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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저희가 공부한 책은 많은 사상가들이 한 번쯤은 인용해 봤다는 모스의 <증여론>!입니다.

  그 유명한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의 조카였던 마르셀 모스는 그의 밑에서 공부하다가 나중에는 삼촌을 떠나 뒤르켐 이론의 한계를 뛰어넘는 이 증여론을 저술했지요. 당시의 시대상을 자세히는 알지 못하지만, 제 1·2차 세계대전과 공황을 거치며 그가 목격했던 혼란이 증여론의 바탕이 되었던 문제의식을 형성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모스는 폴리네시아와 멜라네시아, 북서부 아메리카의 부족들 내에서 전해지는 급부 체계(포틀래치 또는 쿨라)를 연구함으로써 일종의 해답을 찾으려고 했습니다. 어쩌면 단순히 낯선 관습체계를 소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책이,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요?

   책에 소개된 증여와 답례 체계는 ‘선물’이라고 불리지만 특이하게도 주고, 받고, 답례하는 행위가 모두 의무적으로 이루어집니다. 저는 제가 알고 있던 선물의 개념(축하의 마음을 담아, 답례를 바라지 않고서 주는 행위)과 너무 달라 혼란스러웠는데요. 가지고 있으면서 제대로 베풀지 않거나, 받기만 하고 답례하지 않는 행동을 하는 이들은 사회적으로 명예가 실추되는 것은 물론이고, 비난과 저주의 대상이 되기도 했답니다. 그러나 이들이 단순히 사회적인 비난을 피하기 위해 베풀고, 받고, 답례하고, 때로는 파괴(!)하기를 되풀이했던 건 아닐 겁니다. 모스도 바로 그것, 이 포틀래치가 계속되게 하는 힘이 대체 무엇인가를 연구했던 것이구요.

   전체적인 급부체계인 포틀래치의 핵심은 바로 순환입니다. 포틀래치의 구성원들은 부의 집중을, 축적을 거부합니다. 자본의 축적이 곧 힘이고 권력을 뜻하는 현대와는 정반대라고 할 수 있죠. 지난시간, 모두들 증여론이 낯설고 어려웠다고 토로했는데 이제보니 그 생소함의 정체는 바로 이 정반대의 개념에서 나온 것이었네요. 읽으며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원시부족들의 행동들, 이를테면 값비싼 물건을 보란 듯이 불태우거나 파괴하는 일들은  무의미하고 낭비적인 행동처럼 보입니다. 철저히 우리 기준에서 보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놀랍게도, 그들에게는 더 많은 것을 베풀 수 있는 사람이 곧 권력자이며 명예로운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니 ‘더 많이 가진 사람=힘 있는 사람’이라는 명제를 의심해본 적이 없는 우리가 포틀래치 사회를 낯설다고 느꼈던 것은 당연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혼자 책을 읽을 때 줄곧 힘들었고, 이번 시간에 도움을 받았던 부분은 바로 그들 사회의 도덕관념을 이해하는 일이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으며 오늘날의 권력, 명예와 그들의 개념이 판이하게 다를 수 있겠다는 생각을 겨우겨우 할 수 있었지요. 어쩌면 증여자와 수여자의 영혼이 결여된 현대적인 교환에서 생기는 부작용들을 줄여나가는 일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사회를 지탱하는 개념들(명예, 권력, 부, 가난, 도움 등등)에 대한 의심에서 시작되지 않을까요? 또 증여 체계와 함께 사라져버린 것들-한때 물건에 담겼었던 소유자의 영혼, 내가 누군가에게 빚지고 있다는 감각 등-을 되살리는 일도 필요할 겁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요번에 저희도 '그렇다면 지금 우리 세계에서는 어떤 방식을 개발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 부딪혔습니다. 원시로 돌아가라는 게 아니라 우리 시대에 적용할 수 있는 방식을 떠올려봐야 해~ 라는 생각에는 모두가 동의했지만, 어렸을 때 시골에서 경험했던 공동체의 모습을 잠시 떠올렸던 것 외에는 그게 어떤 모습의 삶일지 도무지 상상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이 증여론에서 그 힌트를 찾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었는데 또 다른 숙제와 의문을 안고 다음 책으로 가게 되었네요.ㅎㅎ 그나저나 마저 읽어야 할 증여론도 기대되지만, 증여론을 깊이 이해하는 열쇠가 될 나카자와 신이치의 <사랑과 경제의 로고스>또한 어떻게 읽힐지 기대가 됩니다. 다음시간도 파이팅~

+)인원이 늘어나서 더 세미나 밀도가 높아진 느낌이예요!

  • 수경 2014.11.29 17:08

    포틀래치의 핵심이 지윤이 네 말대로 순환이라면, 지식이나 지혜의 순환을 상상해볼 수도 있지 않나(선물이란 게 꼭 물질을 나누는 것만은 아닐 텐데) 대학, 학원 등에서 지식을 교환체계 안에 포섭해 자본화한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공부하고 앎을 나누는 실험, 이거 당장 당신네 팀이 하는 거 아닌가ㅋ 원시공동체의 생활과 문화를 다룬 글을 읽고 나면 꼭 깊은 산 속의 금욕적인 생활이나 시골마을의 후한 인심을 떠올리는 습관이 우리에게 있는데, 이것이야말로 삶에 대한 우리의 빈약한 감각/상상력을 여실히 드러내는 예인 듯도 해. ...암튼.. 뭐야 셈나 완전 재미지게 하는가보네 이거. 

  • 지윤 2014.11.30 02:11
    크...맞아요, 빈약한 상상력이 항상 문제인 것 같아요.ㅋㅋ쌤 말대로 물질의 순환뿐 아니라 포틀래치 안에서 지식이 순환하는 것도 가능할 수 있겠군요!
  • 효진 2014.12.03 15:23
    맞아. 모스글 읽고 어릴적 시골마을에 대해 쓴 게 바로 나.ㅡㅡ 빈약한 상상력의 주범이지. 지금 우리 삶 속에서 생각하기가 어찌나 어렵던지, 먼 이야기 같고. 그나저나 자네도 함께 하는 건 어떨지?
  • 영은 2014.11.29 21:45

    아이쿠야, 우리가 같이 했던 얘기들 정리 잘 했구랴. 앞으로 정치경제학을 공부해나가다 보면 모스의 <증여론>은 계속해서 다시 만나게 될 것인즉, 당장은 그가 한 이야기가 어떻게 지금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상품 교환 관계에 균열을 낼 수 있을지 그려지지 않지만 그때마다 또 들여다 보고 공부하고 고민하면서 우리의 상상과 생각들을 키워나가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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