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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사위성에 들어가 걸식하셨다. 걸식을 마치시고 정사(精舍)에 돌아와 가사와 발우를 두고 발을 씻은 뒤에 니사단(尼師壇)을 오른 어깨에 메고 안다림(安陀林)으로 들어가, 니사단을 펴고 어떤 나무 밑에 앉아 낮 선정에 들어가셨다.


그때 기원(祗園)에서 두 비구 사이에 싸움이 일어났는데 한 사람이 꾸짖어도 한 사람은 잠자코 있었다. 그 꾸짖던 사람은 곧 뉘우치고 그에게 사과하였다. 그런데 그 비구는 그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가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당시 절 안에 있던 비구들이 서로 권하고 충고하느라고 고함을 치며 시끄러웠다.


그때 세존께서는 사람 귀보다 뛰어난 깨끗한 천이(天耳)로 기원에서 시끄럽게 고함소리가 오가는 것을 들으셨다. 그 소리를 들으시고는 선정에서 깨어나 정사로 돌아와 대중 앞에 자리를 펴고 앉아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오늘 이른 아침에 걸식하고 돌아와 안다림으로 들어가 낮 선정에 들었다가 정사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고함소리를 들었다. 누가 그렇게 하였느냐?"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 정사에서 두 비구가 싸웠는데, 한 비구는 꾸짖었으나 한 비구는 잠자코 있었습니다. 그 때 꾸짖던 비구가 이내 잘못을 뉘우치고 사과하였으나, 그가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여러 사람들이 권하고 충고하느라 큰 소리가 나고 시끄러웠습니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어떤 어리석은 비구가 상대방이 뉘우치고 사과하는데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았는가? 상대가 뉘우치는데 그것을 받아주지 않으면 그는 어리석은 사람이다. 그는 오랜 세월 동안 유익하지 못한 괴로움을 받을 것이다. 비구들아, 과거 세상에 석제환인은 33천에서 싸움이 있었을 때, 이렇게 게송으로 가르치고 훈계하였다."


다른 사람을 해칠 마음 없으면

성냄도 또한 얽어매지 못하나니

원한을 품고 오래 두지 말고

성내는 마음에 머물지도 말라.

아무리 화가 치밀어 오르더라도

그 때문에 추한 말을 하지 말라.



구태여 남의 흠을 애써 찾아내어

그의 허점과 단점을 들추지 말고

항상 마땅히 스스로 단속하여

정의로써 안으로 반성하고 살펴라.



성내지도 말고 해치지도 말며

언제나 성현들과 함께 하여라.

악한 사람과 함께 있게 되더라도

마치 돌산처럼 강하고 굳세어라.



울화가 치밀어도 잘 참아내라

달리는 마차를 제어하는 것처럼

내가 말하는 훌륭한 마부란

고삐 잡은 이를 말하는 게 아니니라.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석제환인은 33천의 자재왕의 지위에 있으면서도 성내지 않는 것을 찬탄하였다. 너희들도 그렇게 하여야 한다. 바른 믿음으로 집 아닌 데로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있으니 성내지 않는 것을 찬탄하는 공부를 해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