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이기도 하고 멜로드라마 같기도 하지만, 이 이야기는 진실이다. 헤어질 수 없고, 따로 떨어질 수 없으며, 홀로는 고립자인 성령에 귀 기울일 수 없는, 두 연인의 사랑이 마지막 단계에서 어떻게 되는지에 관한 끔찍한 심리학적 진실을 담고 있다. 왜냐하면 우리가 반드시 따르며 살아가야 하는 존재는 바로 성령이기 때문이다. 다음 시대는 성령의 시대다. 그리고 성령은 각 개인의 내면에 각각 이야기를 한다. 언제나, 영원히 혼령으로서. 일반 세계에 드러나는 징후는 없다. 고립자인 개인은 각각 홀로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성령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두 어셔, 다시 말하면 두 남매는 그들 내면의 성령을 배반했다. 그들은 아무런 저항감 없이 사랑하고 또 사랑하려 했을 것이다. 그들은 사랑하려 했고, 서로 융합하려 했으며, 하나가 되려 했을 것이다. 결국 그들은 서로를 죽음으로 끌고 들어갔다. 성령은 우리가 다른 존재와 결코 하나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 개인은 홀로 존재해야 하며, 오로지 어떤 한도 안에서만 다른 존재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최고의 이야기들에는 모두 똑같은 짐이 있다. 사랑만큼이나 증오도 넘치고, 서서히 소멸되며, 비밀스럽고, 지하에 감추어져 있으며, 미묘하다. 포의 소설에서 이런 지하 묘지가 등장하는 사건들은 모두 의식 밑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상징한다. 표면적으로는, 모두 점잖다. 밑에서는, 생매장이라고 하는 끔찍한 극단의 살인이 벌어진다. 소설 아몬틸라도의 술통(The Cask of Amontilado)에서, 포르투나토는 순전히 증오 때문에 산 채로 매장 당한다. 어셔가의 처녀 마들린이 사랑 때문에 산 채로 매장 당했던 것처럼. 증오라는 욕망은 증오 대상의 영혼을 소멸시켜 완전히 소유하려는 과도한 욕구다. 마치 사랑이라는 욕망이 연인을 완전히 소유하거나 연인에 의해서 완전히 소유당하길 바라는 욕구인 것처럼. 그러나 둘 중 어느 쪽이든, 그 결과는 두 영혼의 분리, 즉 각각의 영혼이 자신의 경계를 넘어섬으로서 자신을 잃고 마는 것이다.

  몽트레소의 욕망은 포르투나토의 영혼을 남김없이 집어삼키는 것이다. 그를 당장에 죽여 봐야 소용없을 것이다. 당장에 죽음을 당하더라도 인간의 영혼은 그대로이며, 연인의 가슴속으로 자유롭게 되돌아가, 자신을 그대로 드러낼 수 있다. 지하 묘지에서 자신의 적을 묶어둔 채 벽을 쌓으며, 몽트레소는 인간의 영혼이 바닥까지 굴복하여 자신이, 즉 승리자가 완전히 파멸된 바로 그 자의 자아를 손에 넣을 수 있기를 바란다. 어쩌면 정말로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런 시도 끝에, 승리자는 자신의 정체성의 굴레를 끊고, 완전한 무(無) 혹은 무한한 상태로 무너져 내린다. 괴물이 된다.

  지나친 증오에 적용되는 것은 지나친 사랑에도 적용된다. 나를 괴롭히는 자는 반드시 벌을 받으리라(Nemo me impune lacessit)라는 표어는 나를 사랑하는 자는 반드시 벌을 받으리라(Nemo me impune amat)라고 말과 같다.



늦어서 미안합니다. 꾸벅. ^^;

  • 2014.10.24 10:53
    12시 전에 올려주신 게 어딘가요..ㅋㅋ 조금 이따가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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