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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스의 <증여론> 쉽지 않으셨죠? ^^;;  '도대체 뭔 소리를 하는 거야! 이런 얘길 왜 하는 건데?' 내지는 '대체 밥상 세미나에서 이걸 왜 읽어야 하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증여론>은 우리를 당황스럽게 했던 것 같습니다. 문화인류학이라는 학문 분과의 저작을 읽은 경험이 없어 너무 낯설고 생소하기도 했고, 결정적으로 도대체 애초의 우리의 문제의식-우리를 지배하는 물적 토대를 공부해서 우리의 밥상은 우리가 구상하자!-과 증여가 어떻게 접속되는 건지 감을 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잘 모르겠는 와중에 두 시간 반 동안 각자가 써온 발제와 공통과제를 가지고 토론하면서 쫌 알겠는 것, 영~ 모르겠는 것, 앞으로 계속 생각하고 고민해야 할 것 등이 정리가 됐던 것 같습니다. 지윤이가 이런 저희들의 혼란스런 상황을 후기에 잘 써줬죠.(발 빠른 후기 감사~~^^) 아직 제3장과 결말이 남았으니 마저 읽구요. 다음 주 읽을 분량이 짧으니 이번 세미나에서 같이 얘기했던 것들을 떠올리며 앞 부분도 다시 한 번 읽어 봅시다. 

 지윤이가 잠깐 언급한 대로 <증여론>을 읽은 후에는 바타이유의 <저주의 몫> 들어가기 전에 나카자와 신이치의 <사랑과 경계의 로고스:물신 숭배의 허구와 대안>을 읽도록 하겠습니다. 부제가 바로 저자의 문제의식을 보여주는 듯 한데요. 그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증여에 입각해서 경제학과 사회학의 전체적인 체계를 재정립 하고자 하는 야심 찬 계획은 1920년대에 마르셀 모스에 의해 최초로 시도된 바 있다. 그는 <증여론>에서, 경제와 정치, 윤리, 미美나 선善에 대한 의식, 이 모든 것을 포함한 '전체적인 사회적 사실'을 심층에서 조정하고 있는 것은 합리적인 경제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교환의 원리가 아니라, '영혼'의 활동을 포함한 채로 진행되는 증여의 원리 안에 있다는 사실을 발견함으로 해서, 자신의 야심을 실현하기 위한 힘찬 첫 발을 내딛었다. 그러나 모스는 결국 그런 야심을 실현하는 데 실패하고 만다. 모스는 증여에 대한 답례(반대급부)가 의무로 변해버림으로써 증여의 사이클이 실현된다고 생각했지만, 그 결과 증여와 교환의 원리 상의 구별이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나카자와 신이치는 모스가 말하는 증여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순수증여'라는 또 다른 원리를 제시하죠. 증여도 잘 모르겠는데 순수증여라고?! 놀라지 마세요~ ^^;; 그의 책을 읽는 이유는 저자의 논리를 따라 읽으면서 그가 '증여'라는 개념을 끌어와 어떻게 지금 우리를 잠식하고 있는 경제 논리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지를 보는 것이니까요. 즉 모스의 <증여론>이 현재의 정치경제적 문제와 어떻게 접속되고 변용 변주되는가를 보자는 겁니다. 그런 후에 다시 <증여론>을 읽으면 또 느낌이 다르겠죠.

  <反자본 발전사전>에서  '시장'을 쓴 제랄드 베르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느 누구도 남에게 신세를 지지 않는 사회는 지속 가능한 사회가 아니다." 라구요. 지금 우리 사회는 개인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죠. 각자 선택하고 각자 책임져라. 개인에게 무한한 자유가 주어진 것 같지만 실상은 안전장치도 없이 외줄을 타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발을 헛디뎌 떨어지면 죽습니다. 관계망이 사라진 사회의 비극이죠. 각자가 각자의 삶을 알아서 책임져야 하는 개인들이 모인 사회.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할 수 없고 기댈 수도 없는 사회. 각자 알아서 잘 살라는 사회. 지금 우리의 사회입니다. 이런 사회에서는 가치가 확정된 '상품'만이 등가교환의 원리에 의해 오고갑니다. 사람도 상품, 예술도 상품, 지식도 상품, 물도 상품, 곧 공기도 상품이 되겠죠. 상품은 '생명'이 없습니다. 즉, 그것을 만든 사람, 혹은 소유했던 사람의 영靈이 거기에는 들어 있지 않아요. (들어 있다고 하면 다들 기겁을 하겠죠.) 그저 '물건'입니다, 그것에 합당한 가치에 맞게 돈을 주고 사야 하는. 

