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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부를 하다보면 '내가 그동안 알고 있었던 건 뭐지?' 하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부채 그 첫 5,000년>도 그런 생각이 들게 하는 텍스트였죠. 그동안 내가 학교에서 배웠던 것, 그렇다고 알고 있었던 것은 다 거짓이었단 말인가! 헐~ 경제학자들은 개인들이나 국가들의 주요 활동은 물건들을 교환하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인간은 교환의 욕구를 가지고 있어서 가만히 내버려 두면 알아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물건을 교환한다는 겁니다. 물물교환이 어떤 형태의 인간관계보다 앞선다는 거죠. 그 증거가 뭐냐? 바로 '돈'의 존재입니다. 돈이 왜 만들어졌겠는가. 물물교환이 불편해서다. 나는 빵이 필요한데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장작밖에 없다고 할 때 만약 빵을 가진 사람이 다행히 장작을 원하면 교환이 성립할 터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는 문제가 복잡해진다. 하여 물물교환의 수단으로 돈이 발명되었다. 뭐 이런 겁니다. 논리적으로 그렇듯하죠. 그 시나리오를 최초로 제공한 인물이 바로 경제학의 아버지 아담 스미스입니다. 그러나 그의 논리는 공상 속에서 일어난 일에 불과합니다. 가상 시뮬레이션이었다는 말씀! 인류학이 수집한 자료에 의하면 실제로 인간 사회는 교환으로 굴러가지 않았습니다. 물물교환은 인류 최근의 사건이라는 것이죠. 

  그렇다면 최초에 뭐가 있었느냐? 물물교환이나 화폐거래가 아닌 '신용거래'가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부채, 빚이 먼저 있었다는 겁니다.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공동체 안에서 그 물건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얻었습니다. 신발이 필요하면 신발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달라고 하는 것이죠. 물론 주는 사람은 같은 공동체 구성원이므로 그를 잘 압니다. 언젠가 내가 뭔가 필요한 것이 있으면 그가 나에게 가진 것을 내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에 선뜻 자신이 가진 것을 줄 수 있는 것이죠. 교환은 오히려 이방인 사이에서 이루어졌습니다. 그가 신용할 수 있는 사람인지도 알 수 없고 또 그 사람을 언제 다시 볼지 알 수 없기 때문이죠. 공동체 구성원끼리 물물교환을 한다는 것은 너랑 다시는 관계를 맺고 싶지 않다는 강력한 의사 표시였습니다. 한마디로 "인연 끊어!" 이런 거죠.

  데이비드 그레이버는 프롤로그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부채의 역사를 씀으로 해서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인간 사회는 어떤 곳인가, 또 앞으로 어떤 존재이고 어떤 곳이 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구요. 우리가 서로에게 빚을 지고 있다는 것이 무엇이며, 또 그런 질문을 던진다는 것이 대체 무슨 의미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고자 한다구요. 700페이지 가까운 이 두꺼운 책을 읽으면서 그의 문제의식을 놓치지 말고 읽어야 할 듯합니다. 결국 그는 인간이란 존재에서 대해서 인간이 어떻게 관계를 맺어 왔고 또 맺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니까요. 그건 우리도 고민해야 할 문제죠. 

  우리는 지금 인간의 관계를 오로지 교환으로만 압축해서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인간 관계가 교환이 아니라면 또 뭐가 있을까요? 그레이버는 '주는만큼 받는다'는 상호성의 원리가 작동하지 않는 인간의 경제적 관계도 있다고 말합니다. 교환은 정확하게 상호성이 작동하는 관계죠. 그렇지 않은 관계는, 후기에서 지윤이가 잘 설명했듯, 대가를 바라지 않는 호의의 관계인 '공산주의'와 힘의 우위의 차이로 한쪽 방향으로만 물物이 흐르는-엄마와 아이의 관계같은-'계급조직'이 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듯 인간의 관계는 교환으로만 작동하지 않습니다. 공산주의나 계급조직이 없다면 사회는 굴러가지 않겠죠. "핸드폰을 놓고 왔는데 챙겨놔줄래? 다음에 찾아갈게." 이런 친구의 부탁에 그에 합당한 댓가를 기대하지 않고 기꺼이 부탁을 들어주지 않는다면(공산주의가 실행되지 않는다면), 엄마가 아이에게 아이가 바로 보답을 하지 않는다고 젖을 물리지 않는다면(계급조직이 없다면) 도대체 인간사회는 굴러갈 수 있을까요? 그러니 교환으로만 인간의 관계를 축소해 보는 것은 오히려 순진한 생각인 거죠. 교환은 인간의 상호작용 중 일부의 형태일 뿐입니다. 

  교환은 인간관계를 어떤 특별한 방식으로 인식하도록 하는데 (동등한 개인들 사이의 거래이므로) '평등'을 암시하기도 하지만 (교환이 이루어짐과 동시에 그 개인들은 서로 아무런 관계도 없어지므로) '분리'를 암시하기도 한다는 것이죠. 하여 교환관계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부채는 그 빚을 갚는 순간 둘 사이에 존재하던, 채무자 채권자라는 불평등의 관계가 깨어지면서 개인간의 완벽한 분리가 일어납니다. 인간관계를 교환으로 봤을 때 그런 관계에서 부채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무도 서로에게 빚을 지지 않는다면요? 인간들 사이의 관계는 끊어지고 서로 아무런 책임도 의무도 없는 완벽한 개인이 될 겁니다. 인간 사회는 엉망진창이 되겠죠. 이런 사회에서 엄마는 대가없이 아이를 키우려 들지 않겠죠. 또한 같은 이유로 서로에게 어떤 호의도 베풀지도 않을 거구요. 엄마의 젖을 먹는 것도, 호의를 받는 것도 반드시 갚아야 할 빚! 빚을 지는 순간 생성된 관계는 갚는 순간 다시 끊어질 겁니다. 하지만 인간 사회는 그렇게 돌아가지 않죠. 우리는 누군가의 도움으로, 또 타인에 기대서 살고 있습니다. 즉 교환속에서 일어나는 부채 뿐만아니라 공산주의, 계급조직이라는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부채도 일상다반사로 지고 살고 있는 겁니다. 그런 부채는 반드시 갚아야 한다는 의식 없이 지고 있죠. 그러고 보니 우리가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도 다 우리가 빚쟁이이기 때문이네요. ^^;;       

   암튼, 앞으로 그레이버가 부채에 대해 어떤 논의를 펼쳐 나갈지 기대됩니다. 흥미롭고 놀랍지만 분명 쉽지만은 않은 텍스트인 거 아시죠? 꼼꼼히 읽으면서 자알~생각해 보아요. ^^ 

   요즘 감기 한 번 걸리면 잘 떨어지지 않더라구요. 몸 관리 잘 하시고 다음 주에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요~   



<1월 22일 세미나 공지>


읽을 텍스트:  <부채 그 첫 5,000년>(데이비드 그레이버, 부글) 

                        제5장~ 제6장까지(p.229~p.376)

발          제: 영은

공 통 과 제: 발제자 빼고 모두~(A4 한 페이지 분량)->꼭 숙제방에 올리세요!!

간          식: 연주


-이후 일정-

1/29  제7장~제9장

2/5    채운샘 강의

2/12  제10장~끝

2/19  구정연휴 휴강

2/26  에세이 발표

  • 영은 2015.01.19 12:48

    채운샘 강의가 2월 5일로 변경되었습니다. 일정  확인하세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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