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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하. 역쉬 <저주의 몫> 짱 어렵네요. 우리 재길샘의 분노게이지를 높일 만했습니다. 어렵지만 우리 짜증내지 않기로 해요. 이 텍스트는 바타이유가 18년을 기획해서 쓴 그의 생의 역작이잖아요? 우리가 겨우 몇 번 읽고 이해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죠. 저도 한 때 이해할 수 없는 텍스트를 만나면 짜증나고 답답해서 미칠 것 같았습니다만 요즘은 누군가의 평생에 걸친 노력과 생각을 단박에 이해하려 한 내가 얼마나 오만했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공부를 한다는 건 겸손함을 배우는 일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우리 화내지 말고 바타이유의 놀라운 생각에 조금이라도 다가가도록 노력해 봐요~ 그럼 된 거 아닐까요? *^^*

   <소모의 개념>은 <저주의 몫>의 서문 격이라고 해야 할까요? 바타이유가 36세 때 '사회 비평'지에 쓴 짧은 글인데요. 그는 이 글에서 "생산과 획득이 소모와 갖는 어떤 부차적인 관계"를 밝히려고 했다고 합니다. 우리는 인간의 삶이란 생산하고 획득하고 보존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지만 바타이유는 생산과 획득은 소모에 종속된 수단들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그는 모스의 <증여론>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데요. <증여론>을 떠올려 보죠. 북아메리카 원시 부족의 대규모 급부체계인 포틀래치에는 엄청난 양의 물건들이 오고 갑니다. 증여는 줄 의무, 받을 의무, 답례한 의무에 의해 작동되는 체계였죠. 주면서 늘 더 큰 답례가 기대되었던 것은 더 많이 가지려는 소유나 보존의 욕망때문이 아니라 더 많이 주기 위해서였습니다. 즉 소모를 위해 획득하고자 했던 거죠. 그들은 소모하기 위해 생산하고 소모하기 위해 획득했습니다. 바타이유는 세계의 파멸을 막으려면 생산, 획득, 보존이 아니라 비생산적인 형태의 소비인 소모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20년 쯤 뒤인 52세 때 쓴 <저주의 몫>에 가면 에너지를 가지고 이 이야기를 이어가죠. 결코 받는 법없이 태양은 모든 것을 성장시키기에 충분하게 넘치는 에너지를 줍니다만, 하여 거기에는 언제나 잉여가 발생합니다. 생명의 성장에 쓰고 남은 에너지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 답은 비생산적인 소비인 낭비, 소모를 해야한다고 그는 주장합니다. 잉여가 소모되지 않고 축적될 때는 어떻게 될까요? 빵! 터지겠죠, 당연히. 그는 1,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것도 과잉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잉여의 축적이 많으면 많을 수록 그로 인한 에너지 폭발은 그 규모가 더 크겠죠. 그 극한이 양차 대전이었던 것이구요. 그의 주장대로라면 우리는 지금 굉장히 위험한 시대를 살고 있는 셈입니다. 두 번의 큰 전쟁으로 소모되었던 에너지가 백 년 정도 차곡이 쌓였으니까요. 

   소모. 바타이유는 단순히 물질적인 소모만을 이야기 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에너지 차원으로 보자면 모든 것이 이에 해당되니까요. 경제 뿐만 아니라 생명, 문화, 인식 등 그의 생각은 인간의 삶 전체를 망라해 있는 것 같아요. "지식의 최종적인 문제와 소모의 최종적인 문제는 같다. 파멸 없이 알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부를 도모하면서 소모시킬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영화 제목도 그런 게 있었잖아요. '죽어야 사는 여자'. 이걸 바꿔 보자면 '죽어야 사는 인간'쯤이 될까요? 인간은 남김없이 소모해야 살 수 있는 존재라고 바타이유는 주장하고 있는 것 같아요. 생명도 생각도 물질도 말이죠. 그는 지금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축적, 보존은 인간의 본성에도 자연의 순환 법칙과도 맞지 않은, 인류의 최근의 발명품이며 결국 우리를 파멸로 이끌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예언을 하는 듯 합니다. 

  빨간 목요일이 2주 연속으로 있는 관계로 다음 세미나는 3주 후네요. <저주의 몫> 남은 분량 열심히 읽고 또 앞부분도 다시 읽으면서 생각해 보아요. 도대체 바타이유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 말이죠. 소모를 지금 우리 삶에서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는지두요. 아, 참! 공동과제 주제를 '저주의 몫'이 무슨 뜻인지 나름 해석해 보는 것으로 하자고 했던 것 기억하시죠? ㅋㅋ 재밌을 것 같네요. 알흠다운 공통과제 써옵시다!! 

   메리한 크리스마스, 해피한 뉴이어 맞으시고 내년 2015년 1월에 봐요~~ ^0^   

 


 

<1월 8일 세미나 공지>


읽을 텍스트:  <저주의 몫>(조르주 바타이유, 문학동네) 

                        저주의 몫 제3부~제5부까지

발          제: 지윤

공 통 과 제: 발제자 빼고 모두~(A4 한 페이지 분량)->꼭 숙제방에 올리세요!!

간          식: 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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