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저주의 몫>을 4주(?)에 걸쳐 다 읽었습니다. 물론 중간에 낀 2주는 12월 25일, 1월 1일 공휴일이서 각자 읽어야했지만요. 네~ 제가 생각이 짧았어요. 시간이 있다고 여유있게 더 여러 번 읽는 것은 아니거늘...^^;; 

  매 시간, 매 공지에, 텍스트가 어렵다고 좌절하거나 짜증내지 말고 이해가 되면 되는 만큼, 안 되면 안 되는대로 각자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읽어 나가자고 했지만,  역시 <저주의 몫>은 어렵네요. 하하하... 지난 시간, 모두, 너무 읽기 힘들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이해도 안 되는 책을 왜 읽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등등의 괴로움을 잔뜩 쏟아내며 세미나를 시작했습니다. 18년을 기획해서 쓴, 바타유 인생의 역작이라니까요, <저주의 몫>은. 이해가 금방 되는 게 이상하죠. ㅋ~ 저희는 완전 정상입니다. ^^ 

  저도,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기기가 너무 힘들어서 던져버리고 싶은 걸 참고 읽었습니다만, 머리가 아프고 진도가 안 나갈 때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내가 애초에 무슨 생각으로 이 세미나를 기획했던가, 나는 왜 이런 공부가 하고 싶었던가 하구요. 거칠게 말하자면, 내가 처한 물적토대를 좀 알자, 그래서 좀 다르게 살아보자는 것이었죠. 여러분도 아마 그런 각자의 고민들을 가지고 밥상세미나에 참여하신 거라고 생각합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바로 각자가 품고 있는 그 고민들이겠죠. 나보다 앞서서 아주 뜨거운 문제의식을 가지고 오랜 시간 치열하게 공부하고 고민하고 사유했던 이들의 도움을 받고자 우리는 모여서 공부하고 있는 거잖아요? 잘은 이해하지 못해도, 그들의 생각에 가까이 가려고 애쓰는 과정에서 이 단단하고 굳어버린 습관적 사고에 균열을 낼 질문 하나를 가질 수 있다면, 뭔가 내 삶에 변화를 줄 작은 힌트를 얻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조급해 하지 맙시다! 우리 여유있는 마음으로 각자가 품은 고민만 놓지지 말고 찬찬히 가보아요. ^^ 

  바타유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정확히 뭔지를 잘 모르겠지만, 그는 과잉 에너지(=잉여)의 소모를 통해 어떻게 지금과는 다른, 인간의 존재양식를 이루어낼 것인가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는 <저주의 몫>에서 생산, 획득을 중심으로 하는 제한경제학을 대체할, 증여와 소모의 일반경제학을 제시합니다. 일반경제학에서는, 제한경제학에서는 비생산적이기만 한 소비가 매우 중요합니다. 바타유는 그것을 '소모'라고 개념화하죠. 종교적인 제의, 축제, 사치, 향락이 긍정되는 것은 그로 인해 과잉된 에너지, 즉 생산의 잉여분이 남김없이 소비되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 잉여가 소비되지 않고 계속 축적되거나 투자되어 증식되면 과잉 에너지는 터지게 되죠. 축적된 양만큼의 위력으로! 16~17세기 종교개혁 이후 루터나 칼뱅에 의해 사치와 소비가 비판받고 배제되면서 소모될 수 없었던 에너지는 20세기 초 양차 대전으로 결국 크게 터지고 맙니다. 과잉 에너지, 잉여가 인간을 파멸시키는'저주의 몫'이 되어 버린 것이죠. 

  많이, 많이, 많이! 더, 더, 더! 많이 생산하고 많이 벌고 많이 갖는 것이 미덕인 사회. 바타유는 20세기 초에 이미 지금의 파탄을 예상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인간이 삭막하고 메마르고 파편화될 것임을요.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제한 없는 소모는 다른 사람들에게 나의 내밀한 부분을 드러내 보여준다. 그래서 소모는 고립된 존재들을 소통하게 해주는 길이라고 할 수 있다. 격렬하게 소모하는 사람들끼리는 모든 것이 투명하고, 모든 것이 열려 있고, 그리고 모든 것이 가능하다. 열광이 커짐에 따라 이제 중요한 것은 아무 것도 없으며, 폭력은 끝도 없는 자유를 얻는다."(<저주의 몫>, p.100)

  

