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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이란 뭘까요? 우리는 무엇을 인간이라고 하나요? 아니, 거꾸로 이렇게 물어보죠. 인간이, 인간이 아니게 되는 상황은 어떤 상황인가요? 노예는 인간일까요? 아닐까요? 

   지난 주에 읽은 <부채 그 첫 5,000년> 5, 6장에 그 답이 나와 있었죠. 국가나 시장이 없는 곳에서 보이는, 이로쿼이의 조가비 구슬, 아프리카의 섬유화폐, 솔로몬 군도의 깃털화폐 같은 원시화폐는 물건을 사고 파는 데 쓰이지 않고, 사람과 관계를 맺고 유지하고 다시 조직하는 "사회적 통화"로 쓰였습니다. 이런 사회를 그레이버는 '인간경제'라 개념화했죠. 인간경제가 작동하는 사회에서 모든 사람은 그 무엇과도 비교나 대체가 불가능한 유일무이하고 특별한 존재로 여겨졌습니다. 왜냐하면 각자가 다른 사람들과 독특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독특하고 특별하고 유일한 존재가 될 수 있는 건 내가 맺고 있는 관계들 때문입니다. 한 여자는 누군가의 딸이고 이모고 고모고 누나고 친구입니다. 그녀가 맺고 있는 각각의 관계가 특별하고 유일한 것이기에 그녀는 특별한 존재가 되는 것이죠. 하여 이런 경제에서 돈은 인간의 가치를 대체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인간이 다른 물건과 교환이 가능해지려면, 다시 말해 이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존재인 한 인간이 물건이나 돈으로 가치 환산되어 등가교환될 수 있으려면 무슨 일이 일어나야 할까요? 그에게서 그 유일무이성을 벗겨내면 되겠죠. 관계가 만들어낸 현존재로부터 그가 맺고 있는 모든 관계를 잘라버리면 됩니다. 그가 맺고 있는 관계로부터 그를 뿌리까지 뜯어내버리면 그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닙니다. 인간이지만 진정한 의미에서는 죽은 존재가 되는 것이죠. 어떻게 관계에서 한 인간을 뿌리까지 뽑아낼 수 있냐구요? 그것은 폭력으로 가능합니다. 전쟁이나 노예제도처럼 폭력의 수위가 높아졌을 때 그 폭력에 의해 인간은 관계에서 뿌리 뽑히게 되고 인간이 아닌 물건이 되어 교환 가능해집니다. 이처럼 폭력과 인간의 추락과 인간경제에서 상업경제로의 변질은 맞물려 있는 것이죠.  

  암튼 공동체나 가족, 동료, 친구 등과의 모든 관계가 사라진 인간에게는 어떠한 책임이나 의무, 권리도 없고 오로지 노예로서 자신을 소유한 주인과의 복종의 관계만이 존재합니다. 하여 그들에게 자유란 다시 어떤 관계를 가질 수 있게 됨을 뜻합니다. 공동체의 일원으로 친구와 동료와 가족을 갖고 책임과 의무를 지는 존재, 즉 인간으로의 복귀!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자유와는 좀 다르죠. 뭐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권리를 우리는 자유라고 부르니까요.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권리, 자유. 이렇게 자유에 대한 인식이 변하게 된 것은 고대 로마인들로부터 시작됩니다. 그들에게 자유는 다른 사람들과 상호관계를 형성할 능력이 아니라, 그가 거느린 식솔 중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던 노예들을 마음대로 이용할 권력이 되죠. 아담스미스의 시대에 이르러서 자유는 자기 재산을 자기 하고 싶은 대로 처분할 '권리'가 되구요. 나는 내가 가진 것을 내 마음대로 할 권리가 있다. 이것이 자유다! 이런 생각은 권리와 자유 역시 마음대로 버리거나 양도하고 팔 수 있다는 생각으로 확장됩니다. 국가와 계약을 맺어 나의 자유와 권리를 양도한다는 '사회계약설'은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나올 수 있었던 것이죠. 지금 우리가 회사와 계약을 맺고 나의 자유를 양도한다는 생각은 이런 긴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겁니다. 고대 로마 노예제도로부터 말이죠. 

  그레이버는 우리가 다른 삶을 꿈꾸려면 근본적으로 우리를 지배하는 낡은 인식부터 재검토해야 하지 않느냐고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노예제도는 없어졌지만 나의 자유를 양도할 수 있다는 생각은 여전하니까요. 네, 그러려고 지금 우리가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이겠죠. 힘 내서 공부해 보아요! ^^ 

  개인적으로 감기몸살로 혼쭐난 한 주였습니다. 건강 관리 잘 하시고 한 주 자알 보내시고 다음 주에 기운 찬 얼굴로 만나요~~*^^*

      


<1월 29일 세미나 공지>


읽을 텍스트:  <부채 그 첫 5,000년>(데이비드 그레이버, 부글) 

                        제7장~ 제9장까지(p.379~p.544)

발          제: 나무샘

공 통 과 제: 발제자 빼고 모두~(A4 한 페이지 분량)->꼭 숙제방에 올리세요!!

간          식: 재길샘



-이후 일정-

2/5    채운샘 강의

2/12  <부채 그 첫 5,000년> 제10장~끝

2/19  구정연휴 휴강

2/26  에세이 발표

  • sun0 2015.01.26 15:21

    이브의 밥상 시즌2가 매우 기다려진다오. 나 미리 예약~(남해로 완전 내려가는 일만 발생하지 않는다면^^)

  • 영은 2015.01.26 15:45
    오옷! 환영환영!! 곧 공지 올라갈 거임. ^^
  • 김덕순 2015.01.26 15:42

    2월 5일 채운샘 강의 - 일일청강신청합니다~ 청강료는 맛난 간식! 으로 될까요? 히히

  • 영은 2015.01.26 15:53
    영원한 이브어 덕순~ 당근 되지~ 어여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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