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법칙에 맞게 행동하도록 할 수는 없었다.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거대한 법칙이 깨졌다. 그 결과, 그 아이를 이루는 성분들은 아름답고 눈부셨지만, 모조리 무질서한 상태거나 아니면 성분들만의 고유한 질서를 유지하고 있어서, 변화와 배합의 핵심을 파악하기 힘들거나 아주 불가능했다.

  물론, 질서는 성분들에게만 고유한 것이다. 그러나 변화의 핵심이란 이런 것이다. ‘상냥하고 사랑스러운 영혼을 끌어내라. 경이로운 이해로 영혼을 끌어내라. 그런 다음 그 눈에 침을 뱉어라.’

  물론 헤스터는 자신의 사랑스러운 아이가 갈망과 깊은 이해로 그녀에게서 모성을 끌어낸 뒤에 싱긋 웃으며 그 자애로운 눈길에 침을 뱉었을 때, 그녀는 그것을 조금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것은 엄마가 시작했었던 과정이었다.

  펄의 눈망울 속에는 그녀만의 독특한 표정이 담겨 있었다. ‘총명해보이지만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표정을 짓거나 아주 삐딱한 얼굴을 하기도 했고, 때론 악마적이기까지 했지만, 대개는 그때그때의 감정의 기복을 있는 그대로 드러냈다. 그럴 때마다 헤스터는 펄이 사람의 아이인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작은 악마! 그러나 그녀의 엄마와 성자 같은 딤스데일이 이 작은 악마를 낳았다. 그리고 펄은 심술궂은 마음을 그대로 드러낸다는 점에서, 자신의 부모보다 훨씬 더 솔직했다. 펄은 세속의 아버지를 사기꾼 정도로 인식하며, 어떠한 천상의 아버지도 단호히 거부했다. 그리고 펄은 경건한 체 구는 딤스데일을 마음대로 주무르다 그의 눈에 침을 뱉는다. 그의 두 눈에.

  늘 반발심에 차있는, 가련하고 용감하며 고통 받은 작은 영혼, 펄은 다 자라고 나면 남성들에게 악마가 될 것이다. 그러나 남성들의 자업자득이다. 그녀의 사랑스러운 이해에 넘어가, 남성들이 스스로 ‘끌림’을 당하도록 두면, 그들이 끌림을 당하는 순간 그녀가 그들에게 입을 맞추어도 이상할 것이 없다. 겁쟁이들! 끌림을 당하고 구속을 당하는 남자들.

  현대 아이의 작고 가여운 실체인 펄은 현대 여성이라는 악마로 자라날 것이다. 사랑에 이끌림 당하기를 갈구하는, 나약한 현대 남성들의 응보로.

  주홍글자 속 악마의 삼위 일체, 혹은 삼각관계에서 제삼자는 헤스터의 남편, 로저 칠링워스이다. 칠링워스는 엘리자베스 1세 시대의 나이 든 의사로, 잿빛 수염을 기르고 모피 코트를 입었으며, 어깨가 틀어져있다. 또 하나의 치유자. 그러나 연금술사, 마법사와 같은 존재. 그는 현대 과학의 경계에 서있는 마법사이다. 프랜시스 베이컨처럼.

  로저 칠링워스는 중세의 로저 베이컨(영국의 스콜라 철학자-번역자 주)이라는 연금술사의 직계로, 낡은 지성 체계의 사람이다. 그는 밝혀지지 않은 과학, 즉 연금술에 대한 오래된 지적 믿음을 추구한다. 그는 기독교도도 아니고, 이타적인 열망에 찬 사람도 아니다. 그는 염원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는 나이 든 남성 권위주의자이다. 낡은 남성적 권위. 하지만 열정적인 믿음은 없다. 오로지 자기 자신에 대한, 그리고 그의 남성적 권위에 대한 지적 믿음만 있을 뿐이다. 셰익스피어 작품 속의 비극적 통곡의 이유는 진정한 남성 권위, 남근의 권위, 그리고 지배의 권위가 몰락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엘리자베스와 함께 몰락했다. 그것은 빅토리아의 발에 짓밟혔다.

  칠링워스는 지적 전통을 고수한다. 그는 딤스데일과 같은, 새로이 등장한 영적 염원자들에게 암울한 불구의 증오심을 드러낸다.

지적 전통의 힘으로는 아내를 지킬 수 없다. 따라서 헤스터는 딤스데일을 유혹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녀의 유일한 결혼, 그리고 그녀의 마지막 맹세는 나이 든 로저와 함께했다. 헤스터와 로저는 영적 성자를 굴복시키는 공범자들이다.

