는 

에티카 vs 에티카 <신화와 종교> 그 첫 번째 시즌이 2월 4일 개강합니다!

화욜 저녁을 함께 하실 이브 학인분들을 기다릴게요~


  • 채운 2014.01.21 00:53

    헐레~ 알 수 없는 미소로 화답? 너네가 마하가섭이냐! 자기미화의 달인들 같으니라구.  내 기억으론 썩소로 응수했던거 같은뎅...animate_emoticon%20(28).gif ->바로 요로케! 

  • 유빅 2014.01.21 16:09
    질문을 가장한 추궁, 취조, 혹은 협박(?)의 느낌이 사알짝~아, 아닙니다. 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