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나카자와 신이치의 <사랑과 경제의 로고스> 재밌으셨죠? 물론 쉽지는 않았지만요. ㅋㅋ 쉬운 책은 없다니까요. ^^;; 

   <증여론>을 읽으면서 들었던 의문들, '도대체 모스는 무슨 얘길 하고 싶은 거지?' '우린 이걸 왜 읽어야 되지?' 등이 나카자와 신이치의 글을 읽으면서 조금은 풀렸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질적 풍요대신 정신의 풍요, 영적인 풍요를 잃어버린 황폐한 우리 시대를 바라보며 나카자와 신이치는, 모스와 라캉, 마르크스의 사상을 종횡무진 횡단함으로써 교환원리를 내재화한 우리의 단단한 인식에 균열을 내고자 합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절대적인 것인양 목 매고 있는 자본주의는 최근의 발명품이라고! 인간이 물物을 매개로 인간과 관계를 맺는 데 교환원리 전에 증여의 원리가 있었다고. 그리고 증여에서 더 나아가 순수증여가 두 원리의 토대로 자리잡고 있었다고. 

   나카자와 신이치는 말합니다. "인간이 행하는 행위로서의 '경제' 현상이 교환의 원리를 중심으로 조직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증여와 순수증여라는 다른 두 원리와 단단히 묶여 있는 전체성을 가진 운동으로 생각해야 한다"고요. 

    주위를 둘러 보세요. 무엇이 보이나요? '상품들'이 보일 겁니다. 자본주의를 지나면서 모든 것은 화폐로 가치를 측정할 수 있는 '상품'이 되었습니다. 물건을 비롯해 예술, 노동력, 지식까지 모든 것이 뚜렷한 윤곽을 갖게 되었습니다. 숫자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래야 등가교환이 가능하니까요. 등가교환의 원리로 '물'은 사람 사이를 오고 갑니다. 이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경제죠. 

    하지만 모스가 보여준 북아메리카, 남태평양 원주민의 급부체계는 교환의 원리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물'은 등가교환이 아니라 증여 즉 선물이라는 형식으로 움직입니다. '선물'에는 주는 사람의 신뢰, 애정, 영혼이 담겨 있다고 그들은 여겼죠. 그래서 물건과 주는 사람은 분리되지 않았습니다. 하여 선물은 가치를 측정할 수가 없는 겁니다. 주는 사람의 마음이 담겨 있으니까요. 확정불가능성. 이것이 증여를 이루는 중요한 특징입니다. 정확히 그게 뭔지 알 수 없는 것이, 윤곽이 불분명한 것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오고갑니다. 그것에서 영적인 것을 뜯어낸 것이 '상품'입니다. 알 수 없고 가치를 측정할 수 없는 것을 뜯어내서 알 수 있는 것으로 만들고 숫자를 부여한 것이 상품입니다. 지금 우리 사이를 오가는 것은 이 '상품'이죠.

    모스는 받으면 받드시 답례해야 하는 것은 의무라고 말했습니다. 원주민들은 영적인 힘이 물건에 깃들어 있다고 여겼기에 누군가가 그것을 소유해 버리면 그 힘이 그를 덮쳐 큰 화를 당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반드시 줘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죠. 그런데 나카자와 신이치는 답례를 의무라고 해버리면 교환의 원리와 증여의 원리는 같은 것이 된다고 말합니다. '받으면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 반드시 줘야 한다'는 증여의 원리와 '물건을 받고 돈을 준다', '신용카드로 먼저 물건을 받고 한 달 뒤에는 반드시 돈이 빠져나가 판 사람에게로 간다'는 교환의 원리가 뭐가 다르냐는 거죠.  