  바타유의 시대에도 그랬지만 지금의 인간 역시도 '성장'에 매몰되어 있습니다. 즉 미래에 현재를 저당잡힌 채 많이 가지려 하고, 그 가진 것을 더 증식시키기를 욕망하죠. 하여 시간은 돈이며, 증식되어 미래의 부가 될 돈은 결코 낭비되어서는 안 됩니다. 인간은 열심히 일하고 돈을 모으고 저축하고 투자해야 하는 것이죠. 바타유는 이런 사물화된 인간에서 어떻게 '절대적 실존', '자기 자신'으로 돌아갈 것인가를 고민했던 것입니다. 그 방법이 바로 소모! 댓가를 바라지 않는 소모만이 인간을 사물이 아니라 인간으로 만드는 것이죠. 증여를 통해서만이 인간은 인간과 관계를 맺게 된다는 겁니다. 상품으로는 관계가 성립되지 않습니다. 등가교환을 통해 물건과 돈이 왔다갔다 하면 끝이죠. 하지만 증여를 통한 소모는 다릅니다. 아낌없이 주는 것, 마음을 주고 물건을 나누고 생각과 지식이 오갈 때 인간과 인간은 서로 연결이 됩니다. 너와 내가 만나는 소통, 확 열림! 아마 이걸 바타유는 '내밀성'이라고 표현한 것 같습니다. 다른 존재가 되기 위해 우리는 다른 관계를 고민해야 합니다. 나와 맺는 관계, 타인과 맺는 관계, 물物과 맺는 관계 모두를요. 바타유는 비생산적인 소모, 증여를 그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구요. 잉여 에너지는 소모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는 다른 존재가 될 수 있습니다. 그것이 각자의 삶 속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일 수 있는지 열심히 고민해 봅시다.     

  너무 거대하고 종합적이고 광범위한 이야기여서 <저주의 몫>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고 합니다. 경제, 역사, 자연, 철학 등이 모두 녹아 있기 때문이죠. 하여 Robert Sasso는 바타유의 텍스트를 '환상적인 잡화점'이라고 표현했다죠. ㅋㅋ 딱 맞는 말인 듯. 암튼, 가까이 두고 계속해서 꺼내 읽어야 할 책이란 생각이 공지를 쓰면서 새삼 들었어요. 꼭 이해해보고 싶더라는! ^^;;     

   자자, 양의 해가 시작된 지 벌써 1월의 3분의 1일 지났습니다. 앞으로도 남은 밥상세미나 열심히 잘 해봅시다요! 건강한 한 주 보내시고 다음 주 목요일에 씩씩하게 만나요. ^^


 

<1월 15일 세미나 공지>


읽을 텍스트:  <부채 그 첫 5,000년>(데이비드 그레이버, 부글) 

                        처음~ 제4장 까지(p.225)

발          제: 지연

공 통 과 제: 발제자 빼고 모두~(A4 한 페이지 분량)->꼭 숙제방에 올리세요!!

간          식: 나무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4.2개강] 다시, 노동을 사유하자 4 jerry 2015.02.03 2717
359 칼 야스퍼스의 역사의 기원과 목표 3 최다르마 2015.07.05 1586
358 [이브의 밥상] 개강 연기공지_4월 9일 개강 jerry 2015.03.30 592
357 [이브의 밥상] 4/2 공지 1 영은 2015.03.27 554
356 [이브의 밥상] 2/26 공지 영은 2015.02.16 642
355 [이브의 밥상] 2/12 공지 영은 2015.02.09 671
354 [이브의 밥상] 2/5 공지 영은 2015.02.02 1039
353 [이브의 밥상] 1/29 공지 4 영은 2015.01.25 593
352 1월 22일 후기 1 나무 2015.01.25 519
351 [이브의 밥상] 1/22 공지 1 영은 2015.01.18 599
350 1월 15일 후기 1 지윤 2015.01.18 571
» [이브의 밥상] 1/15 공지 영은 2015.01.11 586
348 [이브의 밥상] 1/8 공지 영은 2014.12.21 709
347 12월 11일 후기 2 이연주 2014.12.14 599
346 [이브의 밥상] 12/18 공지 영은 2014.12.12 650
345 12월 4일 후기입니다. 1 김지연 2014.12.11 598
344 [이브의 밥상] 12/11 공지! 4 영은 2014.12.07 1228
343 [이브의 밥상] 12/4 공지!! 5 영은 2014.11.30 688
342 11월 27일 후기 4 지윤 2014.11.29 837
341 [이브의 밥상] 11/27 공지! 5 영은 2014.11.21 14314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Next
/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