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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하는 눈, 걷는 손 : 화가vs화가" 맛보기 인터뷰~



미술을 한가로운 갤러리 투어쯤으로 생각하시는 분들,

미술에 대해 새롭게 접근하고 싶은신 분들,

미술에 대해 무관심하셨던 분들,

그 모든 분들께 추천합니다!!



  강의 제목이 특이한데, 어떤 의미인가요?


우리는 미술을 눈이라든지 아름다움의 문제로  환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게다가 본다는 것을 굉장히 수동적으로 생각하죠. 하지만 예술을 수동적이고 정적인 미의 문제가 아니라, 능동적이고 동적인 행위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미술은 눈을 매개로 이루어지지만 보는 것에만 국한되지는 않아요. 그것은 창작을 하는 행위 역시도 마찬가지죠. 창작을 하는 사람들에게 그리는 행위는 단순히 '보는 눈'에서 시작하는 게 아닙니다.   예술가에겐 뭔가를 본다는 행위 자체가 이미 하나의 사유가 아닐까요. 눈을 가시적인 차원에 국한시키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예술적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수동적으로 보는 눈이 아니라 다른 감각들과 접속하는 눈, 나아가 사유에 파장을 만들어내는 눈. 그게 예술가의 눈이죠. 그런 의미로 명상하는 눈’이라는 제목을 붙인 겁니다.

그리고 또 다른 축에 손이 있습니다. 이건 수련의 문제죠. 사유하는 눈이 출발점이라면, 그것을 풀어내는 손은 하나의 형상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입니다. 예술가의 손은 눈의 사유를 풀어내기 위해서 끊임없이 훈련하고 실험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걷는 손'이죠. 그러니까 "명상하는 눈, 걷는 손"은  미술을 능동적인 차원에서 풀어보자는, 제 나름의 제안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그림을 본다면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1.jpg




여기에 언급된 12명의 화가에 대해, 그리고 그들을 그렇게 짝지으신 이유에 대해.


12명의 화가들은 모네를 제외하고는 사실 그렇게까지 대중적인 화가라고는 볼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능동적이고 액티브한 눈과 손을 가지고 독특한 스타일을 창안한 사람들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이는 것을 얼마나 잘 그리는가가 아니라 사물로부터 독특한 지점을 잡아내는 것, 그게 중요하죠. 물론 이건 천부적 재능만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겨우겨우 하나의 스타일에 도달할 수 있죠.화가를 집중적으로 보여줄까 생각하기도 했었는데, 그것보다는 두 명의 화가를 '따로 또 같이' 묶어서 보는 게  명상하는 눈, 걷는 손이라는 문제에 더 효과적으로 접근하는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1강: 찰나를 파악하는 두 개의 눈 : 모네의 자연 vs 드가의 인물

1강에서 볼 모네와 드가는 둘 다 인상주의자죠. 인상주의의 특징은 '빛'의 포착, 달리 말하면 '순간'을 그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모네는 풍경 속에서, 드가는 인물 속에서 이 '순간'을 보았습니다. 그들은 상이한 방식으로 19세기 파리의 스펙타클을 감각하고 표현했죠. 대체 '순간을 그린다'는 이 불가능한 시도가 이들에게서 어떤 식으로 이루어졌을까요?

2강: 참을 수 없는 육신의 무거움 : 루시앙 프로이드의 초상화 vs 프리다 칼로의 자화상

2강은 육신에 대한 문제를 다룹니다.  회화에서 아주 오래 전부터 그린 것이 인간의 몸입니다. 그러나 몸은 시각화됨으로써, 또 미학화됨으로써 타자화되었다고 봅니다. 프로이트와 칼로는 무게와 주름을 지닌 실존으로서의 몸을 보여줍니다. 아프고 늙고 죽어가는 자신의 몸을 보여주죠. 프로이트가 몸의 물질성, 날 것 그대로의 몸에 주목했다면,  프리다 칼로의 몸은 근대의 타자성을 종합적으로 구축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성에 의해 타자화 된 여성의 몸의학권력에 의해 타자화된 환자의 몸, 백인에 대한 타자화 된 유색인종의 몸을 보여주죠. 이들이 자신의 몸에 주목하는 방식을 풀어보고 싶습니다.

