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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어....이놈의 후기가 뭐라고 이토록 부담이 될까요ㅋㅋ그건 아마 이번에 우리가 함께 읽은 책, 데이비드 그레이버의 <부채 그 첫 5,000년>이라는 제목이 주는 중압감과 그에 못지않게 심도 있는 내용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핑계는!)

   다들 인상깊어 했지만 프롤로그에는 부채의 역사를 파헤치는 이 책의 발단이 된 사건이 나옵니다. 한 변호사의 "돈은 빌렸으면 갚는 게 당연하죠."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한마디에 저자는 괴로워했죠.  (세계의 부채 회수 역할을 하는)IMF가 대출로 빈국들을 수탈하는 상황조차 도덕성 뒤에 감춰버리는, 그 상식적인 말의 위험성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레이버 씨는 부채가 쉽게 도덕의 언어로 환원돼 버리는 것에 의문을 제기한 거죠.

 그에 따르면 "부채를 바탕으로 할 경우 폭력의 희생자가 뭔가 잘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쉽습니다. 형식적으로 '평등한' 채권자와 채무자의 관계에서 채무자가 빚을 갚지 못한다는 건 명백한 잘못으로 여겨집니다. 채무자는 빚은 반드시 갚아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고통스러워질 수밖에 없구요.  여기서 그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건 바로 관계의 '평등함'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가 토론할 때 주목했던 부분이기도 한데, 그레이버는 어디에나 존재하는 도덕적 원칙 세 가지가 있다며 그것을 공산주의, 계급조직, 교환이라고 소개했지요. 공산주의는 그 이름 때문에 오해할 수 있지만 실은 일상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들(주로 작은 호의)을 설명할 원리입니다.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내 능력에 따라 행동하는 것, 아주 사소한 예로는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주는 일 등이죠. 이때 나는 뭔가를 얻기 위해 행동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에게 보답이 돌아올지 아닐지는 알 수 없습니다. 따라서 공산주의는 상호성과 무관한 원리이지요. 계급적 관계에서는 애초에 주고받는 당사자 간의 위계가 확실합니다. 위계를 받아들였기 때문에 우월한 자가 열등한 자에게 줄 때 부채가 생겨나는 일이 없습니다. 학생인 제가 직업이 있는 어른과 식사를 했을 때, 그분이 밥값을 내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상황이 해당되지 않을까 싶네요. (친구가 사준다고 할 때는 불편해서 극구 사양하거든요ㅋㅋ)이렇듯 공산주의나 계급에는 상호성의 원리가 작용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계급관계에서는 그 반대가 일어난다고 볼 수 있죠. 그러나 대망의 교환관계에서는, '평등한' 당사자끼리의 거래가 상호성에 의거해서 이뤄집니다. 우릴 헷갈리게 했던 이 상호성이 뭘까 생각해 봤는데 매우 간단히 말하면 '가는 것이 있으면 오는 것이 있어야 한다'는 논리가 아닐까요? 아무튼 이 상호성에 의해 균형잡힌 거래가 시작되면 부채가 생겨납니다. 균형이 잡혀야 할 평등한 관계에 (채무자가 빚을 못 갚음으로써)부채가 끼어드는 거죠.

   문제는 우리가 상호성에 기반한 사회를 쉽게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모든 관계를 교환원리로만 설명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인데, 그레이브는 예의 세 가지 원칙이 항상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합니다. 그렇지 않고 세상을 교환 원리로만 본다면 채무자가 빚을 갚지 못하는(그래서 상호성을 해치는) 모습을 보고 비도덕적이라고 비난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으니까요. 교환 원리의 조상격인 아담 스미스처럼 인간은 자기 이익을 추구하고 계산하는 본성을 타고났으며, 그로부터 발달한 시장에서는 상호적 관계(이것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부채들이 탕감되고 사라지게 될 것이야~하는 낙관적인 생각은 위험하다는 거지요. 사실 저는 니체가 어느 부분에서 아담 스미스와 달랐는지를...토론시간이 되어서야 이해했습니다ㅎㅎ;

  음...사실 제가 혼자 책을 읽어왔을 때 이해 못한 부분이 너무도 많아, 이건 후기보다는 혼자 정리하기 위한 글에 가까워졌는데요, 이미 아는 얘기를 또 해서 죄송...사실 저는 지난시간에 도움을 진짜 많이 받았습니다. 특히 니체 부분이나, 세가지의 도덕적 원리 부분들에서요. 4장까지 읽으니 저자가 무엇에 문제를 느끼는지는 슬슬 감이 오는데, 그래서 어쩌자는 거지?에 대한 해답은 아직인 것 같네요. 힘을 내서 뒷장을 읽어 보아요~

  저는 내일 아침에 정읍으로 떠납니당. 조금이나마 이해가 되니 이제서야 책에 재미가(아주 조금~)붙는 것 같아요. 다녀와서 열심히 읽어 갈테니, 다다음주에 뵈어요ㅎㅠㅎ

 

  • 영은 2015.01.18 10:39

    같이 얘기하다보면 각자 잘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들이 보완이 되고 풀리는 듯. 이게 같이 공부하는 재미겠지 머. 떠들다보면 끝날 때쯤엔 퍼즐맞추기처럼 얼추 그림이 완성되자너. ㅋ~ 암튼 잘 다녀오고, 다담주에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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