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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쿠, 첫 날부터 달린 밥상팀! 재길쌤의 제지가 없었다면 11시고 12시고 내처 달렸을지도. ^^;; 멀리서 오신 분도 있고 첫날부터 너무 이러는 거 아니라는 쌤의 조언을 받들어 10시 조금 넘은 시간에 <이브의 밥상> 첫 세미나를 끝냈습니다. 가벼웁게 첫 시간을 보내려 했거늘! 하지만 일리치니까요. ^^ 처음 일리치를 만난 나무쌤과 재길쌤은 그에 대한 충격과 궁금증에 다른 저작도 모두 읽어 보고싶다는 욕망을 거침없이 드러내셨습니다. 기다리십쇼. 언젠가 밥상 세미나에서 일리치 전작 읽기를 할 테니까요. ^^

  일리치는 언제 읽어도 참 놀랍습니다. 그 짧은 에세이가 어찌나 거대하고 묵직하던지요. 저희가 첫 만남의 어색함을 뒤로 하고 열띤 토론을 할 수 있었던 것도 그의 뜨거운 문제 의식과 예리한 통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이거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요." 누군가의 이 한 마디가 도화선이 되어, 나도 이거 모르겠어, 이건 이러저러하다는 뜻이 아닐까요? 나는 이런 거라 생각했는데... 오오~ 일리치가 제대로 문제를 던져줬던 모양입니다. 저희 모두 대답하려고 열심히 애를 썼으니까요. 이거 좋아요. ^^ 앞으로 여섯 명이 열심히 잘 꾸려나가 봅시다.   

  제가 이번에 일리치를 읽으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말은 '현대화된 가난'이라는 말이었습니다. 산업사회의 풍요가 만든 '현대화된 가난'은 부자나 가난한 자나 똑같이 겪는 고통이며 불행이라고 일리치는 말합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참 이상한 말이지 않나요? 풍요가 가난을 만들었다니? 물론 일리치가 말하는 '현대화된 가난'은 우리가 생각하는, 상품을 구매하고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상태를 말하지 않습니다. 산업사회의 인간은 살면서 겪는 모든 일을 상품과 제도에 의존하는 무능력한 인간입니다. 일리치는 바로 그런 인간의 무능력, 무력함을 '현대화된 가난'이라고 얘기하고 있는 겁니다. 산업 자본주의사회의 폐해에 대해 사회주의자들이나 환경운동가들이 좀 더 싸게, 좀 더 깨끗하고 안전한 상품을 더 많이 공급하여 많은 사람들이 골고루 그것을 누리는 것을 목표로 할 때, 일리치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런 것이 아니다. 모든 사람들이 상품을 골고루 누리지 못하는 것이 현대 사회의 문제가 아니라, 그 넘쳐나는 상품들이 우리의 생각하는 머리와 움직이는 다리와 공작하는 손을 잘라버렸다는 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비판하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우리의 필요를, 욕망을 끊임없이 생산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앎을 독점하고 그들만이 그 앎을 행사할 권리가 있다며 공동체 안에서 행해지던 모든 토속적 앎을 뽑아버렸죠. 그래서 이제 우리는 배우려면 학교로, 아프면 병원으로, 무엇이 필요하면 마트로 달려가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관계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모두 잃어버린 것입니다. '필요=상품'인 시대에 살면서 그 필요한 상품을 사기 위해 돈을 버는 인간들이 바로 우리들입니다. 거참, 우리 팔 다리는 왜 달려 있는 건지. 우리 머리는 그냥 장식품인 건지... - -;; 일리치는 말합니다. 어떻게 필요와 만족의 관계를 새롭게 구성할 것인가. 전문가들에 의해 만들어진 필요를 상품 구매를 통해 충족하여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말이죠.  "내게 의미를 주는 것은 (나의 필요에 의해서) 간절하게 노력한 끝에 즐거움과 함께 얻어지는 것이 아닌가." 자신이 선호하는 것을 스스로 정의하고 만족하라! 바로 이것이 상품 의존도를 낮추는 길이라고 일리치는 말합니다. 다시 말해, "절제의 윤리를 키워 인간이 스스로 행동하고 이를 통해 필요를 만족시키"는 길로 나야가야 한다구요. 정말 이게 나한테 필요한가? 내가 이것을 필요로 하는 것이 맞나? 강요된 필요, 학습된 필요가 아닌가 의심해 볼 것! 나는 이런 것들이 필요 없어! 더 편하고 더 좋은 것을 원하지 않겠어! 이것으로 충분해! 새로운 삶의 방식은 이 선언으로 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요?

   나중에 일리치는 찬찬히 읽구요, 일단 그의 문제 의식을 가슴에 품고, 내가 노예로 살고 있는 건 아닌지를 늘 물으며 다음 시간엔 모스의 <증여론>을 만나보아요~ 감기 조심하시고 다음 주에 씩씩하게 만나요~^^

  아, 참! 후기는 지연이가 어여쁘게 쓸 겁니다~



<11월 27일 세미나 공지>


읽을 텍스트: <증여론> 서문, 1장, 2장(~ p.193)

발         제: 영은

공 통 과 제: 발제자 빼고 모두~(A4 한페이지 분량)

간         식: 지윤



*공통과제는 

 ->읽은 부분 중, 모르겠는 와중에 가장 모르겠는 부분을 최대한 생각하고 궁리해서 써오는 걸로. 아니면 내 생각과 너무 달라서 부딪히는 부분을 가지고 써도 좋습니다. 일리치를 예로 들면, 내가 생각하는 가난과 그가 말하는 가난이 완전히 다른 것 같은데 대체 뭘까? 이런 걸 열심히 생각하고 써 오는 거죠. 쉽죠잉~^^;;

 

*부득이하게 시간에 맞춰 오지 못할 경우에는 영은에게 반드시 연락을! 그리고 결석하게 되는 경우에도 미리미리 사정을 알려주십쇼! 무단 지각, 무단 결석 하면 미워할 거예욤! 


  • 채운 2014.11.21 10:12

    토론열기가 무척 뜨거웠던 듯! 이브의 밥상 잘 차려서 여러 사람들에게 보시하시길!^^ 글고 숙제방에 공통과제 올려주세요~

  • 지윤 2014.11.23 18:55

    앞으로의 공부 방향을 얘기하며 지난 이브때 과연 내가 한 것은 공부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하는 회의에 빠지게 됐었죠ㅎㅎ진짜 공부를 해보아요!

  • 김덕순 2014.11.23 21:31
    헛.. 지윤아.. 보고싶다 ♡
  • 지윤 2014.11.28 01:54
    헐 덕순쌤...!저두요*0* 아쉽게도 목요일엔 볼 수가 없네요ㅠㅠ
  • 영은 2014.11.24 08:27
    그랴그랴~ 열심히 해보자구!!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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