   그래서 나카자와 신이치는 순수증여를 이야기합니다. 교환과 증여말고 '물'이 움직이는 또 하나의 매커니즘이 있다는 것이죠. 모스가 그것을 순수증여로 개념화하여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분명 그도 인간과 인간 사이 뿐 아니라 인간과 신 사이에서도 '물'이 오고감을 이야기합니다. 귀한 동판을 부수거나 가장 좋은 집을 태우고 비싼 기름에 불을 지르는 것은 어떻게 보면 순환의 사이클에 단절을 일으키는 행동같지만 그들의 행위는 신에게 선물을 바치는 것이었습니다. 그로 인해 그들은 신으로부터 더 큰 부를 얻게 됩니다. 이것이 순수증여입니다. 정확히 누가 준다고도 할 수 없기 때문에 그에 대한 답례도 할 수 없습니다. 주는 이는 신, 우주, 자연, 대지 등이죠. 인간의 지知를 벗어난 영적인 힘이 아무런 보상과 답례를 바라지 않고 주는 순수증여가 또 하나의 원리로 그들 사회에 작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교환, 증여, 순수증여. 고대의 인간 사회에서는 이 세 원리가 단단히 결합되어 '물'이 흘렀습니다. 그런데 자본주의 이후로는 교환 원리가 다른 두 원리를 고사시키고 거대해집니다. 하여 나카자와 신이치는 제안하는 겁니다. "21세기 '인간의 학문'에서는 현재와 같은 형태의 경제학을, 여전히 미지의 영역에 속하는 이런 전체성의 일부분을 포함시킨, 보다 확대된 개념의 새로운 '경제학'으로 창조해가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환의 원리가 지배적인 세상에서 어떻게 증여와 순수증여의 원리를 다시 끌어들일 것인가. 나카자와 신이치는 확정성에 불확정성을 도입하자고 합니다. 제거된 영적인 것이 다시 경제에 들어오지 않으면 인간과 자연과 우주는 점점 황폐해질 것이라면서요. 우리의 생각에 균열을 내지 않고는 우리에게 다른 경제, 다른 세상은 영영 도래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모스나 나카자와는 교환 원리만을 경제라고 생각하는 우리의 생각을 부수고 싶어합니다. 토론 시간에 모두 얘기했 듯이 우리는 얼마나 이 등가 교환원리에 단단히 종속되어 있는지요. 그렇다면 이제 각자 고민해야 합니다. 어떻게 이 단단한 논리에 틈을 만들 것인가. 매 순간 교환 원리에 따라 움직이고 생각하는 자신을 확인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고 내가 맺고 있는 관계를 다시 생각해 보는 것도 좋겠죠. 어떻게 모든 관계를 선물로 만들수 있을까요? 신뢰와 애정과 배려가 오가는 관계! 시작은 자기 자리를 살피는 것에서부터겠죠. ^^   

   자, 다음 주는 <저주의 몫>입니다. 두 번에 나눠 읽습니다.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니 미리미리 찬찬히 꼼꼼하게 읽어 보아요. 

   이제 진정 겨울같네요. 따뜻하게 입으시고 감기 조심하시고 다음 주에 활기차게 뵈어요~ *^^*

 


 

<12월 18일 세미나 공지>


읽을 텍스트:  <저주의 몫>(조르주 바타이유, 문학동네) 

                         소모의 개념 + 저주의 몫 제2부까지(처음~p.120)

발            제:  연주

공 통 과 제: 발제자 빼고 모두~(A4 한 페이지 분량)->꼭 숙제방에 올리세요!!

간          식: 재길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4.2개강] 다시, 노동을 사유하자 4 jerry 2015.02.03 2717
359 칼 야스퍼스의 역사의 기원과 목표 3 최다르마 2015.07.05 1584
358 [이브의 밥상] 개강 연기공지_4월 9일 개강 jerry 2015.03.30 591
357 [이브의 밥상] 4/2 공지 1 영은 2015.03.27 553
356 [이브의 밥상] 2/26 공지 영은 2015.02.16 641
355 [이브의 밥상] 2/12 공지 영은 2015.02.09 670
354 [이브의 밥상] 2/5 공지 영은 2015.02.02 1039
353 [이브의 밥상] 1/29 공지 4 영은 2015.01.25 593
352 1월 22일 후기 1 나무 2015.01.25 519
351 [이브의 밥상] 1/22 공지 1 영은 2015.01.18 599
350 1월 15일 후기 1 지윤 2015.01.18 571
349 [이브의 밥상] 1/15 공지 영은 2015.01.11 586
348 [이브의 밥상] 1/8 공지 영은 2014.12.21 709
347 12월 11일 후기 2 이연주 2014.12.14 599
» [이브의 밥상] 12/18 공지 영은 2014.12.12 650
345 12월 4일 후기입니다. 1 김지연 2014.12.11 598
344 [이브의 밥상] 12/11 공지! 4 영은 2014.12.07 1228
343 [이브의 밥상] 12/4 공지!! 5 영은 2014.11.30 688
342 11월 27일 후기 4 지윤 2014.11.29 837
341 [이브의 밥상] 11/27 공지! 5 영은 2014.11.21 14314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Next
/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