   모스가 우리에게 보여준 사회는 등가교환의 원리가 아니라 증여의 원리가 작동하는 사회입니다. 사람 사이를 오가는 것은 '상품'이 아니라 '선물'입니다. 선물은 증여의 원리, 다시 말해 줄 의무, 받을 의무, 갚을 의무가 응축된 제도입니다. 물건은 매개일 뿐. 물건을 통해 오고가는 것은 물건에 깃든 영이고, 준 사람의 영혼의 일부입니다. 때문에 물건은 단순한 물건일 수가 없습니다. 영혼이 깃들어 있기 때문에 생명을 가지고 있죠. 증여를 통해 물건이 섞이고 생명이 섞이고 영혼이 섞이고 사람이 섞입니다. 주는 행위는 내가 이미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받았다는 감각, 내가 누군가에게 은혜를 입었고, 빚을 지고 있고, 기대고 있다는 감각때문에 일어납니다. 때문에 주고, 주면 당연히 받아야 되고, 받으면 또 답례를 해야 합니다. 물건에 깃든 영의 힘은 계속 흘러야 하거든요. 누군가가 소유하면 정체된 힘은 소유자를 덮쳐 그를 해칩니다. 때문에 선물은 멈추지 않고 계속되는 거죠. 

  우리가 잃어버린 감각이 바로 이런 인간관계 자체에 대한 가치관입니다. 발전, 개발, 필요, 소비라는 말에 갇혀 더 좋은 것, 더 편한 것을 더 많이 소비하려 욕망하고, 또 그것이 가능한 것을 능력이고 미덕으로 여기게 되면서 공동체의 윤리와 공동체는 파괴되었습니다. 욕망해라! 가져라! 이런 사회에서 누구는 너무 많이 갖고 누구는 하나도 갖지 못합니다. 갖는 것이 당연한 사회, 그것도 많이 갖는 것이 당연한 사회에서 갖지 못한다는 것은, 갖을 능력이 없다는 것은 비참과 소외를 낳았죠. 

  그런데 증여의 원리가 작동하는 사회는 좀 다릅니다. 여기서는 축적이 가능하지 않습니다. 권력을 가진 누군가에 의한 전유專有도 불가능합니다. 또한 증여는 동등한 관계에서 이루어지고 서로가 빚지고 기대고 은혜를 입고 있다는 감각때문에 심정적으로도 물질적으로도 누구도 소외되지 않습니다. 당장이라도 파탄날 것 같은 세상에서 어떻게 우리의 삶을 지속해 나갈 수 있는가. 그것은 인간관계를 어떻게 다시 사유할 것인가에 달려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단초를 모스가 <증여론>을 통해서 제시하고 있는 것이구요. 

  우리 공부하면서 좀 더 고민하고 생각해 봐요. 실천적으로 각자의 삶에서 그것이 어떤 모습일 수 있을지를요.

  건강한  밥상 받는 한 주 되시고 다음 주에 상큼하게 만나요~~ ^^  

   


<12월 4일 세미나 공지>


읽을 텍스트: <증여론> 3장, 결론(앞 부분도 다시~)

발            제:  재길 샘

공 통 과 제: 발제자 빼고 모두~(A4 한 페이지 분량, 자기 것 포함 7장 출력)

간          식: 지연



(<증여론>다 읽고 그 다음 주에 <사랑과 경제의 로고스>(나카자와 신이치, 동아시아)를 읽습니다. 미리 책 준비하세요.)

  • 지윤 2014.11.30 02:15

    1등으로 확인:)

  • 영은 2014.11.30 10:04
    ㅋㅋ 오랜만에 보는 일착 선언일세.^^
  • 영은 2014.11.30 13:34

    앗, 그리고 공통과제는 꼭 이브 숙제방에 올려주세요~~ 지난 주 꺼 안 올리신 분들도 올리시구요. 

  • 효진 2014.12.03 15:17
    전 허리병땜에 이번 주 세미나 결석입니다.ㅜㅜ 죄송합니다. 공통과제는 숙제방에 올릴께요. 지난 주에 샘들 봬서 넘 반가웠습니다. 제길샘과 나무샘, 그리고 어여쁜 동갑내기 2세들! 전 좀 추스리고 담주에 뵐께요.
  • 영은 2014.12.03 17:40
    조리 잘 하거라. 담주에 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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