  ‘나를 보며 왜 그런 식으로 웃는 거죠?’ 그녀는 복수심 어린, 나이 든 남편에게 말한다. ‘당신은 우리 마을의 숲에 어슬렁거리는 악마인가요? 당신은 내 영혼을 파괴할 것이 분명한 계약으로 날 유혹하는 건가요?’

  ‘당신의 영혼이 아니오!’ 그는 또 다시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그렇소. 당신의 영혼이 아니오!’

  두 사람이 쫓은 것은 순수한 목사, 거짓된 것의 영혼이다. 낡은 남성의 권위에 젖어 시커먼 복수심에 불타는 불구의 의사, 즉 또 다른 치유자와 ‘사랑스러운’ 여성, 두 사람은 둘 사이에 성자를 끌어들이고 굴복시킨다.

  사랑과 다를 바 없는, 서로 보완적인 이 시커먼 증오심이 바로 칠링워스가 성자처럼 구는 젊은 목사에게 느낀 감정이다. 그리고 이 끔찍한 방식의 사랑에, 딤스데일은 응답한다. 천천히, 그의 성스러운 삶은 독성에 물들어간다. 그러나 이 늙고 음흉한 의사는 미소 지으며 젊은 목사의 목숨이 붙어있도록 애쓴다. 딤스데일은 자학을 하며, 자신의 하얗고, 가녀린, 영적 구원자의 몸에 스스로 채찍질을 한다. 칠링워스는 문밖에서 귀를 기울이며 미소 짓는다. 그리고는 게임이 계속 진행될 수 있도록 또 다른 치료제를 준비한다. 결국 성자의 영혼만 썩어간다. 그것은 최고의 승리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품위를 잃지 않는다.

  여전히 권위의식에 휩싸여있는, 불구인 오만한 남성의 복수심 가득 찬 시커먼 영혼과 쓰러진 성자의 새하얀 창백함! 두 사람의 절반의 남성성은 서로를 파괴하고 있다.

  딤스데일은 마지막에 불의의 ‘일격’을 가한다. 그는 교수대에 서서 사람들에게 모든 내막을 털어놓고, 죽음으로 도피해버리는 방식으로, 헤스터를 굴복시키고, 말하자면 로저는 이중으로 부정당하게 한다. 산뜻한 마지막 복수이다.

  리지아의 시처럼, 커튼이 내려온다.

  그러나 어린 아이 펄은 이탈리아인 백작과 새로 태어난 독사의 자식들을 거느리고 다음 막에 등장할 것이다. 그리고 백발이 성성한 아벨, 헤스터는 저항을 한 후에 그림자로 머문다.

  이 소설은 경이로운 우화이다. 내게 이 소설은 문학 전체를 통틀어 가장 훌륭한 우화 가운데 한편이다. 주홍 글자. 놀랄 만한 숨은 의미! 그리고 완벽한 이중성.

  푸른 눈의 천재 너대니얼의 완전한 이중성. 우화적 통찰력이 마법에 가까운, 미국의 천재.

  그러나 천재조차도 세대를 거듭해서 성장해야 한다.

  그러면 죄도 진부해진다.

  • 2015.02.09 23:19

    '모든 내막을 털어놓고', '독사의 자식들을 거느리고'.. 좋은 것 같아요!
    미영쌤이 올려주신 정리본을 가지고 얼굴 보며 얘기할 수 없다는 게 아쉬워요.
    왠지 만나서 또 이것저것 얘기해야할 것 같은데 말이죠..ㅋㅋ
    미영쌤, 그리고 그동안 작작세미나를 함께 해준 혜원, 지수, 마지막에 구원투수로 등장해주셨던 예경쌤.
    열 달 동안 정말 즐거웠습니다^^ 댓글로나마 인사할게요. 아무도 안보시려나요..ㅋㅋ
    혼자였다면 때로는 머리에 김이 나고, 때로는 감탄이 나오는 로렌스 문장의 맛을 몰랐을 거예요.
    그리고 번역한다는 일이 어떤 건지, 역자들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인 건지 몰랐을 거예요.
    함께 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언젠가 또 뵈어요.^^

  • 미영 2015.02.14 13:25
    금새 일상의 번잡스러움으로 돌아오네요. 금요일의 외출이 언제였던가 싶게.ㅎ
    이래저래 사적으로 정신없이 2월을 보내고 있던중. 현정씨 댓글보니까 왠지 모를 위로를 받게 되네요.^^
    10개월... 즐거웠던 시간이었어요. 모두들. 인연이 있으면 또 어디선가 만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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