3강: 우연, 사건, 길들 : 잭슨 폴록의 액션 페인팅 vs 장 뒤뷔페의 우를루프

폴록하고 뒤뷔페는 대단히 즉자적인 추상처럼 보이는데, 사실 해석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폴록의 그림은 자유롭고 우연한 흩뿌려짐을 통해 길을 만들죠. 여기서 그림은 작가의 통제 하에 놓이지만, 그것이 반드시 작가의 의도나 몸짓에 종속되지는 않습니다.  작가의 힘을 벗어나는 우연의 문제와 작가의 통제 의지라는 역설적인 문제를 폴록의 그림을 통해 보고 싶습니다. 뒤 뷔페 역시 통제되지 않은 힘을 보여줍니다. 그가 분열자들의 그림에 주목한 것도 그때문이었죠. 하지만 그들의 그림 역시 우연의 형상들로 무질서하게 풀어진 게 아니라 나름의 질서를 갖습니다. 무질서와 질서, 분열과 통제의 관계. 작품을 창작할 때 작가의 힘과 그것을 벗어나는 힘의 관계를 이 두 화가를 통해 보려고 합니다 

4강: 미술에서의 정신적인 것에 대하여 : 칸딘스키의 음악적 추상 vs 말레비치의 절대추상

4강은 칸딘스키와 말레비치입니다. 둘 다 러시아작가이고, 사실주의나 표현주의에서 시작해서 추상에 도달했다는 점에서도 공통적입니다.  그러나 추상에 이르는 길은 달랐습니다. 칸딘스키는 음악적인 회화를 꿈꾸면서 유한한 캔버스를 무한한 방식으로 만드는 과정을 통해 추상을 완성해 나갔다면, 말레비치는 자신이 '절대주의'라 명명한 흰 캔버스완전한 추상에 도달했죠. 그들이 추구한 '정신성'이란 무엇이었을까요, 추상은 어떻게 '정신적인 것'을 구현하고 있을까요? 

5강: 쓰기와 그리기, 그리고 신체의 道 : 미불의 서화(書畵) vs 앙리 미쇼의 회화 실험

미불은 송대 문인화가로, 그림과 글씨 모두 고유의 품격을 보여줍니다. '미법산수'라고, 먹을 흥건하게 적셔서 번짐을 이용하여 단순하면서도 정신성이 드러나는 산수화를 그렸죠. 붓에 먹을 묻혀 종이에 대는 순간 면과 선과 형태가 한번에 이루어집니다. 여기엔 놀라운 엄격함이 필요한데,  저는 오래 전부터 이게 먹과 붓 그리고 그것들과 접속하는 신체의 힘과 속도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동양에서 기운, 골기라고 부르는 것들... 그런 걸 풀어내고 싶었죠. 가장 단순한 것들로 가장 강렬한 것을 만들어내는 문제. 이런 화면을 잘 보여주는 서양화가가 바로 앙리 미쇼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사람은 화가라기보다는 시인인데요, 환각상태를 몸소 실험하면서 몸의 속도와 정서적인 운동을 고스란히 담은 그림과 글쓰기를 고민했던 작가입니다. 시대와 문화 는 전혀 다르지만 두 사람에게서 비슷한 문제를 다르게 보고 싶었습니다.

6강: 모순의 짜릿함, 역설의 통쾌함 : 에셔의 농담 vs 마그리뜨의 유머

마지막은 마그리트와 에셔인데, 이들을 통해 그림에 접근하는 파격과 신선함을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마그리트는 주로 초현실주의로 분류되면서 상징적이면서 비장하게 해석되는 측면이 많습니다. 그러나 사실 그의 그림은 그림에 대한 유머이자 풍자죠. 혹은 그림에 대한 알레고리라고 할까요... 에셔도 역시 보는 것의 역설과 모순에 주목했습니다. 그들의 그림은 어렵지 않지만, 그림에 대해, 또 보는 것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이들을 통해 어떻게 예술이 그 자체로 철학이 될 수 있는지, 혹은 철학의 중요한 재료가 될 수 있는지를 보려고 합니다. 



신청하시는 분들 가운데 미술을 처음 접하신다는 분들이 계신데~ 미술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예술이 현실에 대해 말해주는 바가 없으면 혹은 내 감각에 아무런 영향을 줄 수 없다면 그것은 정말 무용한 것이라고 봅니다. 어떤 그림에 대해, 그것이 누가 그렸고 어떤 의미이며 어떤 스타일인지를 알려주는 공부는 그다지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림도  철학책을 읽듯이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읽을 때처럼 그림에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형태와 색채 사이의 '행간'을 봐야 한다는 거죠. 그러면 정말 놀라운 세계가 펼쳐집니다. 이를 통해 자신의 감각을 변화시키고 세상을 다르게 감수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 강의에 따로 필요한 교양은 없습니다. 화가 이름을 몰라도 상관 없습니다. 단지, 눈으로 보고 손을 사용해서 그린다는 것이 단순히 시각적이고 수동적인 것이 아니라 삶 전체와 연동되어 있다는 사실을 함께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놓치지 않으셨으면 좋겠네요~^^